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자동차 업계는 부산스러웠다. 새로운 차량들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장점을 알리는 갖가지 행사가 열렸다. 포춘코리아가 지난 한 달간의 업계 소식을 전하는 ‘모토라이프’ 코너를 통해 따끈따끈한 자동차 정보를 소개한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미니 끝판 왕’ 미니JCW의 질주 본능
“바아아앙~~ 끼이익~~ 부우웅~~.”
작은 미니 안에 앉아서 스티어링 휠을 잡은 채 식은땀을 흘렸다. 트랙에 납작하게 엎드린 미니는 중력 가속도가 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트랙 밖에서 볼 때 미니는 여유 있어 보였을 터였다. 물속에 잠긴 백조의 발놀림은 안 보이는 법이니까. 직선 주로 끝에 어김없이 헤어핀 구간이 나오고, 오르막을 넘어서면 다시 급하게 꺾이는 트랙을 돌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미니가 스포츠카였군.’
물론 중력 가속도를 제대로 선사한 미니는 일반 미니와 다른 버전이었다. 미니의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니JCW(John Cooper Works)다. 미니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미니 트랙데이 2013’을 열었다. 이날 주인공이 바로 미니JCW다. BMW코리아 미니가 최근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모델이다. 미니JCW는 1961년 레이싱 엔지니어 존 쿠퍼가 처음 만든 고성능 미니다. 2008년 미니 산하 브랜드로 거듭났고, 지난해엔 JCW 버전을 미니 전 차종으로 확대했다.
JCW는 일반 미니보다 서스펜션을 10㎜ 낮췄다. 엔진도 차이가 난다. 기본은 미니 쿠퍼S에 들어간 엔진이지만 새로운 피스톤과 배기 시스템을 더했다. 직렬 4기통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해치백 모델과 비교해 보면 성능 차이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미니 쿠퍼S의 최고출력은 184마력이다. 반면 JCW모델은 211마력을 낸다. 제로백 가속시간은 7.2초에서 6.7초로 줄였고, 최고 속도는 시속 223㎞에서 236㎞로 늘렸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겉모습만 보고 일반 미니와 JCW의 차이를 구별하긴 쉽지 않다. 직접 운전해 보면 다르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맹렬히 솟구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머플러에선 이른바 ‘터지는’ 소리가 펑펑 난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휠이 긴장하고, 배기음은 묵직해진다. 단단한 하체와 짧은 휠베이스, 강력한 파워 트레인이 운전자에게 남기는 인상은 강렬하다. JCW 모델들은 같은 차종의 쿠퍼S 모델에 비해 대략 500만 원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직접 타보고 결정해야 한다.
푸조·시트로엥 PDI센터 “검수절차 깐깐하네”
PDI센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수입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겠다. PDI는 Pre Delivery Inspection의 약자다. 해외에서 수입된 차를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전에 점검·보관하고 배송 업무를 책임지는 비밀 공간이다. PDI센터는 보세구역으로 세관 업무도 함께 한다.
국내에 푸조와 시트로엥을 공식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PDI센터를 공개했다. 한불모터스는 지난 2008년 경기도 화성에 수입차 업체 최초로 직영 PDI 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보통 외주 PDI 센터를 이용하거나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불모터스는 직영으로 운영한다. 여기에는 큰 장점이 있다. 푸조와 시트로엥 차량 이해도가 높은 한불모터스 직원들이 숙련된 전문 기술로 차량 관리를 맡는다는 점이다.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는 말한다. “PDI센터가 문을 연 이래 푸조는 단 한 차량만이 재입고됐고, 시트로엥은 재입고 사례가 없습니다. 불량 차량 출고율이 매우 낮다는 뜻이에요. 평택항에 도착한 시트로엥과 푸조의 모든 차량을 직영 PDI센터에서 총 7단계로 꼼꼼하게 점검하기 때문입니다.”
평택항에서 차량이 PDI센터로 들어오면 세차와 건조 과정에 돌입한다. 이어 기능과 인테리어, 외관 점검이 이뤄진다. 자동차 외부에 광을 내는 폴리싱 작업은 최종 점검 직전에 실시된다. 최종 점검을 통과하면 전국 각 전시장으로 보낸 뒤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화성 PDI센터는 총 면적 3만4,000㎡(약 1만1,000평) 규모로 모두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대 차량 1,000여 대를 보관할 수 있고 하루 100대를 출고할 수 있다. 주요 업무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처리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CCTV 13개를 통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갖춰 최고의 보안 수준을 확보했다. 한불모터스가 PDI를 공개한 건 차량 수입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송승철 대표는 말한다. “수입차 시장이 양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검사 및 서비스 품질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푸조 시트로엥은 앞으로도 까다로운 품질 관리와 노력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매력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기아 ‘더 뉴 K5’
대한민국 대표 중형차인 쏘나타를 놀라게 만들었던 K5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더 뉴 K5’는 외형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강화했다. 앞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를 좀 더 세련되게 다듬고, 투명한 사각형 LED 램프 네 개를 사각형으로 배치한 ‘아이스 큐브 안개등’을 장착했다. 뒷부분은 트렁크 리드 끝단을 살짝 추어올렸다. 기아자동차는 이를 ‘킥업’ 디자인이라고 불렀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더 뉴 K5가 매우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우선 스티어링 휠 직경이 조금 작아지고 그립은 더 좋아졌다. 3스포크 형태에 에코·일반·스포트 모드를 선택하는 주행모드 버튼이 달려 있어 주행 중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움은 또 있다. 바로 시트다. 엉덩이 좌우측 부분이 솟아 올라 있고, 허벅지에 닿는 부분도 쿠션이 한층 두툼해졌다. 실제로 앉아보면 착좌감이 편한 걸 느낄 수 있다. 장시간 운전 시 피로감을 줄이도록 설계했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주행가능거리, 연비 등 각종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간단한 길 안내도 해준다. 측후방 사각지대경고 시스템, 개별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오토홀드 기능, 자동 평형 주차 기능, 앞좌석 통풍시트 등 고급편의 사양이 넘치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아자동차는 시승식도 마련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경기도 가평 쁘띠프랑스까지 왕복으로 돌아보는 코스였다. 더 뉴 K5의 엔진이나 변속기는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2리터 가솔린 CVVL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0.5㎏·m, 복합연비 11.9㎞/ℓ를 갖추고 있었다.
실제 몰아 본 더 뉴 K5는 제법 잘 나갔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소음도 비교적 적었다. 출발과 정차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주행에서도 나무랄 데가 별로 없었다. 얼굴(페이스)만 달라진 게 아니라 주행감성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주행 모드를 일반에서 스포트로 바꾸면 변속기와 가속페달이 민감해지고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진다.
다만 엔진 소리가 커진 만큼 힘차게 치고 나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강력한 주행성능을 원한다면 터보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더 뉴 K5 2.0 터보 GDI 모델은 최고출력 271마력, 최대토크 37.2㎏·m의 성능을 발휘한다. 더 뉴 K5는 대한민국 중산층이 탈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차종 가운데 하나다. 기아차는 세련된 디자인과 안락한 승차감, 고급스러운 실내를 앞세워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소비자 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렉서스발 흥행 돌풍 예고한 뉴 IS
렉서스가 그야말로 ‘핫’한 론칭 쇼를 준비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클럽 옥타곤’에서 한판 축제를 벌였다.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 클럽 중심엔 3세대 렉서스 IS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드레날린을 뿜어댔다. 늦은 저녁 클럽에서 론칭 행사를 진행한 것은 렉서스 뉴 IS가 최초였다.
뉴 IS는 차세대 렉서스 라인업을 완성하는 녀석이다. 렉서스는 뉴 IS가 “혁신적인 디자인과 동급 최고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추구한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클럽에서 뉴 IS를 선보이며 젊은 세대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IS 250 슈프림(기본형. 4,790만 원)과 이그제큐티브(고급형. 5,530만 원), 그리고 내·외관과 주행성능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더욱 강조한 F SPORT(5,330만 원) 등 세 가지다. 일본에서 전량 생산해 국내에 도입한다.
뉴 IS는 렉서스가 지닌 특징인 정숙함과 안락한 승차감을 전혀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뉴 IS는 2.5리터 V6 DOHC VVT-i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 토크 25.5kg·m를 낸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2km이다.
차체는 기존 모델에 비해 가벼워졌고, 전륜과 후륜 서스펜션을 개선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정확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게 했다. 또 차량 주행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렉서스 독자 기술인 VDIM(차체 역학 통합 제어 시스템)을 전 트림에 기본 장착했다. 편의 장치도 풍성하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7인치 고해상도 멀티비전 시스템, 마우스처럼 편하게 각종 멀티미디어를 제어할 수 있는 2세대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 운전석과 조수석 통풍시트 등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뉴 IS는 콤팩트 스포츠 세단이지만 또 한번 렉서스발 흥행 돌풍을 일으킬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리콜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속에서도 토요타는 포기하지 않고 뉴 IS 개발을 강행했다. 화려한 론칭 파티는 끝났다. 뉴 IS를 향한 대중의 판단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