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편의점 업계, 잠시 흐리다 맑음?

2013년 현재 전국의 편의점 점포 수는 2만5,000여 개에 육박한다. ‘편의점 포화론’이 처음 제기됐던 2004년 전국의 편의점 점포 수는 5,000여 개 정도였다. 올해 ‘편의점 위기론’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 최근엔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데다 편의점 규제도 상당히 강해졌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 시장전망은 ‘잠시 흐리겠지만 여전히 맑음’이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편의점 업계가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프랜차이즈 모범 거래기준’을 공표한데 이어 올해 4월에는 편의점 가맹점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여론까지 일면서 편의점 업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편의점 업계의 미래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여의도 증권사 보고서들을 확인해 보더라도 ‘최근의 부정적 이슈들은 단기 악재일 뿐, 시장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5월 10일 공시된 GS리테일의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모범 거래기준 발표 이후 첫 영업 분기임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의 성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2010부터 점포 수 5,000개 이상의 업체가 등장하더니, 2011년에는 편의점 전체 점포 수가 2만여 개를 돌파했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CU, GS25, 세븐일레븐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최초 편의점은 1989년 오픈한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다.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해 있다.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창립한 세계 최초의 편의점 업체다. 우리나라에는 1989년 후지제록스사에서 처음 들여왔고, 이후 1994년 롯데에서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1년 12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1,000호점을 돌파했고, 2011년 4월엔 업계 4위 바이더웨이와의 합병으로 외형을 크게 확장했다. 2012년 말 현재 7,20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9,030억 원이었다.

CU는 국내 편의점 점포 수 1위 업체다. 2012년 말 현재 7,93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8,571억 원이다. 1990년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1호점을 오픈했으며 2012년 3월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7,000점포 기록을 세웠다. 전국 16개 광역단체 및 260여 개 시·군 지역 모두에 출점한 국내 유일의 프랜차이즈 업체다. 울릉도와 백령도는 물론 금강산, 개성공단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1990년 론칭 당시 일본훼미리마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보광훼미리마트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지난해 6월 독자 브랜드로 변경하면서 현재의 CU가 됐다.

GS25는 GS리테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브랜드다. 1990년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LG25라는 이름으로 첫 점포를 오픈했으나, LG그룹에서 GS그룹이 계열 분리되면서 2005년 3월 GS25로 이름이 변경됐다. 국내 독자개발 편의점 브랜드라는 점에서 세븐일레븐이나 CU와 구별된다. 1996년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1997년 공공요금 수납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실시하면서 편의점 업계에 서비스 상품을 도입한 시초가 됐다. 국내 편의점 업체 중 수익성이 제일 높다. 2012년 말 현재 7,138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2조9,73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편의점이 도입된 건 1989년부터지만 2010년 이전까진 성장 기울기가 완만했던 까닭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본격적인 성장은 2010년부터 일어났다. 최민호 세븐일레븐 마케팅 매니저는 말한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만 3년 동안 전체 편의점 업계 출점 점포 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베이비부머의 정년 시기가 다가오면서 자영업자 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층이 소비 주축으로 등장하면서 일반 가게보다는 깔끔한 이미지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 일평균 고객 수도 증가했습니다. 이에 편의점 업황이 개선되면서 예비 자영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죠.”

자영업자 수가 늘면서 다른 업종의 프랜차이즈 역시 외형을 확대하기는 했으나 편의점만큼 큰 성장을 하지는 못했다. 편의점이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의미다. 김시재 GS리테일 홍보팀 대리는 말한다. “프랜차이즈 업종이 진입장벽이 낮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편의점은 특히 낮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몇몇 서비스업처럼 경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죠. 본사지원도 상당합니다. 경영 및 서비스 노하우 전수로 창업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죠. 시설 투자비도 본사에서 일부 지원하기 때문에 타 프랜차이즈보다 창업 비용도 적은 편입니다.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가 편의점 창업을 하는 이유입니다.”

편의점은 유동객이 주로 이용하는 유통업체이다 보니, 점포당 매출은 점포 입지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할수록, 날씨가 좋을수록, 또 더울수록 점포의 매출이 올라간다. 점포 입지는 거의 고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위치한 지역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점포 입지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고정돼 있다. 같은 편의점 브랜드인데도 점포당 매출 차이가 큰 것은 거의가 점포 입지에 따른 차이로 보면 된다.

날씨는 가변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편의점 매출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날씨가 좋을수록 유동인구 역시 늘기 때문에 편의점 매출도 같이 올라간다. 날씨가 더울수록 음료 판매가 늘기 때문에 매출 역시 상승한다. 음료는 편의점 매출 구성에서 2순위인데다, 상품당 판매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다. 편의점 매출 1순위는 담배로, 판매 점유율이 높게는 40% 이상인 점포도 있으나 판매 마진율이 낮아 실제 수익 기여도 측면에선 비중이 낮다. 편의점의 상품 판매당 평균 마진율이 25~30% 정도인데 반해 담배는 10%로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3분기 담배 가격 인상 소식에도 편의점 업체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다.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 가정상비약과 알뜰폰 판매를 시작했다. 두 제품 모두 지난해 11월부터 판매 개시한 상품들이다. 가정상비약 판매는 편의점 업체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편의점 판매 상품은 크게 수익성을 위한 상품과 고객 편의를 위한 상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정상비약은 후자에 속한다. 최민호 세븐일레븐 마케팅 매니저는 말한다. “가정상비약 역시 매출이 집계되긴 하지만 수익성이 큰 상품은 아닙니다. 매출액도 소소하고 이익률도 극히 작죠. 그나마 노릴 수 있는 건 집객효과 정도입니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오래전부터 가정상비약 판매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고객 건강에 밀접히 연관된 상품이고, 여러 유통업체들 중 편의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비상약 판매로 고객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일정 부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알뜰폰의 법적인 근거는 2011년부터 마련됐으나 실제 판매는 이보다 한참 늦은 2012년 11월부터였다. 시행 1년이 넘도록 선뜻 판매하는 곳이 없었던 이유는 편의점의 정체성에 맞는 제품인지, 수요가 있을지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GS25가 자체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조사한 결과, 알뜰폰에 대한 수요가 상당함을 확인했다. 현재 GS25는 300여 개 매장에서 알뜰폰을 판매 중이다. 알뜰폰 판매 매장이 가장 많은 업체는 세븐일레븐이다. 8만4,900원짜리 세컨드라는 이름의 휴대폰을 전국 매장의 절반 정도에서 판매하고 있다. 200여 점포에서는 아예 더 많은 종류의 알뜰폰 품목을 구성해 팔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알뜰폰 판매를 이종업태와의 제휴 모델 중 성공적인 케이스로 평가하고 있다. 알뜰폰의 판매 비중이 높은 건 아니지만 개당 단가가 높기 때문에 같은 마진율이라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편의점의 고객당 1회 구매액이 3,000원대 중반인데 반해 알뜰폰을 판매하는 점포에서는 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제품의 크기 또한 작기 때문에 공간효율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반응이 좋은 점포에서는 하루에 20~30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편의점 업계의 반사이익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지만 업계 내부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이야기한다. “편의점도 유통업이다 보니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연결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지역의 매출액 추이를 모니터링 했고요. 그런데 의외로 해당 지역의 매출증가율이 다른 지역의 매출증가율보다 더 낮았습니다. 전국 매출증가율이 3%라면 해당 지역은 1.6%, 이런 식이었습니다. 대형마트가 격주 의무휴업 하는 지역의 편의점 주간 매출 증감률을 확인한 결과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말한다. “처음 업계에서 생각하기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고객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었습니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등 부엌을 채우러 가는 곳이고, 편의점은 즉시 즉시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거든요. 저희도 일부 샘플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어쨌거나 결과는 매출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대형마트가 입점한 곳이 교통 편의성도 좋고 배후 주거지도 발달한 지역인데, 대형마트가 휴점하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제3의 관계자는 말한다. “편의점 업계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근거로 매출성장이나 점포 수 증가를 이야기하는데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편의점 업계의 매출성장이나 점포 수 증가는 대형마트 규제 훨씬 이전부터 지속됐던 현상입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조례로 지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나눠 비교하거나, 의무휴업인 주와 아닌 주를 비교해야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대형마트들도 편의점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1년 6월 홈플러스365 편의점을 론칭했다. 2011년에 겨우 3개 점포를 출점했지만 의무휴업 조례안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출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12년 9개, 올해 5월 현재까지 18개 점포를 추가로 출점했다. 이마트 역시 편의점시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마트는 올해 초 독립형 편의점 위드미와 상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이들 대형마트의 월담행위가 ‘경영 악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마트가 같은 유통업체이긴 하나 마트와 편의점 시스템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편의점 운영 경험이 없어 인력이나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상당히 고전할 것이란 예측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적어도 점포 수가 1,000개는 넘어서야 물류, 상품의 소싱 및 MD 구성에 효율이 납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소비층이 다른 까닭에 상품도 다르고 매대도 다르고 유통 경로도 다릅니다. 기존의 마트 유통망을 활용한다 해도 1,000개 점포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편의점만 집중해서 한 업체들도 1,000개 점포를 만드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당시는 편의점 출점도 용이한 편이었는데 말이죠. 마트의 축소형인 미니 익스프레스형 편의점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지만, 골목상권 보호 목소리가 큰 지금 그런 변종형 편의점 운영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편의점 업계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것들은 ‘가격 할인 마케팅에 대한 홍보 확대’와 ‘노령화 인구의 편의점 유입량 증가’ 등이다.

편의점 업계는 ‘편의점 판매 가격은 비싸다’라는 소비자 인식을 불식시키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유통업체로서 ‘상품가가 비싸다’는 인식의 고착화는 향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가격적인 편익을 제공할 시점이 됐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우리나라보다 20년 먼저 편의점이 도입된 일본과 10년 먼저 도입된 대만이 높은 상품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일부 고객들은 할인의 혜택을 누리는 방법도 알고, 증정상품이나 기획상품 등의 구매로 체감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알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그렇지 못하다.

40~50대 이상은 아예 ‘편의점은 비싼 곳’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편의점 자체 소비자조사 결과, 소비자의 70% 정도가 ‘편의점 가격이 비싸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고령화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 인구를 수요층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편의점 업계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편의점 업계가 최근 PB상품을 다양화하거나 1+1이나 교차할인 등의 할인 마케팅을 늘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가격 할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이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확산시켜 종국엔 고령화 인구까지 주소비자층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의 진행 등 인구통계적인 변화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업계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예상하는 근거의 핵심이다. 근거리쇼핑족의 확산 등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편의점 업계에 긍정적이어서 편의점 업계의 성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민호 세븐일레븐 마케팅 매니저는 말한다. “편의점 업체들은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성장할 방안들을 이미 강구해놨습니다. 점포당 경쟁력을 강화시켜 양질의 점포 수를 확대하고, 상품에 대한 퀄리티를 높이는 것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입니다. 타유통업체와 구별되는 차별화된 상품, 이종업체와의 결합을 통한 크로스오버 마케팅 등으로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