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 경기 여파로 인도경제 둔화 구조적 문제 아닌 단기적 현상일 뿐”

[INTERVIEW] 비쉬누 프라카쉬 주한 인도대사

지난 10년간 연평균 7.9%의 성장을 거듭하며 신흥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아 온 인도 경제가 예사롭지 않다. 루피화 가치는 연초에 비해 20% 이상 하락했고 물가는 계속 상승 중이며 쌍둥이 적자로 인해 외환보유액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여기에 만성적인 사회 양극화와 60%를 넘는 빈곤층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인도 경제가 구조적인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런 세계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환율 안정’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 대학교 석좌교수를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로 임명한 것이다. 라잔 총재는 “최근 인도 경제 둔화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둔화이며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의 결과일 뿐”이라고 밝히며 외국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인도 경제의 마중물이라 할 수 있는 외국 투자자금의 축소를 불러온 금융규제부터 완화했다. 그 결과 급전직하하던 루피화가 안정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라잔 효과’ 덕분에 인도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라잔 효과는 일시적인 신기루일 뿐이며, 쌍둥이 적자나 성장률 둔화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포춘코리아는 이 같은 인도경제의 상황을 좀 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확인하기 위해 비쉬누 프라카쉬 인도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앞서 제기한 각종 현안에 대해 “모든 게 잘 될 것(All is well)”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인도와 한국은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인도 시장은 “조선?철강?에너지 분야의 한국기업이 진출하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Q 신흥 시장을 이끌었던 인도 경제가 최근 좋지 않습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인도 경제 둔화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이 둔화에는 대내외적인 요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외부적인 요인으론 아시다시피 글로벌 경기 둔화를 꼽을 수 있겠죠.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기 하향의 영향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 나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받는 영향의 크기는 다르죠. 인도 역시 눈에 보이는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언급으로 인도 채권 수요가 줄어들었고 단기적으로 자금이 빠져 나가 자본시장이 불안해졌죠. 내부적인 요인을 살피려면 인도 경제 구조를 조금 알아야 합니다. 그 동안 빠르게 성장해 온 인도는 에너지의 80%를 수입에 의존해 왔습니다. 해외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작년 에너지 수입액만 보더라도 1,6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물론 수출도 하긴 합니다. 같은 기간 600억 달러의 석유제품을 수출했죠. 여기서 중요한 건 1,000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또 우리나라(인도) 는 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나라예요. 연간 1,000톤에 가까운 금을 수입합니다. 이것이 국가의 부에 도움이 됐지만 작년이나 올해는 외화유동성에 부담이 됐다고 봅니다. 세 번째 국내요인으론 경상수지 적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경상수지 적자폭이 GDP 대비 5% 정도였고, 정부는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4.8%까지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지난 10년간 약 7.9%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5.5%정도를 예상하고 있어요. 내년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인도 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상회할 만큼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환보유 규모도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지난 3개월 동안 루피화는 평균 20% 정도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어요. 지난 10일간 상승세를 보였다는 거죠. 9.5% 정도가 급등해 달러당 63루피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화가치는 브라질, 대만 등 많은 나라에서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외화보유액이 2,800억 달러 수준인데, 그 정도면 건실한 수치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 중 하나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의 국내 송금액을 들 수 있습니다. 액수로 연간 700억 달러 정도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해외 직접투자 규모도 2011년 사상 최대치인 36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3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인도는 여전히 많은 세계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율 문제나 해외직접투자 등에 대한 지적은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단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루피화도 정상적인 수준에 곧이를 겁니다. 그럼에도 많은 도전과제가 있다는 점만큼은 인정합니다. 인도 경제는 과도기니까요.

지난해 정부의 해외투자자에 대한 과세 방침이 투자규모를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도의 과세는 다른 나라와 비 교해도 일반적인 수준입니다. 다만 과세와 관련해선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실제적인 검토 단계에 있고 곧 도입될 것입니다. 그중 법인세는 20% 정도 선입니다. 개인에겐 최대 33% 정도 부과되는 세금 항목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나 국가가 그런 것처럼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이 수립된 후에도) 수정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인도는 매년 해외에서 200억에서 3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제가 만난 한 경제 전문가는 인도가 2030년에 전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인도의 산업 인프라 부족과 유통구조 낙후성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도 있습니다.

인프라 부문이 약점인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도 정부가 끊임 없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 매년 2,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죠. 이 자금은 매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 대책수립을 비롯해 고속도로, 지하철 건설, 스포츠, 문화기반 시설 확립에 쓰여지게 될 것입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유통 구조 개선입니다. 곳곳에 물류창고를 건설 중에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투자를 받아 인도 주요 도시들을 잇는 산업철도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를 DMIC 프로젝트라고 부르죠. 일종의 산업회랑으로 델리와 뭄바이를 잇는 산업철도입니다. 이 철로를 따라 주변에 종합적인 산업 기지가 건설 중인데 그 규모가 900억 달러입니다. 4,180 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업회랑 주변에서 인프라 프로젝트만 100여 개가 진행되고 있어요. 이 중 라자스탄 지역에선 250에이커(30만 평) 면적의 첫 한국 전용 산업단지 건설도 진행 중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산업단지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인도는 지난 경제성장 과정에서 빈곤층 비율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또 지역 양극화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인도는 면적도 넓고 인구도 12억에 달할 만큼 큰 나라입니다. 인구 증가세는 2015년까지 계속 될 것이고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1947년 당시 전 인구의 90%가 빈곤층이었습니다. 이젠 60%정도가 됐죠. 아직도 빈곤층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 양극화도 여전히 존재하죠. 다른 곳에 비해 부유한 남부와 서부가 있어 지역편차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 세계 어느 곳에도 빈부격차를 해결한 나라는 없습니다. 일본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죠. 이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빈부격차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할 거예요. 하지만 개선 노력이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빈곤층에 제공하는 혜택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MGNREGA (Mahatm a Gandhi National Rural Employment Guarantee Act·마하트마 간디 국립농어촌 고용보장법)를 들 수 있습니다. 빈곤층에 속하는 가족의 구성원 중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연 100일 동안 국가 공공 사업부문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법으로, 정부에서 1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교육권을 상당히 강조하는 나라입니다.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하고 있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모든 아이들(1억 4,000 만명)이 점심식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인도의회에서 발효된 식량안전보장법은 빈곤층에 속하는 국민들에게 식량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법안입니다. 전 국민의 3분의 2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인도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에 불과한 개발도상국이지만, 빈곤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나라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증가 추세라면 머지않아 중국을 넘어설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인구증가는 인도의 도전 과제 중 하나지만, 인도는 지금 가장 젊은 나라입니다. 2020년에 인도 평균 연령은 29세, 중국은 39세, 유럽은 47세가 될 것이란 분석자료가 있습니다. 또 인구 배당효과도 있죠. 전세계적으로 노령화가 진행 중인 와중에서 평균연령이 젊다는 건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구 증가는 도전과제이자 경쟁력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있을 총선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 보십니까.

가장 간단한 질문이군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리고 인도의 지난 65년 역사에서 어떤 정부가 입각하든지 성장세는 지속됐습니다.


한국과 인도 양국 경제 교류에서 좀 더 확대해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인도와 한국은 상호보완적 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자, 선박 등의 기술이나 제조부문에서 경쟁력이 아주 뛰어나죠. 각종 소비재, 인프라 산업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가정에 있는 전자제품 52%가 삼성, LG 등 한국 기업 제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기업 제품은 인도 국민들에게 친숙하죠. 2020년 인도 시장 규모는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입니다. 인도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가진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시장입니다. 조선, 철강, 에너지 등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양국 교역 목표량이 400억 달러인데, 2015년 무렵에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에너지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 에너지 장관께서 방한하셨는데 회의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아시아에너지장관회의는 2005년 델리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아시아에는 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들이 많은 만큼 주요 에너지 수요국들 역시 많이 모여 있습니다. 이러한 회의의 목적은 천연가스 공급을 적절히 조절해 보자는 것입니다. 또 최근 미국의 새로운 천연가스 추출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에너지 수요국들이 모여 수요국 입장에서 에너지 가격의 합리적인 조정을 바라는 협의안을 도출하자는 것이 주 목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영화산업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영화를 만드는 나라입니다. 한 해 1,25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합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선 “All is well”이란 대사로 유명한 영화 ‘세 얼간이들’이 큰 인기를 끌었죠. 한국에 보다 많은 인도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매달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산과 서울에서 열렸고 인천에서도 곧 개최할 예정입니다. 특히 인도 영화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깊은 철학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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