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준위원장의 저금리 정책으로 달러가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교역국들은 행복하지 않은 표정이다. by Allan Sloan
발모촉진제 로게인 Rogaine과 연준위(FRB)의 경기부양정책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물론 벤 버냉키나 앨런 그린스펀의 이마 넓이와는 상관없다. 잘 모르겠는가? 정답은 바로 ‘부수 효과(side effects)’다.
로게인은 본래 혈압조절을 목적으로 개발된 약품이었다. 하지만 후에 발모촉진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약품의 목적이 ‘변경’되었다. 이 기사에서 다룰 FRB 정책의 두 가지 부수 효과-몇몇 주요 교역국과의 통화전쟁 가능성과 정부 예산적자 감소-는 로게인의 부수 효과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들에게는 미안하게도 FRB 정책의 부수 효과가 훨씬 더 중요하다.
FRB의 첫 번째 부수 효과는 통화전쟁의 가능성이다. 이는 (금리를 낮춰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선의의 정책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FRB가 타국 중앙은행에 비해 더 신속하게 대규모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달러는 미국 주요 교역국들의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FRB가 공개적으로 달러 약세를 반기지는 않았지만, 기뻐할 것임은 분명하다. 점진적인 달러약세는 수출비용을 낮추고 수입비용을 높여 미국 내 고용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든 국가가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이득을 보는 국가가 없다는 사실이다(80년 전 대공황 직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대신 광범위한 불안정성이나 공포, 무역전쟁이 나타난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필자처럼 본성이 낙천적인 사람도 적잖이 불안을 느끼게 된다.
다음 페이지의 그래프를 보면, 2009년 이후 달러 가치가 미국 주요 교역국의 통화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은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때로, FRB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잇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그 당시 달러 가치가 인위적으로 높아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2009년 이후 달러 가치의 하락은 무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제조업계는 현재 회복세를 띠고 있다. 부분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외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행복이 다른 나라에는 불행이 될 수 있다. 그들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미국 시장에서 퇴출되고, 자국 시장을 비롯한 미국 외 시장에선 (통화 측면에서) 더 저렴한 미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신임 총리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일본중앙은행에 엔화 평가절하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도 유사한 방법을 고려 중이다. 독일도 명목상으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유럽중앙은행이 유로화를 관리하기 때문에 독일이 직접 유로화를 통제할 수는 없다). 이런 방법으로 유로화 가치를 낮추면 독일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FRB는 ‘판돈’이 크게 걸린 복잡한 도박을 하고 있다. 달러는 국제 기축통화다. 미국은 무역적자나 예산적자가 발생하면 통화보유고 걱정 없이 전 세계에서 돈을 끌어 모아 이를 메울 수 있다. 미국의 국내 문제 해결 노력과 기축통화국가로서의 역할은 서로 상충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에 좋은 반면, 달러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초래해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반해, FRB의 저금리 기조가 유발한 두 번째 부수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의 예산적자를 줄일 수 있다.
FRB는 경기부양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4년 전부터 엄청난 이익을 올렸고, 이 중 거의 대부분이 재무부로 흘러 들어갔다. FRB는 지난해 910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했고, 그중 889억 달러를 재무부에 송금했다고 밝혔다. 위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던 2008년의 317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또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송금한 474억달러, 793억달러, 754억달러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FRB의 수익이 급증한 것은 유가증권 포트폴리오가 2007년 말 7,50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2조 6,500억 달러로 늘었기 때문이다. FRB는 재무부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저당증권을 대량으로 매입해 그 가격을 높였고, 이는 금리 인하 효과로 이어졌다.
FRB는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자금을 마련해 이들 증권을 매입했고, 증권을 판매한 금융기관들의 FRB 계좌에 매각대금을 입금했다. FRB는 판매기관들이 이 계좌에 남긴 돈에 대해 명목이자를 지불했고, 대출 등 다른 목적을 위해 계좌에서 인출한 돈에 대해선 이자를 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FRB는 매입한 증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벌어들였다. 이렇듯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큰 이익을 거둔 것이다.
뉴저지 주 프린스턴에 소재한 스톤 매카시 연구소(Stone McCarthy Research Associates)의 FRB 전문가 레이 스톤 Ray Stone은 “FRB가 자체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부수 효과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스톤은 올해 FRB가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이익을 올리고, 더 많은 돈을 재무부로 송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긍정적인 부수 효과는 또 있다. FRB가 목표대로 올해 5,400억 달러 규모의 재무부채권을 매입하면, 간접적으로 올해 연방정부 예산적자의 약 절반을 메울 것이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좋은 일이다. 지속되길 바란다.
그러나 로게인과 FRB 저금리정책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지속 효과다. 로게인은 언제까지고 사용할 수 있지만, FRB의 저금리 기조 정책은 유효기간이 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근대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를 0% 아래로 내릴 수는 없다. FRB가 아무리 금리인상을 늦추려 해도, 전 세계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시장과 타국 중앙은행의 압력을 계속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FRB가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는 오르고 FRB의 이익과 재무부 송금액도 줄어들 것이다. 결론은 명백하다. 약물 효과는 영원하지만 FRB의 정책 효과는 그렇지 않다.
FRB는 경기부양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4년 전부터 엄청난 이익을 올렸고, 그중 거의 대부분이 재무부로 흘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