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원에 이르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빅3 업체의 패권 다툼과 신규 브랜드의 겁없는 도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아웃도어 시장 빅3의 3색 마케팅 전략을 분석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시작되고 힐링 열풍과 캠핑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등산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등산 열기가 20~30대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등산 인구는 현재 1,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어쩌면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구성된 환경에서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이런 열기 속에 아웃도어 시장 규모 역시 2010년 2조 4,000억 원에서 올해 6조원대로 성장했다. 등산 관련 업체들도 계속해서 늘어 올해 매출 1,000억 원 이상 업체만 해도 10여 개에 달한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아웃도어 업체는 새로운 수요층을 위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등산을 가지 않고도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패셔너블한 제품을 쏟아내며 패션업계로 슬그머니 발을 들여 놓았다. 이에 대응해 패션업체들도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했다. 아웃도어 업체와 패션업체가 경계를 허물고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올 초 많은 매체들이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상승폭이 크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빈폴 아웃도어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앞으로도 시장이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먼저 아웃도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은 계속해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는 기능에 디자인을 추가했다. 그리고 세대간 특성화 분류를 통해 다양한 상품군을 출시하면서 골프웨어 고객들까지 아웃도어 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며 아웃도어가 수요층 확대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시장이 주춤하거나 포화상태에 이르면 그것을 대체할 시장이 필요한데 아웃도어를 대체할 만한 시장은 현재 없다. 그리고 업체 간의 경쟁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시행되면 고객들 입장에서 외면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아웃도어 시장성장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포화론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 업계의 한 마케팅 관계자는 “성장세는 확실히 둔화될 것이다. 우선 대형 브랜드들은 점포 수가 250개에서 300여 개에 이른다. 더 이상 매장을 늘리려고 해도 의미 있는 매출을 발생시킬 곳이 있을지 미지수다. 신규 브랜드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며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와 함께 공급까지 팽창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품이 사라지는 조정기가 올 것이라 본다. 그게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또 “아웃도어와 패션 의류, 스포츠 업체는 분명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아웃도어의 기본은 기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는 시장 경계가 조금 허물어졌지만 아웃도어 본연의 가치를 찾다 보면 업체들의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조정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성장세보다는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분명한 것은 커진 시장 규모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고 선두권 다툼도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한동안 아웃도어 시장의 선두권을 형성한 브랜드는 큰 변동이 없었다. 기능성 위주의 아웃도어는 연구개발 투자에 유리한 선두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제품의 경쟁력이 기능성 위주에서 디자인까지 추가되면서 다양해졌고 신규 브랜드 출점이 늘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선두권 안에서의 순위변동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 것이다. 국내 아웃도어를 리드하고 있는 업체는 글로벌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와 국내 토종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등이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작년까지 아웃도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1997년 국내 론칭 후 전문 산악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선호하는 국민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 매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 노스페이스는 다양한 방송 매체와 유명인 협찬을 통해 브랜드를 많이 알렸는데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예상치 못한 특수효과를 누리면서 ‘노스교복’이란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이 교복과 함께 비싼 노스페이스 제품을 입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입기엔 부담스런 고가제품인 아웃도어가 부모들에게 심한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뜻으로 ‘등골 브레이크’란 비아냥도 받았다. 하지만 ‘탐험을 위한 디자인 혁신’이라는 제품 고유의 개발 철학을 유지하며 기술력과 디자인을 한층 강화했고 브랜드 경쟁력을 계속해서 쌓았다.
그 결과 노스페이스는 가장 대중화된 아웃도어로 여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노스페이스는 연령대별 공략 제품을 추가하며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산행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그에 걸맞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2030 여성 산행 인구가 빠르게 느는 데 주목했고 아예 이들을 주 타깃 층으로 삼은 ‘다이나믹하이킹 라이프 스타일’이란 새로운 아웃도어룩을 선보였다. 등산을 떠올렸을 때 무거운 배낭, 높은 산, 힘든 운동 등의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점에 착안해 시간 나는 대로 가볍게 산을 즐기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다이나믹하이킹 라이프 스타일’이다.
노스페이스는 암벽등반가, 도보여행가 등 전문가를 주요 소비자로 확대하는 전략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직접 제품 제작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유명 산악인 등과 제휴를 맺어 고기능성 제품을 출시한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노스페이스는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 기업들이 내놓은 매출 목표를 보더라도 선두 자리를 조만간 내놓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당장 2,3위 업체들의 올 매출 목표를 보면 노스페이스의 목표인 7,000억 원에 근접하거
나 웃돈다.
먼저 올해 론칭 40주년을 맞은 코오롱 스포츠의 도전이 거세다. 코오롱스포츠는 2015년까지 국내외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고객층을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R&D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리기로 했다. 또 트래블 라인과 아웃도어 워킹, 캠핑을 성장동력으로 하는 한편 빅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고객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세부 전략도 마련했다.
특히 코오롱스포츠는 등산만이 아닌 도심까지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확대하면서 이를 어필하기 위해 고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년 동안 기술력을 집중해 아토텍(Atto-Tek)이란 자체 소재를 개발해냈다. 이 외에도 이미 사용 중인 드라이플러스, 울 플러스 등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기능성 소재 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은 주요 구매층이 40~50대에서 30~40대로 확대되면서 신규 고객이 창출된 만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국내에서 초기단계인 스마트패션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오롱스포츠는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스마트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2006년 처음 출시된 ‘라이프세이버 자켓’의 경우 영국의 세인트마틴과의 산학협동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산행 도중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 생존도구(상처소독제, 비접착 지혈 패드, 정수제, 보온포 등)가 장착되어 있다.
2008년 출시된 아이시리즈 자켓은 자켓의 소매와 배낭의 어깨끈을 통해 애플사의 아이팟 조작이 용이하도록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라이프택 자켓’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전도성 소재를 이용한 스마트 섬유인 히텍스가 내장되어 조난 시 저체온증 등의 위험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다. 또 이 제품 양쪽 소매 상단 부위 투명 포켓에는 광섬유가 삽입되어 있어 원거리에서 위치 파악이 가능하며 야간 산행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성장동력으로 젊은 층 고객 수요와 캠핑시장을 꼽는다. 기능성 의류뿐아니라 캠핑, 여행 등 가벼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10대~20대 고객 비율이 최근 2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젊은 층을 계속해서 공략하기 위해 제품 스타일 종류 역시 작년 대비 35~50%가량 늘렸다.
또 캠핑인구가 두 자릿수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1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캠핑장 수 역시 450여 개에 이르면서 캠핑전문 매장인 ‘캠핑샵’과 ‘캠핑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 스포츠의 올해 매출 목표는 6,800억 원이며 이는 작년 대비 11.5% 증가한 것이다.
블랙야크는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블랙야크가 올해 세운 매출 목표는 7,650억 원이다. 이는 작년 매출 1위인 노스페이스의 올해 매출 목표인 7,000억 원보다 많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올해 1위 자리가 뒤바뀌게 된다. 블랙야크가 이런 야심찬 도전에 나선 것은 섬세한 마케팅 전략과 기술력 덕분이다.
블랙야크 마케팅 전략은 크게 ‘다운’, ‘키즈’, ‘소수’라는 키워드가 중심을 이룬다. 우선 HAT 지수로 소비자에게 적정 수준의 다운을 추천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HAT란 히말라야(Himalaya), 고도(Altitude), 온도(Temperature)의 약자로 블랙야크와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온도마다 최적의 다운중량을 제시한다는 마케팅 콘셉트이다. 아웃도어 업체 중 키즈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블랙야크는 유아동 라인강화를 위해 사이즈를 대폭 늘려 제품을 출시했다. 또 아웃도어 제품을 이용하는 빅사이즈 고객을 위해 사이즈를 타사에 비해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블랙야크의 핵심 고객은 35~45세이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대접받고 있는 젊은 층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SNS 활동, 다양한 공모전뿐 아니라 슈퍼모델, 레이싱팀 후원 등 젊은 층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인 소통 전략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또 적극적으로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블랙야크 브랜드 동반 상승을 꾀하는 점도 돋보인다.
블랙야크의 또 다른 자신감은 제품 기술력이다. 블랙야크 아웃도어 제품은 에어탱크공법으로 생산된다. 이 공법은 공기투과도 ZERO를 자랑하는 코팅처리 된 안감을 사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필 파워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블랙야크가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을 위해 선보인 BP라인은 여느 제품보다 패션라인을 강조한 기술이다. 아웃도어는 나이 들어 보인다는 선입견을 가진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구축해 국내 고객들의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도약의 예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중 처음으로 네팔에 단독 매장오픈을 들 수 있다. 이 매장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진출은 물론 북유럽과 러시아 등으로 판매망을 넓혀 나간다는 포석이다. 또 아웃도어 본거지인 유럽 시장 내 명품 아웃도어로의 이미지 확립도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한편, 빅 3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다크호스들의 도전이 심상치 않다. 작년에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진 빈폴 아웃도어는 올 신장률이 무려 200%에 가깝다. 자체 개발 소재인 큐브블록을 적용해 만든 다운 점퍼 등을 통해 국내외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대비 대폭 가격대를 낮춰 후발 주자의 약점을 보완한 ‘루켄’이란 브랜드도 있다. 이 브랜드를 론칭한 이랜드는 ‘국내 최초의 아웃도어 SPA’라고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9,900원짜리 플리스 집업티셔츠를 선보이며 아웃도어 고객들의 시선 끌기에 나섰다. 이미 2013 F/W 아웃도어 전쟁은 시작됐다. 튼튼한 브랜드 경쟁력으로 선두 유지를 자신하고 있는 노스페이스와 탄탄한 기술력으로 아웃도어 본연의 기능을 갖춰 언제든 패권을 넘겨받을 태세인 코오롱스포츠.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와 글로벌브랜드 구축을 통한 국내시장 공략이라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올해 당장 1위에 올라서려 하는 블랙야크 등 빅 3의 선두그룹 싸움에 다크호스들의 거센 도전이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는 기능에 디자인을 추가했다. 또 세대간 특성화 분류를 통해 다양한 상품군을 출시하며 골프웨어 고객들까지 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