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좋은 일자리 만드는 5가지 방법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여기에 가장 중요한 5가지를 제안한다.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 관광 산업 육성, 새로운 산업 발명, 내수 시장 활성화, 사회안전망 확충이 그것이다.
글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소 산업연구본부장


제조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한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해서는 생산성 효율화를 할 수밖에 없고, 효율화 투자는 일자리를 줄인다. 기업이 성장해도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 불가피하다. 수출이 늘어난다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고부가가치 일자리와 대다수의 워킹푸어(Working Poor) 일자리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전자, 자동차 등 분야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고임금 일자리가 생겨난다(물론 효율화로 인하여 일자리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에서는 중국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생겨난다(주로 내수 중소기업이다). 소위 ‘88만 원 세대’이다. 이제 우리의 경제 운용목표는 더 이상 성장이 아니다. 성장이 고용창출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 정부의 역량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어야 하고, 모든 정부 정책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좋은 일자리는 대체로 제조업에서 창출된다.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일자리가 제조업에서 발생할뿐더러, 제조업 없는 서비스업만으로는 경제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일자리를 지키는 길은 제조업 공동화를 막고 새로운 제조업이 국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이미 미국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강성 노조, 각종 규제 등 어느 것 하나 미국보다 좋은 것이 없다. 중국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제조업의 탈중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우리나라로 그들을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생산비도 저렴하고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미국에서 리쇼어링(reshoring)이 일어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경쟁력을 다시 제고하고 더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제반 비용이 저렴하고, 노사분규나 파업이 없는 파격적인 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특구가 답일 수도 있다. 파격적인 경제특구를 만들고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일이다. 단, 협소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산업이어야 한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한다고 하면 수출산업일 터인데, 수출산업은 일자리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창출된다. 더구나 추가로 진출할 만한 제조업도 별로 없다. 우리는 이미 대부분 제조업에 진출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아직 한 가지 우리가 제대로 진출하지 않은 수출산업이 있다. 바로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은 우리 물건이 해외로 나가서 현지에서 소비되는 대신 해외 소비자가 들어와서 국내에서 소비가 일어난다. 모든 부가가치가 국내에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을 늘리면 국내에 일자리가 70만 개 늘어난다. 우리 주변에는 중산층 관광인구가 엄청나게 많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이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포함하면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잠재 시장이다. 더구나 우리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문화 콘텐츠도 가지고 있고, 세계최고의 의료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김치와 막걸리, 겨울과 눈(雪), 김연아와 같은 스포츠 스타들도 있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산업을 발명해내는 일이다. 기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이미 대부분 산업에 진출해 있어서 새롭게 들어갈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을 모방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모방 경제에서 혁신 경제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실리콘 밸리처럼 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과 상품이 발명되어야 한다. R&D와 벤처 생태계가 형성되어 항상 새로운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제구조가 창조경제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네 번째는 튼튼한 내수 소비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튼튼한 내수시장이 있어야 내수 관련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된다. 지금은 중산층이 얇아지고 국내 소비가 허약해져서 내수 관련 일자리의 질적 수준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 가계가 안정적으로 우리 제품을 소비해줄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 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중산층이 약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가계가 지갑을 닫아서 경제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다. 20여 년을 그렇게 악순환 구조하에서 지낸 후에 비로소 아베노믹스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지난 20여 년간 중산층이 줄어들기만 했다. 이제는 다시 튼튼한 중산층을 만들어야 한다. 70% 수준으로 복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잘 구비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경제는 구성원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결정한다. 기대가 낙관적일 때에는 선순환의 구조가 정착되고 성장을 거듭한다. 하지만 비관적인 기대가 형성되어 있을 때에는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이 정체되고 그것이 다시 소득 감소와 소비위축으로 연결되는 케인즈식 ‘절약의 역설’에 빠지게 된
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완비되어 든든하게 기댈 곳을 만들어줘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낙관적으로 형성된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통하여 생계도 유지하고 성취감도 얻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과 고용이 정체되는 비수렴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좋은 일자리를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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