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민간 우주여행객 사관학교

THE TRIALS AND TORMENTS OF SPACE SCHOOL<br>민간인 우주비행사가 되어 준궤도 우주여행을 떠나려면 어떤 훈련을 받아야할까?

우주로 보낼 사람을 선별할 때는 항상 후보자들의 결점에 대해 신랄하고 엄격한 평가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주탐사 초기에는 아무런 결점도 발견되지 않은 사람만이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었다.

초창기 이에 부합한 대상은 대부분 전투기 조종사였다. 유리 가가린, 닐 암스트롱 등 1060~1970년대 거의 모든 우주비행사가 여기에 속한다. 완벽한 신체조건에 더해 위기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임무통제센터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전투기 조종사의 자질이 큰 점수를 받았다.


이후 우주가 군사적 목적 이상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해지자 각국 우주기구들은 과학자들에게도 우주인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후보자들을 제트기에 태우고, 깊은 물속에 던져 넣으면서 시력이나 혈액순환, 성격적 결함 등을 철저히 파헤쳐 적임자를 찾는다.

이런 가운데 수년전부터 본격 전면에 대두된 민간 우주항공 기업들에 의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전투기를 조종해본적도, 천체물리학을 배워본 적도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 바로 그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미국 버진 갤럭틱의 민간 관광용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SpaceShip Two)’가 처음으로 비행속도 마하 1을 돌파했으며,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영국의 억만장자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은 올 하반기로 예정된 스페이스십 투의 상용 비행에 직접 탑승할 계획이다.

또한 XCOR도 올 초 우주여행선 ‘링스(Lynx)’의 시험비행을 예고했다. 돌발변수만 나타나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일반인들을 태우고 준궤도 우주비행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민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역시 독자적인 민간 우주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적어도 현재까지 우주는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일지언정 쉽게 범접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특히 일반인들에게는 갈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지극히 추상적 장소로 남아있다. 그런데 민간 우주기업들의 등장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제약은 있다. 우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스페이스십 투나 링스에 타려면 1인당 9만5,000~25만 달러를 내야한다. 갑부이거나 빚을 내서라도 꼭 우주에 가겠다는 사람이 아니면 지금과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돈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도 문제는 남아있다. 오랜 기간 철저한 훈련을 거친 우주비행사가 아닌 여행가방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카메라, 멀미약을 넣고 우주선에 오르게 될 일반인이 신체적으로 우주비행을 감내할 수 있을지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훈련시켜야 할까. 버진 갤럭틱의 대변인은 이 질문에 낙관적인 답을 했다.

“회사 설립 초기에 자체 수행한 평가·훈련 결과에 따라 저희는 대다수 사람들이 우주비행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것과 실제 그렇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생각보다 엄청난 체력이 요구된다. 필자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샘솟던 미국 펜실베이니아 남동부 사우샘프턴의 어느 여름 날. 필자는 국립항공우주훈련·연구(NASTAR, 나스타) 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국립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미국 유일의 사립 우주비행 훈련 시설이다.

기대와 달리 나스타 센터의 첫 이미지는 실망스러웠다. 상점과 사무용 건물들에 둘러싸인 커다란 창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기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 발사 및 대기권 재돌입 시의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지구상 몇 안되는 장소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사진이 보였다. 나스타 센터를 찾은 명사들의 사진이었다. 리처드 브랜슨과 버즈 올드린도 있었다. 계속 걸어가니 비상탈출 시뮬레이터와 감압실을 지나 대형 중력가속장치(centrifuge)가 나타났다. 오늘 필자는 이 녀석 안에서 한계상황에 직면하며 구토와 실신을 하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로비에는 다소 들뜬 모습을 한 4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에서 지급해 준 듯한 비행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비영리기구(N해)인 미국로켓아카데미(USRA)가 선발한 1기 대원들이라고 했다. 현재 USRA는 NASA에서 수행하는 2년여의 교육을 생략해도 무방한 새로운 범주의 우주비행사, 일명 ‘시민 우주비행사’를 찾고 있으며, 나스타 센터에서 만난 4명 모두 올해 발사될 링스의 티켓을 보유하고 있다. 나스타 센터는 이들을 활용해 미래의 일반인 우주관광객들에게 적용할 훈련 과정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USRA 설립자인 에드 라이트는 지난 수개월간 이 교육을 준비해왔다. 그는 민간인 우주비행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으며, 그것이야 말로 ‘시민 우주 과학’이라는 또 다른 범주의 과학연구를 향한 도약대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저희의 시민 우주비행사들은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선별한 몇몇 우주과학 실험을 링스 내부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NASA의 연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초적 수준의 실험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나스타 센터에는 USRA의 시민 우주비행사 외에도 준궤도 우주비행 교육생들이 더 있었다. 우주 비행을 환상적인 휴가라고 생각하는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 자신이 교육 받는 이유를 끝내 정확히 밝히지 않은 대학 강사, 그리고 고객들이 어떤 교육을 받게 될지 미리 체험하러 온 유럽의 신생 민간우주항공기업 고객관리자 등이었다.

이날 교육은 강의로 시작됐다. 싱가포르 공군 군의관 출신의 쉬 엥 팬이 뉴턴의 물리학과 인간 생리학의 기초를 알려줬다. 그에 따르면 인체의 대부분은 순환기관을 흐르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뉴턴의 운동법칙에 언급되는 관성, 속도, 가속도,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순환기관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

예컨대 중력가속장치가 선사해줄 6G에 달하는 중력가속도에 인해 혈액이 다리로 몰리기라도 하면 뇌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면서 의식이 상실된다. 이를 ‘지락(G-LOC)’이라 하는데 눈이 뒤집어지고, 몸에 경련이 일어난 뒤 의식을 잃는다. G-LOC 직전에 터널 시야나 일시적 실명을 경험하기도 하며, 의식을 잃은 잠깐 동안 꿈을 꾸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생들은 G-LOC을 막아줄 특별한 호흡법을 배웠다. 다리와 엉덩이, 심장 아래쪽 주요 신체부위의 근육에 힘을 준 상태에서 빠르고 깊게 숨을 쉬는 것이 요점이었다.



정오가 되자 필자는 이번 훈련이 정말 지옥 같을 것임을 직감했다. 사실 필자의 집안은 대대로 멀미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는 증기선을 타고 인도로 가는 동안 구토 때문에 뱃전에 매달려 살다시피 했고, 부친은 여객기를 처음 탔을 때 멀미봉투를 구토물로 가득 채웠다. 필자 역시 지금껏 여객기와 배, 자동차 모두에서 멀미를 해봤다.

어쨌든 호흡법 연습을 마친 교육생들은 중력가속장치로 이동했다. ‘피닉스(Phoenix)’로 명명된 이 장치는 거대한 망치처럼 생겼으며, 길이가 족히 15m는 돼 보였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탑승자에게 최대 12G의 중력가속도를 가할 수 있다. 이렇게 탑승자가 고통 받는 모습은 우리가 서 있던 대기실의 모니터로 실시간 생중계된다.

오늘 체험할 중력가속도는 두 가지였다. 몸의 위아래로 가해지는 Gz와 가슴에서 등쪽, 즉 몸의 앞뒤로 가해지는 Gx가 그것. Gz은 앞서 말한 G-LOC을 유발하며, Gx는 입술이 뒤집히고 폐가 찌부러지는 고통을 준다. 쉬엥 팬에 의하면 그나마 Gx는 가장 참아내기 쉽다. 10Gx이상이 돼야 부상을 입는 만큼 우주관광객들에게 그리 위험한 중력가속도도 아니라고 했다.

“준궤도 우주선에 탑승하면 최대 4.5Gz, 6Gx에 노출됩니다. 오늘은 2.2Gz, 3.5Gz, 3Gx, 6Gx의 4가지 상황을 재현할 겁니다. 여러분은 각각 10초 정도를 견디시면 됩니다.”

첫 주자로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가 나섰다. 오랜 항공기 조종 경험 때문인지 그는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훈련 내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6Gx에서조차 팔굽혀펴기 동작을 흉내 내며 여유를 보였다. 대기실로 돌아온 그에게 교육생들은 박수갈채와 하이파이브를 선사했다.

다음 차례는 필자와 비슷한 또래의 대학 강사였다. 테스트 시작을 알리는 신호등이 켜졌고, 모니터에서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3번째 차례였던 필자가 피닉스에 다가가자 훈련을 끝낸 대학 강사가 비틀거리며 불안한 자세로 서 있었다. 땀을 어찌나 흘렸던지 머리카락이 비를 맞은 듯 했다. 필자는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피닉스의 계단을 올랐다.



민간 준궤도 우주비행의 특성과 여행과정은 이미 상당부분 공개돼 있다. 버진 갤럭틱을 예로 들어보면, 먼저 모선 격인 ‘화이트 나이트 투(White Knight Two)’가 6명의 승객을 태운 스페이스십 투를 결착한 채 활주로를 이륙한다. 15㎞ 상공에 도달하면 스페이스십 투가 모선과 분리되면서 로켓 엔진이 점화된다. 8초 내에 초음속으로 가속이 이뤄진 스페이스십 투는 서서히 기수를 세우면서 수직 상승하고, 약 70초의 엔진 작동시간 동안 마하 3.5의 최고 속도로 고도 100㎞의 준궤도에 도달한다.


이렇게 준궤도에 오른 스페이스십 투는 5분여간 머물며 승객들에게 우주의 무중력 체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기수를 내려 지구 중력에 몸을 맡기며 나선형으로 하강을 시작한다. 승객들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할 수 있지만 이때도 잠시나마 최대 6G의 중력가속도가 가해지므로 마냥 편안히 경치를 감상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이후 고도 21㎞까지 하강한 스페이스십 투는 기수를 높여 일반 항공기의 비행각도를 유지하면서 25분간의 활공비행을 통해 지상에 착륙한다. 탑승에서 착륙까지는 총 2시간이 소요된다.

지금껏 버진 갤럭틱과 XCOR은 일반인 승객을 우주로 안전하게 데려가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썼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골칫덩이 난제들은 남아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우주 여행객의 자격이다. NASA의 경우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았다. 일단 신체조건이 시력 1.0 이상, 혈압 140/90 이하, 신장 157.5~190.5㎝ 이내여야 한다. 또 수중생존훈련을 통과하고,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덧붙여 미 연방항공청(FAA) 규정에는 18세 미만 민간인의 우주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적어도 현재까지 우주여행선 탑승 여부는 민간 우주항공기업도, FAA도, 정부도 아닌 승객 본인의 의지에 상당부분 달려있다. 때문에 나스타 센터에서의 훈련은 승객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직접적 도움이 된다. 버진 갤럭틱 또한 우주비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중력가속장치부터 탑승해보고 결정을 내리라고 권고한다. 10분 이상 버텨내지 못한다면 티켓 구매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모든 승객들에게 그 같은 훈련을 의무화해야하는 지에 대해선 관련업계들도 고민 중에 있지만 말이다.

또 하나의 이슈는 100㎞ 고도에서 승객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좌석에서 일어나 무중력 체험을 해도 괜찮을까? 혹여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대소변이 급한 승객이 있으면 어찌 해야 할까? 나스타 센터의 우주 훈련·연구 책임자인 브린나 헨우드는 “교육생을 보낸 기업들은 저희가 훈련을 통해 무엇을 발견했는지 매우 궁금해 한다”며 “나스타 센터는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많은 부분에 답을 해줄 몇 안 되는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민간 우주여행의 세부적 과정이나 안전절차가 표준화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반 항공기의 좌석 등받이나 좌석 식판의 표준 규격을 정하는 데에도 수년씩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피닉스에 탑승한 필자는 안전벨트를 힘껏 조였다. 좌석 앞의 스크린에는 각종 계기판과 가상 지평선이 나타나 있었다. 그 순간 스피커에서 쉬 엥 팬의 목소리가 나왔다.
“준비 되셨나요?”
“예, 준비 됐습니다.”

피닉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1.4G의 중력가속도가 만들어졌다. 항공기가 수평 비행을 할 때 가해지는 중력가속도였다. 스크린에서는 지평선과 평행을 이루며 산들이 아래로 지나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의심이 많은 필자의 내이(內耳)는 시각정보를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수평비행이 아니라 원운동을 하고 있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조금 어지럽군요.”
“알겠습니다. 준비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어지럼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아질 기미가 없네요. 그냥 시작하시죠.”

피닉스의 첫 기동은 우측으로의 급선회(Gz)였다. 약 45도 정도 틀었던 것 같았다. 그러자 내이가 가상 상황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앞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보냈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떨어진다고 정정했다. 빨리 소리를 지르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필자의 눈은 어디를 봐야할지 알 수 없었다. 패닉이 찾아올 때쯤 가상 지평선이 수평으로 돌아왔다. 4가지 훈련 중 하나가 끝난 것이었다.

“이제 두 번째 훈련에 들어갑니다. 첫 번째와 모든 게 동일하지만 중력가속도가 3.5Gz로 높아질 겁니다. 근육에 힘을 주시고, 숨은 빠르고 깊게 쉬셔야 합니다.”

3.5Gz이 덮쳤을 때 필자의 눈은 또 다시 목적지를 잃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눈앞에 붉은색 핏줄 모양이 보이면서 조금씩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 의식 상실의 전조증상인 터널 시야였다. 오전에 배운 호흡법도 소용없었다. 어느새 모든 시력이 사라졌다. 바로 그때 피닉스가 수평상태로 복귀했고, 시력이 돌아오면서 메스꺼움이 함께 찾아왔다.

가장 고통스럽다는 Gz이 끝났지만 필자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 눈앞의 가짜 지평선을 진짜로 믿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것만이 피닉스 안에서 최소한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Gx로 넘어갑니다. 준비 되셨습니까? 셋... 둘... 하나”
몸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그리고 엄청난 힘이 짓눌렀다. 그 힘에 입술이 뒤집혔다. 10초가 지나고 원상태로 돌아오자 마치 빌딩 옥상에서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6Gx. 만일 그때 이 테스트를 견디거나 권총으로 자살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했을 만큼 공포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이윽고 피닉스가 다시 가속했고, 목젖이 목 뒤에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 글자그대로 몸이 완전히 찌그러졌다.

이것을 끝으로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테스트가 종료됐다. 그러나 필자의 내이는 여전히 비명을 질러댔고, 점심에 먹었던 훈제 소고기가 신물과 함께 올라왔다. 피닉스의 문이 열리고 나서도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서야 간신히 나갈 수 있었다.

대기실에 돌아오자마자 필자는 비행복의 지퍼를 내리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티셔츠는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다른 교육생들이 30여분 동안이나 등을 두드려주며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줬다. 교육생들을 조용히 관찰하러 왔던 필자가 오히려 관심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필자보다 시간과 돈, 용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멀미라고 밖에는 표현이 불가능한 중력가속도에 대한 내성도 월등히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필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의 훈련은 준비운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본 행사는 실제 스페이스십 투의 준궤도 비행과정을 완전히 경험하는 모의 시뮬레이션이었다. 지옥 같은 Gx와 Gz을 번갈아가며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쉬 엥 팬은 시운전 때는 실제 비행에서 가해지는 중력가속도의 50%를, 최종 테스트에서는 100%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매어주며 단호한 목소리로 주의를 줬다.
“전방의 스크린에서 시선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해야 피닉스의 움직임과 스크린에 시현된 화면의 불일치에 의한 내이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머리를 머리받침에 붙이고, 그 자세를 유지했다.

쉬 엥 팬은 필자에게만 특별히 맛보기로 시뮬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 스페이십 투가 이륙해 모선인 화이트 나이트 투에서 분리되는 순간에 피닉스 캡슐이 크게 흔들리며 기울어졌다. 좌석에 앉은 채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아직 메스껍지는 않았지만 두려움이 엄습했다.

스크린에 나타난 풍경은 지구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커지는 두려움과 중력가속도를 이겨내기 위해 옴 힘을 짜내야 했다.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급기야 고도 100㎞에 이르러 무중력 상태가 되면서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상태가 나아진 필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지구의 만곡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보이는 건 뭐죠?”
쉬 엥 팬이 대답했다.
“로스앤젤레스입니다.”

스페이스십 투가 선회를 하자 시야에 샌프란시스코가 들어왔다. 그동안 기계음이 대기권 재돌입까지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을 해줬다. 몇 분이 흘렀을까. 피닉스가 엄청난 소음을 내며 대기권 재돌입 절차를 재현했다. 머리가 쭈뼛해졌다. 발사 때만큼은 아니어도 두렵기는 매한가지였다. 가까스로 고도 15㎞에 접어들면서 시뮬레이션이 종료됐고, 쉬 엥팬이 물었다.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 보시겠습니까?”

필자는 잠시 동안 생각에 빠졌다. 어지럽고 무서운데다 뼛속까지 탈진한 상태였다.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이지만 교육생들이 비싼 돈을 내고 훈련하는 피닉스에 구토물을 쏟아내기도 싫었다. 결국 이렇게 답했다.
“아니오. 안 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시민 우주비행사로서의 필자도 사라졌다.





나스타 센터를 떠난 필자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라델피아공항의 뉴욕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항공기가 이륙하는 순간, 필자의 머리는 부지불식간에 Gx를 계산하고 있었다. 피닉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Gx는 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항공기가 상승하면서 우측으로 회전을 할 때도 스멀스멀 밀고 들어오는 Gz이 느껴졌다. 혈액이 발로 쏠리는 기분이 살짝 들었지만 터널 시야나 의식상실을 일으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힘이었다.

불현듯 필자가 육체의 연약함을 보완해줄 ‘과학기술의 방패’ 안에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것은 객실 내의 압력을 조절해주는 여압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안전시스템이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큰 불편 없이 항공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고도 3,000m에 진입하면서부터 기내에 산소공급이 이뤄진다. 만일 순항고도인 약 10㎞ 상공에서 산소가 추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누구라도 15초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게 되며, 급기야 사망에 이른다.

이런 항공기의 생명유지시스템은 필자 이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먼저 비행하며 완성된 결과물이다. 과연 민간 우주여행이 지금의 항공기만큼 안전한 비행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일반인들이 우리 대신 테스트베드가 돼야 할까. 수백만 명? 수십만 명? 대략 수만 명이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100㎞ 상공에서 지구와 별을 바라보겠다고 막대한 비용과 지독한 메스꺼움, 치명적인 중력가속도를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이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USRA의 시민 우주비행사들이 진정 최고이기를 희망한다. 또한 이들과 같은 소수의 선구자들에 의해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 우주를 체험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지기를 바란다. 나스타 센터에서의 훈련을 통해 우주공간보다는 지구가 걸맞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필자는 땅에 발을 딛고서서 그들을 열렬히 응원할 테니 말이다.

6Gs 준궤도 우주비행선 승객들에게 가해지는 최대 중력가속도

버즈 올드린 (Buzz Aldrin) 아폴로 11호에 탑승, 닐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달 표면을 밟은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순환기관 (circulatory system) 혈액과 림프액을 만들고, 몸 전체로 순환시키는데 관여하는 인체기관의 총칭.
터널 시야 (tunnel vision) 마치 터널 속에서 입구 쪽을 바라보듯 가운데를 제외한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상.
여압 (pressurization) 대기압보다 기압이 낮은 곳에서 압력을 높여 지표면과 유사한 기압 상태를 구현하는 것.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