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기상천외 공항 작명소

World Weird Airport Names

배트맨, 멍청이, 마피아, 기둥서방, 제기랄. 이것이 현존하는 공항의 이름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수만 개에 달하는 전 세계 공항 중에는 정말 기괴하고, 웃긴 이름들이 적지 않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결혼을 해서 자녀를 임신하면 부모들에게는 특별한 사명 하나가 떨어진다. 바로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이다. 어떻게든 부르기 좋고, 의미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돼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작명소나 철학관을 찾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항공여행객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공항의 이름은 어떨까. 사람의 이름과 비교하면 고민거리조차 아니다. 대개 공항이 세워진 곳의 지명이나 국가적 위인들의 이름을 붙이는 게 상례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존 F 케네디 공항, 샤를드골공항처럼 말이다.

그런데 각 국가의 언어와 글자가 다르다 보니 종종 다른 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황망하기 이를 데 없는 작명이 이뤄지기도 한다.

내가 제일 희한해!

얼마 전 전 세계 항공권 및 여행상품 비교·검색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skyscanner.net)에서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에 공식 등재된 9,500여개의 공항들을 대상으로 이름을 조사해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공항 톱 10을 발표했다.

1위는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에 위치한 '배트맨(Batman)' 공항. 물론 터키어 발음은 배트맨이 아닌 'Elih'이지만 영화 배트맨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2위는 호주 최서남단의 '쓸모없는 루프(Useless Loop)' 공항이 차지했다. 루프는 고리라는 의미에 더해 여성용 피임기구를 뜻하기도 해 승객들의 볼을 발갛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캐나다의 '검은 간지럼 태우기(Black Tickle)' 공항과 '비버 개울(Beaver Creek)' 공항이 각각 3위와 4위를, 스페인의 '멍청이(Moron)' 공항이 5위를 마크했다. 나머지는 '추파를 던지는(Ogle)' 공항, '이크(Eek)' 공항, '피클 호수(Pickle Lake)' 공항, '죽은 말(Deadhorse)' 공항이 뒤를 이었다.


당연히 한글로 읽었을 때 웃음을 자아내는 이름도 있다. 이미 흔한 말장난이 돼 버린 태국의 방콕공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바보(Babo) 공항, 일본 요론(Yoron) 공항, 부르키나파소 고롬(Gorom) 공항, 중국 우후(Wuhu) 공항, 남아공 말라말라(Malamala) 공항 등이 그것이다. 알래스카에는 축구국가대표 서포터즈인 붉은악마(Red Devil) 공항이 존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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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하는 공항?!

공항 이름 중에는 철자나 발음이 기괴하다 못해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한 것도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기둥서방(Ponce)' 공항, 미국의 '게이 경(卿)(Gaylord)' 공항이 가장 대표적. 또한 프랑스의 브레스트(Brest) 공항은 여성의 가슴을 뜻하는 영어 'breast'와 발음이 같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네팔에는 각각 영어 욕설과 유사한 발음의 '팍 팍(Fak Fak)' 공항과 '제기랄(Dang)' 공항이 손님을 맞고 있다. 적어도 두 공항을 찾는 영어권 승객들은 일단 욕부터 먼저 먹고 봐야 하는 셈이다.

워낙 많은 공항들이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다 보니 IATA는 의사소통의 편의를 위해 각 공항에 세 자리의 영문약자 코드를 부여하는데 이러한 코드에도 기분을 언짢게 만드는 녀석들이 있다. 일례로 미국 딕슨공항과 핀란드 코콜라공항의 코드는 DIK와 KOK로서 남성의 성기를 칭하는 영어 속어와 발음이 똑같다. 독일 젬바흐공항의 경우 'SEX'로 한층 노골적이다.

덧붙여 브라질 포수스지카우다스공항, 러시아 펌 공항, 컬럼비아 보고타공항의 코드는 각각 대변과 소변, 화장실을 의미하는 POO, PEE, BOG이며 미국 버틀러공항은 부랑자(BUM), 인도네시아 두마이공항은 멍청하다는 덤(dumb)과 발음이 같은 DUM이다.

착륙하기 겁나는 걸!

그나마 희한하고, 기분 나쁜 이름은 양반이다. 파일럿들이 들으면 항공기를 착륙시켜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여겨지는 다소 살 떨리는 이름도 적지 않다.

실제로 탄자니아에는 이름만으로도 흠칫 놀라게 하는 '마피아(Mafia)'라는 공항이 있다. 공항이 위치한 섬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작명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도 아닌 아프리카에 웬 마피아섬이 있는 걸까. 학계는 마피아라는 단어가 섬들이 모여 있는 제도(諸島)를 뜻하는 아랍어 '모피예(morfiyeh)'나 건강에 좋은 주거지를 의미하는 스와힐리어 '마할리 파 아퍄(mahali pa afya)'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몇몇 공항들은 근처에 갔다가는 항공기에 총알이 날아올 수도 있을 법한 위협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총기사고가 빈발했던 미국에만 세 곳이나 된다. 네브래스카주의 '전투고지(Battle Mountain)' 공항, 콜로라도주의 '소총(Rifle)' 공항, 알래스카주의 '위험지역(Danger Bay)' 공항이 그렇다.

이외에도 캐나다의 '노예 호수(Slave Lake)' 공항, '부정직한 섬(Crooked Island)' 공항, '적막한 소리(Desolation Sound)' 공항, '사기(詐欺)(Deception)' 공항 등 4개 공항도 왠지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 듯한 으스스함을 풍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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