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ATS는 독일 스포츠 세단을 경쟁상대로 삼고 있다. 동급 경쟁모델에 비해 높은 성능과 현대적 디자인,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췄다고 자신한다. 직접 타보니 괜한 허풍만은 아니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거대한 차체에 번쩍이는 크롬 장식을 뽐내던 과거 캐딜락이 아니다. 캐딜락ATS는 몸집부터 줄였다. 날씬해진 몸매에 날 선 헤드라이트와 과감한 직선으로 각을 살렸다. 캐딜락이 잘나갔던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은 이렇듯 겉모양에서도 나타났다. 캐딜락ATS는 뼈저린 반성을 통해 완전히 달라진 미국차다. 한때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전성기에 젖어 있던 캐딜락이 독일 스포츠 세단과 정면 승부를 위해 개발한 야심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캐딜락ATS는 정말 잘 달리는 차다. 시승 내내 캐딜락이 제대로 반격에 나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캐딜락ATS가 올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3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북미 올해의 차’ 대상을 수상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캐딜락ATS는 조용하게 숨을 고르며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차량이 많지 않은 고속도로에서도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움직였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려면 아직 한참 여유가 남아 있을 때부터 캐딜락은 이제 시작이라며 운전자를 유혹했다. 차량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다가 앞이 뻥 뚫린 차선을 발견했다. 차선을 바꿔 오른발에 힘을 가하자 비로소 묵직한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캐딜락ATS는 고속도로 위에서 드문드문 달리는 차들을 장애물 코너에 세워둔 고무 고깔을 제치듯 뒤로 하며 질주 본능을 뽐냈다.
2리터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장착한 캐딜락ATS는 272마력을 뿜어낸다. ATS가 출중한 달리기 실력을 내는 데에는 토크도 크게 작용한다. 폭넓은 엔진 회전 영역대(1,800~5,500rpm)에서 최대 토크 36kg·m를 유지해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생각하는 가속능력을 선보인다. ATS는 6단 변속기를 달고 있다. 8단까지 달고 나오는 요즘 추세로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법도 하지만 실제 달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변속 충격도 없고 굼뜨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6단 만으로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캐딜락ATS는 투어링, 스포츠, 윈터 세 가지 드라이빙 모드로 바꿔가며 운전할 수 있다. 투어링 모드에서도 쭉쭉 뻗어나가는 캐딜락ATS에 채찍질을 해보기로 했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확실하게 펀치력이 살아났다. 힘껏 밀어붙이지만 벌컥대질 않는다. 도로에 달라붙어 쫀쫀하게 달려나간다. 세련된 움직임이다. 캐딜락ATS는 기특한 녀석이다. 얌전히 운전할 때엔 일반 세단처럼 승차감이 부드럽고 안락하다.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하면 성격이 바뀐다.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휠, 서스펜션이 고속주행에 맞춰 움직인다.
캐딜락ATS는 코너링 또한 일품이다. 원을 그리며 나 있는 고속도로 나들목을 빠져나갈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큰 쏠림 없이 자세를 유지했다. 그만큼 서스펜션 움직임이 좋다. 캐딜락ATS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을 달고 있다. 노면 상태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감지해 각 바퀴의 진동흡수력을 조절한다. 바퀴를 지지해주는 코일에 압력이 가해질수록 반대로 버티는 힘이 가해져 차량 쏠림 현상을 최소화한다.
잘 달리고 잘 도는 캐딜락ATS는 제동 성능도 일품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제동 성능은 무척 중요하다. ATS는 브레이크 명가인 이탈리아 브렘보사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달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지만 고속 주행 때에도 끝까지 답력을 잃지 않고 차를 멈춰 세운다.
캐딜락ATS는 운전자가 매우 안정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차량이다. 강력한 엔진성능을 믿음직한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로 든든히 받쳐준다. 그래서 운전자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다.
캐딜락ATS가 달리는 데에만 치중했다면,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캐딜락ATS는 복합연비 11㎞지만 고속도로만 주행하면 14㎞가량 나온다. 가솔린엔진을 사용하는 스포츠 세단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캐딜락은 럭셔리 브랜드다. 캐딜락ATS에도 고급차가 지녀야 하는 정숙성, 안전성, 편의장치 등이 모두 담겨 있다.
우선 캐딜락ATS는 조용하다. 차량 실내로 전해지는 소음과 반대되는 파동을 스피커에서 내뿜어 소음이 들리지 않게 하는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을 채택하고 타이어와 지면이 마찰할 때 생기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차량 하부에 3중 흡음층도 깔아놓았다.
캐딜락ATS는 안전에도 적극적인 신경을 쓰고 있다.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앞차와의 간격을 좁히자 차량 앞 유리에 붉은 빛이 번쩍거렸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앞차와의 추돌 위험을 알린 것이다. 이때 좌석까지 함께 진동해 운전자가 방심하지 않도록 해준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어갈 경우 운전석 진동이나 경고음을 통해 위험을 알려주는 차선이탈 경고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무릎에어백 2개, 커튼에어백 2개를 포함해 총 10개의 에어백도 장착되어 있다.
캐딜락ATS는 8인치 대형 스크린에서 오디오, 공조시스템, 차량 컨트롤 등을 모두 터치 방식으로 조절하도록 해놓았다. 터치하는 손가락에 진동을 주는 햅틱 반응을 적용해 감각적 느낌을 더했다.
GM코리아가 캐딜락ATS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캐딜락은 미국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한동안 신차를 개발할 여력이 없었다. 캐딜락ATS는 2010년 11월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 이후 캐딜락이 2년 2개월 만에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신차다. 올해 판매목표만 750~800여 대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캐딜락 전체판매량 475대보다도 많은 수치다.
캐딜락ATS는 라이벌로 BMW 3시리즈를 거론했다. 개발단계부터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최강자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캐딜락ATS는 가격도 3시리즈를 직접 겨냥했다. 후륜구동인 럭셔리와 프리미엄 모델이 각각 4,750만 원과 5,200만 원, 상시 4륜구동 모델이 5,550만 원이다(BMW의 경우 320i 기본형이 4,580만 원, 328i이 5,240만 원, 디젤모델인 320d기본형이 4,810만 원이다).
지난해 2월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BMW 3시리즈는 국내에서 5,000대 이상 판매됐다. 현재 3시리즈를 포함한 국내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의 연간 판매량은 약 1만5,000여 대다. 앞으로 ATS는 이 중 약 5% 정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캐딜락은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으로 군림해 온 브랜드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너무 쉽게 허물어뜨렸다. 장재준 GM코리아 대표는 캐딜락ATS 신차발표회에서 “캐딜락의 지난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캐딜락ATS는 분명히 경쟁력 있는 제품이다. 최근 독일산 디젤차가 대세로 굳어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캐딜락ATS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지 몹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