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진핑 정부 들어 30년간 지속해온 두 자릿수 고속성장에서 7%대 중속성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여기엔 성장률을 낮추어 미국과의 갈등의 시간을 늦추고 자원 소비를 줄이는 산업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속셈도 깔려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후진타오 시대 연평균 10.7%의 고성장을 했던 중국경제가 시진핑 정부 들어 성장률 목표를 7.5%로 낮추었다. 상반기에 중국경제 성장률이 7%대로 나오자 서방세계의 걱정이 많다. 한 미국계 IB가 중국이 하반기에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는 슈퍼베어시장으로 추락할 가능성 있으니 헤지상품을 사라고 바람 잡은 이후 IMF도 중국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2018년에는 4%대로 성장률이 추락할 것으로 경고했다. 중국경제는 정말 위기인가?
2011년 이후 미국, 한국, 중국의 성장률 하락폭을 보면 미국과 한국은 50%대 추락을 했고 중국은 10% 하강했다. 중국은 9%대에서 7%대 중반으로 성장률이 떨어졌지만 한국과 미국은 3%대의 성장률에서 1%대로 성장률이 추락했다. 성장률이 50% 하락한 나라가 위험할까, 10%대 하락한 나라가 위험할까?
지난 30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던 중국이 시진핑 정부 들어 7%대 중속성장으로 전략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같은 자원 소비구조에서 중국이 미국 되면 전쟁이 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는 지금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0년까지 GDP 규모를 두 배로 늘려 미국 경제규모를 넘어선다는 2020프로젝트를 세웠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7.2%의 성장만 하면 10년이면 GDP가 두 배가 되고 매년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수준인 1~3%의 위안화 절상만 하면 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
대국 간 전쟁은 항상 명분은 대의(大義)지만 속내는 모두 에너지와 자원 싸움이다. 두 차례 세계대전도 결국 공업화 이후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 확보 전쟁이었다. 중국은 지금 경제규모는 미국의 절반 정도지만 세계시장에서 주요 원자재를 10~30%나 소비한다. 만약 중국의 경제규모가 2배가 되면 전 세계 원자재의 20~60%를 소비하게 된다. 부족한 자원 때문에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군사력에서 미국에 열세인 중국이 지금 전쟁을 벌이면 바로 파멸이다.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은 단순한 자원 문제가 아니라 정치, 외교문제이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문제이다. G2 중국은 성장모형의 전환이 없으면 G1을 추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나머지 ‘Gx국가’들과도 자원확보를 위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마치 일본이 도저히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이었지만 자원조달의 한계로 망하나, 전쟁하다 망하나 같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겁 없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다 망한 것과 같은 상황이 오는 것이다.
해법은 성장률을 낮추어 갈등의 시간을 늦추고 대신 자원 소비를 줄이는 산업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중국의 최대 장기이다. 중국의 주류 민족인 한족은 유럽까지 단숨에 정복해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몽고족 원나라도, 만주족 청나라도 결국 시간의 용광로 속에 녹여 한족의 문화 속으로 합병해 버린 저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600년에 걸쳐 1,764km의 경항대운하를 만들었고, 1,800년에 걸쳐 2,700km의 만리장성을 쌓은 나라다. 200년 된 나라에게 20년은 긴 시간이지만, 중국에게 10년이나 20년은 짧은 시간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10~20년을 기다리면서 미국과 자원 전쟁만 피하면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선발자가 했던 방법을 그대로 해서는 영원히 선발자를 추월하지 못한다. 새 지도부가 7%대의 중속성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은 미국과의 마찰을 최대한 늦추자는 것이고 세계와의 전쟁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전통 제조업에서 전 세계의 석탄, 석유, 철광석, 비철금속, 곡물을 무지막지하게 소비하면서 G2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 수장 리커창의 경제개혁은 수확체감의 전통산업을 수확체증의 IT를 포함한 신성장산업과 접합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것이다.
리커창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는 전통산업 19개의 과잉설비를 연말까지 철폐하여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한 7대 신성장산업을 통해 첨단산업을 육성해 고용창출과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의 산업구조개혁의 핵심이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률 둔화는 감내하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속내다.
중국은 1978년 개방 이후 연평균 10%대의 고성장을 해 국가는 세계최대의 현금부자이지만 국민의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이는 국부의 70%를 국가가 보유해 10% 성장의 수혜를 정부가 7%를 가져갔고 13억 명이 넘는 민간은 3% 성장으로 30년을 살았기 때문이다. 10%대에서 7%대로 성장률을 3%p 낮춘 중속성장을 하지만 국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중속성장시대 전략이다.
일견 논리에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7% 성장을 하더라도 분배 배율을 5대5로 가져가 정부가 2를 포기하면 민간이 누리는 성장률은 3.5%가 된다. 그러면 성장률이 떨어져도 국민의 체감 성장률은 더 높아진다. 분배구조의 개혁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재정이 가장 건실한 정부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1%에서 3%까지 늘리고 부족한 재원은 국채로 조달할 계획이다. 또한 2%의 배분 포기는 세금을 줄여주는 것에서 답을 찾는다. 지금 중국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부가세, 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개혁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이 위험한가 아닌가 입씨름 할 필요가 없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면 된다. 서방언론과 이코노미스트들이 중국이 위험하다고 하는데도 미국과 유럽의 포춘 500대 기업의 중국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삼성전자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면 입씨름은 끝난 것이다.
중국은 분명 과거 10년과 다른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고 있다. 자원절약형 환경산업, 중국의 수확체감의 전통산업을 수확체증산업으로 바꿀 자동차산업, 정보산업, 분배구조 개혁의 최대 수혜업종인 내구소비재산업이 중국의 중속성장시대의 유망산업이다. 중국경제 위기론, 붕괴론에 휩쓸리기보다는 중국의 변화된 경제운영방식을 잘 보고 유망산업을 제대로 골라 한국이 잘 사는 전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