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프레젠테이션 긴장을 풀어주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힐링 요가

프레젠테이션 전,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는가? 당신의 발에 해결책이 있다. 글·사진 차병선 기자 acha@hk.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

“요가를 하면 마음속 기반(Foundation)이 단단해지는 걸 느끼는데, 이는 PT 때 자세나 몸짓으로도 드러나요.”

블리자드 서울
오피스에서 오퍼레이션 디렉터로 일하는 김기철 씨(42). 김 씨는 프레젠테이션(이하 PT) 도사다.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등을 국내에서 총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미팅과 발표를 하고 있다. 재미교포인 김 씨는 일찍부터 선진 PT 기법을 익히고 써왔다. 컨설팅사 맥킨지에서 근무할 당시 전략적 사고, 구조적 접근법과 같은 PT 기술을 배웠고, MTV와 LG전자 아시아 전략본부 등에서 일하며 이를 실전에 응용했다.
하지만 김 씨도 PT 전에는 늘 초심자처럼 스트레스를 받았다. 맥킨지에서 배운 기술도 긴장감을 푸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요한 미팅 때 횡설수설하거나 키포인트를 놓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 김 씨가 요가를 접하며 달라졌다.
김씨가 요가를 처음 시작한 건 2008년 싱가포르에서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수련을 할수록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PT 직전 잠시라도 요가를 하고 나면 성과가 좋아졌다. “마음이 안정되고, 머릿속도 더 말끔해지는 걸 느끼죠. 메시지도 잘 떠올라 키포인트를 놓치는 일도 적어졌어요.” 김기철 씨는 말한다. “요가를 하면 마음속 기반(Foundation)이 단단해지는 걸 느끼는데, 이는 PT 때 자세나 몸짓으로도 드러나요. 머리로만 생각할 때와 달리 몸에 힘이 느껴지죠. 자신감이 배어 나는 거겠죠.”
그는 요가를 한 뒤로는 반대의견에 부딪힐 때 특히 달라졌다고 한다. “전에는 반론을 잘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논쟁을 하며 내 주장을 지키는 데 바빴죠. 하지만 요즘은 한 발 물러나 호흡부터 고르죠. 그러면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좀 더 조화로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이게 다 내 기반이 든든해진 덕분이죠.”
김 씨는 심지어 미팅 중에도 남몰래 틈틈이 요가 자세를 취한다. 의자에 앉은 채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깊게 숨을 고른다. 길고 복잡한 미팅일수록 요가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요가에선 이를 ‘뿌리내리기’ 혹은 ‘그라운딩(Grounding)’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과 정반대 속성을 지닌다. 우리가 미팅 직전 혹은 미팅 중에 취하는 모습을 돌아보자. 뇌를 총동원해 PT 시뮬레이션을 돌리거나, 초조함을 누르기 위해 담배를 피우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손가락을 까딱이거나, 발을 떨거나, 주변을 서성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는 마음속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사람의 혈액은 일하는 곳으로 몰리게 되어 있다. 밥을 먹고 난 뒤에는 위로 피가 집중된다. 뇌에는 상대적으로 피가 덜 간다. 식후에 졸린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반대로 머리를 심하게 쓸 때는 피가 과도하게 몰려 뇌압을 높이고 두통을 유발한다. 이때 몸은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환기시키려 한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떠는 행동은 과도하게 몰린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무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밸런스를 찾기 위한 동작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동은 PT에 마이너스 효과를 낸다. 주춤대고 꼼지락거리는 발표자는 꼴불견이다. 불안한 모습은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발표자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PT는 말하기가 아니라 보여주기다. 내가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안정감이 넘쳐나야 한다. 어떻게? 우리 몸이 안정감을 찾아 제 멋대로 움직이기 전에, 내가 의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 중 발을 챙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발을 의식하고 하체 근육을 사용하면 혈액과 신경 쏠림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발은 머리로부터 가장 먼 신체기관이다. 뇌로 몰리는 신경을 멀찌감치 분산시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압박을 덜 받은 뇌는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된다. 또한 청중에게 안정감을 보여줄 수도 있다. 발이 안정감의 근원이라는 얘기다.
발과 다리는 우리 몸의 뿌리이자 기둥이다. 몸의 균형을 유지시켜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불편한 신발을 신었을 때 우리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곤하고 불안해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발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요가에선 발바닥을 느끼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발을 느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발에 무슨 감각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발바닥은 매우 민감하다.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은 저리 가라다. 발에는 1㎡당 수천 개의 말초 신경이 모여 있다. 촉각에 관한 한 신체 어느 부위보다 훨씬 예민하다. 발이 간지럼을 많이 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발은 손 못지않게 복잡한 일을 한다. 땅을 딛는 순간 지면 정보를 감지하고, 전신 근육 곳곳에 신호를 보내 균형을 잡도록 만든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자갈길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넘어지지 않는 것도 발바닥의 놀라운 정보수집 능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자신감은 발에서부터 비롯된다. 요가에선 발바닥으로 땅을 눌러 자신의 중심을 찾고, 기반을 단단하게 챙기라고 조언한다.

발바닥 감각이 둔해지면 신체는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지면으로부터 받는 반발력 정보를 잘 수집하거나 이용하지 못할 경우, 인체는 불필요한 근육을 이용해 균형을 잡게 된다. 이럴 땐 자세가 어정쩡하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른 사람에겐 자신 없는 태도로 비치기도 한다. 마음이 불안하니 자신감을 갖기도 어렵다.
자신감은 발에서부터 비롯된다. 요가에선 발바닥으로 땅을 눌러 자신의 중심을 찾고, 내 기반을 단단하게 챙기라고 조언한다. 내 발이 딛고 있는 바로 그곳이야말로 내 기반이고 내 터전이란 얘기다. PT란 그 기반을 확장하는 행위다. 내가 가진 생각과 주장을, 나로부터 타인에게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일이다. 나를 중심으로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기반을 상대에게까지 넓히고 상대와 함께 나누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파트너 간의 윈윈이란 의미다.
이는 비단 비즈니스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영역을 넓히고 확대하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든가? 집을 짓고, 토지를 경작하고,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것이 다 기반을 다지고 넓히는 행위다. 욕심이 과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면 전쟁이 벌어지고, 화합하고 공유하면 국경이 사라진다. 그 의미가 극대화된 것이 바로 달 탐사다.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찍힌 첫 발자국을 두고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역사를 인간 등정의 발자취라고 말할까.
하지만 현대인은 발이 가진 의미를 충분히 깨닫지도 활용하지도 못하고 산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탓에 머리는 무겁고 어깨는 긴장돼 있다. 상체가 들떠 있고, 두꺼운 배는 하체를 짓누르고 있다. 하체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방송과 인터넷은 발의 역할을 더욱 빼앗고 있다. 우리는 직접 여행을 가지 않고도 TV나 PC 앞에 앉아 마치 여행을 다녀온 것과 같은 가상 체험을 누릴 수 있다. 발이 해야 할 경험을 머리와 손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현대 기술이 발을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사실 인류 문명은 발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인류가 발바닥을 딛고 서 직립을 하고 난 다음에야 진화가 본격화되었다. 손이 자유로워져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고, 두뇌도 척추에 부담을 주지 않아서 지금처럼 커지고 발달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건 발은 우리의 뿌리다. 지금 그 발을 느껴보자.

발과 다리를 수련하는 법

의자자세

발바닥을 강하게 만들며, 하체를 강화한다. 양 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두 발이 평행이 되도록 한 다음, 마치 의자에 앉듯 무릎을 90도 가까이 굽힌다. 이때 무릎이 발목보다 더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조심한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면서 척추를 곧게 세운다. 벽을 이용하면 훨씬 더 강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자세를 취할 때 발바닥 앞과 뒤꿈치를 지면으로 꾹 누른다. 마치 뿌리를 내리듯 발바닥을 지면으로 깊게 눌러줄수록 반동에 힘이 생겨서 하체가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허벅지 근육을 강하게 당기고, 특히 안쪽 근육을 조인다. 하체에 힘이 느껴질수록 복부에 중심이 잡히고 상체를 더 확장할 수 있다.

견상(犬像)자세

견상자세는 발바닥을 강하게 만들며, 하체를 열어준다. 양발을 어깨 너비만큼 벌리고 두 발이 평행이 되도록 한다. 두 손으로 의자 또는 벽을 짚고 상체를 90도 숙여 ‘ㄱ’자 모양을 만든다. 손목과 어깨가 일직선이 되도록 손 위치를 잡고, 엉덩이와 발목이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발바닥 앞면과 뒤꿈치를 바닥으로 꾹 누르고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서 끌어올린다. 허벅지 앞면은 강하게 당기고, 뒷면을 길게 늘인다. 허벅지 근육이 너무 조이면, 다리 너비를 조금 더 넓게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다. 발바닥을 바닥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허벅지 뒤 근육을 스트레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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