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 현물거래소 성공적 안착 거래주체 유인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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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내년 초에 금 현물시장을 개설한다. 한국거래소는 성공을 자신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금 현물거래소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거래주체들을 금 현물거래소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에 달려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금은 구리와 함께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금속이다. 금은 밝은 노란색을 유지하는 특성 때문에 변함없이 인류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금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 기원전 5,000년께 만들어 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이 후기 석기시대부터 부의 축적 수단으로서 사용돼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금에 대한 사랑은 우리나라에서도 각별했다. 삼국시대 때 화려하게 세공된 왕관은 왕권의 상징이었다. 최근에도 금 사랑은 여전하다. 아이가 첫 번째 생일을 맞았을 때 주는 선물도 금반지다. 그렇다보니 웬만한 가정에서도 몇 돈씩의 금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음성적인 금 거래시장은 볼륨도 어마어마할 뿐더러 그 정확한 규모 파악도 불가능하다. 요즘에도 간이천막을 세워놓고 금을 매입하는 소규모 불법업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취급하는 금은 거의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는 무자료 거래로 매매된다. 일선 업자들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고금(古金)매입 시 무자료 거래를 빈번히 할 정도니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

고금은 개인이 보유한 금반지 등을 매입해 이를 원재료로 재사용하는 금을 말한다.

정부는 연간 전체 고금 거래 규모를 3조4,000억 원에서 4조5,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솟값과 최댓값의 차이가 큰 이유는 이들 자료가 업계 면담 등을 통해 추산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체 고금 매입 규모 중에서 음성거래의 규모가 2조2,000억 원에서 3조3,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음성거래에 부가가치세 10%를 매긴다고 하면 연간 2,200억 원에서 3,300억 원 규모의 세수가 새고 있는 셈이다.

최욱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일반상품시장부 부서장은 말한다. “금 현물시장 개설 이야기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이미 2008년부터 금 거래 양성화를 위한 여러 조치가 있었죠. 현물시장 개설과 관련해서는 원래 금과 석유, 농산물 등 세 가지가 물망에 올랐었는데, 현재 금 현물거래의 60~80%가 음성거래이고 또 탈세를 목적으로 한 거래가 주가 되다 보니 우선적으로 금이 선택된 겁니다. 금 현물거래소의 운영 성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석유나 농산물 거래소도 따로 개설할 겁니다.”

한국거래소 이야기와는 별개로 시장은 너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시장 관계자들이 관련 내용을 처음 접한 건 올해 7월 정부가 금 현물거래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속전속결이었다.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돼 ‘금 거래소 설립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더니 연내 모의거래시장을 열고 내년 1분기 중 공식 출범하겠노라 천명했다. TF팀 출범 4개월 안에 모의거래시장까지 열겠다는 말이다.

시장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말한다. “사실 금 현물거래 자체에 큰 관심이 없어요. 금에서 투자수단으로서의 매력을 찾기가 어려워졌거든요. 세계적인 투자회사들도 금값이 더 떨어질 거라 호들갑입니다. 외국인이나 기관이 투자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해외시장이 있는데 굳이 우리나라에서 거래하는 외국인들이 있을까요? 기관이 현재 금 현물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나 업자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요인도 현재 크지 않습니다. 개설 초기에 금 투자와 관련한 붐 같은 게 불거나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특별한 유인이 있다면 모를까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시장활성화의 내용은 결국 거래량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거래량은 반복매매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거래 주체가 짧은 시간 동안 사고팔기를 많이 할수록 거래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도 금 현물거래가 상품 특성상 주식이나 선물, 옵션처럼 반복매매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참여의사를 가진 회원 증권·금융사에게는 모두 시장을 개방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다. 오히려 참여를 독려해야할 입장이다.

금 현물거래시장에 참가하려면 회원사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금 현물거래소 창구를 제공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이 든다는 말이다. 증권·금융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자금을 투입해 거래 창구를 열었는데 (거래량이 적어)고객들로부터 받는 거래 수수료가 창구운영 비용에 못 미칠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비용만 드는 게 아니라 보수비용, 유지비용, 관리비용 등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여차하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금 현물거래의 반복매매가 코스피200이나 선물·옵션보다는 적을 것이라 인정한다. 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기우라고 주장한다. 최 부서장은 말한다. “현재 금 거래 상황만 보면 그런 우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매수가격과 매도가격 간 차이가 워낙 크거든요. 하지만 이는 거래 상대가 아주 극소수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금 현물거래시장은 참여 인원이 훨씬 많은 경쟁매매시장입니다. 경쟁이 붙으면 붙을수록 매수·매도 간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요. 금 현물거래소가 개설되면 매수·매도 간 차이는 0.5%도 안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거래가
잘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데 한국거래소는 시장설계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약후강의 시장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금 선물이 거래 중이므로 현물시장이 들어선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양 거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다. 금 선물과 현물을 결합해 차익거래나 헤지거래를 구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데이트레이더나 스캘퍼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 상황이 반복해 찾아올 수도 있다. 이는 한국거래소에서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초 정규시장 개설에 앞서 연내 모의거래소를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가장 우려됐던 전산시스템 구축이나 실물 금 보관소 등의 문제도 이미 해결됐다. 하지만 금 현물거래소의 성공여부는 시스템 구축에 있지 않다. 시장활성화에 달려 있다. 따라서 거래주체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금 현물거래소의 안착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속전속결이었다.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돼 ‘금 거래소 설립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더니 연내 모의거래시장을 열고 내년 1분기 중 공식 출범하겠노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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