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컴퓨터가 출시될 때면 항상 이런 선전 문구가 나온다. 사실 그 기대가 충족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프로세서의 처리능력이 18개월마다 2배가 되고 있고 여타 부품들의 발전속도는 이보다 빠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새 컴퓨터를 구입하려는 것은 단순히 최신 제품이 아니라, 최신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갖기 위함이다.
1950년대에 나온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는 메인프레임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방 하나를 꽉 채울만한 크기의 중앙 단말기에 프로세서, 메모리, 스토리지가 장착됐으며 여기에 다수의 개인용 워크스테이션을 연결하여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서로 공유했다.
이후 수십 년의 기술발전으로 시스템은 막강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 때문에 여전히 국책 연구소나 정부기관은 메인프레인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굳이 그렇게 크고 값비싼 시스템 대신 퍼스널 컴퓨터(PC)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이 사람들의 PC 사용방식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무수한 클라우드 기반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도 이러한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011년에는 구글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노트북 ‘크롬북’을 출시했다. 이 방식을 채용하면 하드웨어 성능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불과 몇 비트의 메모리와 저성능 프로세서만 있으면 그만이다.
이렇듯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힘입어 클라우드 서버가 개인용 메인프레임 역할을 하게 되면서 크롬북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뉴욕의 신생기업 네버웨어(Neverware)는 이더넷이나 와이파이로 최대 100대의 PC에서 윈도 운영체제(OS)를 실행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128MB 램, 500mHz(미리 헤르츠) 프로세서를 갖춘 컴퓨터라면 실행이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주지할 만한 것은 메인프레인 시스템이 PC라는 틀을 넘어 다른 기기에 접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인텔은 네버웨어의 개념을 PC가 아닌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기 위한 ‘클론 클라우드(Clone Cloud) 프로젝트’를 런칭했다. 휴대폰 성능이 딸릴 경우 휴대폰의 시스템을 복제해 무선으로 인텔 서버에 업로드 해놓고 그래픽 렌더링처럼 자신의 휴대폰 프로세서가 처리할 수 없는 고난도 임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결국 앞으로는 TV, 냉장고 등 인터넷 연결 기능과 스크린을 지닌 모든 기기를 컴퓨터처럼 쓸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하드웨어를 버리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메인 프레임 (main frame) 고속 CPU와 대용량 메모리를 가진 범용 목적의 대형 컴퓨터. 여기에 다수의 단말기를 연결해 다수의 사람이 동시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