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세계 최초의 상용 틸트로터 항공기 ‘V-22 오스프리’를 개발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24명의 병력을 태우고 시속 400㎞의 속도로 1,800㎞를 날아갈 수 있는 오스프리는 헬리콥터와 제트기의 성능을 한 몸에 지니고 있어 미군의 수직이착륙(VTOL) 항공기 중 쓰임새가 가장 탁월한 모델로 꼽힌다.
이후 20년 이상 미군은 새로운 수직이착륙기를 개발하지 않았지만 2011년의 빈 라덴 은신처 기습 때처럼 신속하면서도 은밀해야하는 작전의 빈도가 늘면서 최근 수직이착륙기 분야에 높은 우선순위를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에만 수직이착륙기의 속도와 항속거리, 정지비행 안정성을 높여줄 두 가지 프로그램이 공식 런칭됐다.
먼저 지난 3월 미 육군이 차세대 회전익기에 적용할 신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시콜스키와 보잉이 시콜스키의 고속헬리콥터 ‘X2’에 기반한 로터 및 프로펠러 기술을, 오스프리를 공동개발한 벨 헬리콥터가 한층 진보된 틸트로터 기술을, 그리고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자회사인 유로콥터의 고속헬리콥터 실험기 ‘X3’에 근간한 설계안을 내놓은 상태다.
또 2월에는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VTOL X-플레인’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기존의 모든 개념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최상의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의 연구결과에 따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수직이착륙기가 탄생할 수도 있다.
2017년 시제기 테스트가 예정된 미 육군과 DARPA의 목표는 최고시속 400㎞ 이상의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 성공만 한다면 대폭적인 병력 이동시간 단축과 군사작전 범위 확장이 가능해진다. 지형에 상관없이 인원과 물자를 어디든 수송할 수도 있다. 세부 설계는 당분간 비밀에 붙여지겠지만 두 기관 모두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들로부터 영감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기술혁신 없이 24년을 보냈던 수직이착륙기가 이제 더 높이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항공기와 자동차의 결합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런 날은 온다.” 포드자동차 설립자 헨리 포드, 1940년.
VTOL 삼총사
항공엔지니어들에게 차세대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영감을 제공할 VTOL 항공기
틸트로터 항공기
V-22 오스프리는 양쪽 주날개에 부착된 2개의 대형 터보프롭 엔진을 통해 VTOL과 정지비행 시의 수직 추력을 얻는다. 전진할 때는 엔진의 배기 각도를 후방으로 변경, 수평비행 추력을 제공한다. 오스프리의 공동제작사인 벨 헬리콥터는 터보프롭 엔진 4개를 장착한 중(重)화물 틸트로터기를 차세대 수직이착륙기로 밀고 있다.
복합형 헬리콥터
복합형(compound) 헬리콥터는 VTOL용 로터와 전진비행용 추진장치를 장착, 속도를 현저히 높인 회전익 항공기다. 유로콥터의 X3는 여기에 소형 고정익을 채용해 전진비행 시 추가 양력을 얻으며, 피아세키 PA61-4 AWC는 측면 프로펠러를 없애는 대신 후방에 대형 덕트 프로펠러를 부착해 전진 추력을 높이는 설계를 하고 있다.
고정익 수직이착륙기
고정익 수직이착륙기는 대개 아래로 향한 제트 노즐에서 수직 추력을 얻는다. 시제품 대다수가 이미 유용성을 입증했지만 안전상의 취약성을 포함한 한계도 여전히 안고 있다. 시콜스키는 1970년대 S-72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 항공기는 터보팬 엔진 고정익기의 동체 상부에 헬리콥터처럼 대형 로터가 달려있다.
[과월호 탐방] 하늘을 나는 자동차, 그 도전의 역사
1924년 7월 유명 파일럿이자 레이서 겸 자동차 설계사인 에디 리켄베커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글의 제목은 ‘20년 내 플라잉카 등장’. 하지만 89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자동차는 시판되지 않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섣부른 확신의 어리석음을 절감했지만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2년 내 실제 운용 가능한 플라잉 카가 시판 또는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더 이상 꿈도, 공상과학도 아니다.
틸트로터(tilt-rotor) 항공기 로터(rotor)의 방향이 바뀌는(tilt)는 항공기. 이착륙 및 정지비행 시에는 헬리콥터처럼 로터를 위로 향해 양력을 얻고, 전진비행 시에는 고정익기처럼 로터를 앞으로 기울여 양력과 추력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