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HEALTH & WORK] 당신의 삶은 안녕하십니까?

비지니스맨을 위한 힐링요가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때가 찾아 온다. 내가 추구하고 싶은 삶과 내가 행하고 있는 삶의 괴리가 클 때 고민은 깊어진다. 우리는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할까. 힐링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깨달음을 찾아가 보자.
글 ·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k.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

콘래드 호텔 스파에서 일하는 문지현(38) 팀장.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문 팀장은 고급 호텔 스파에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다. 고객 얼굴만 봐도 결리는 신체부위나 마음 속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일을 할수록, 정작 자신의 마음은 잘 보이지 않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에 대한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

“호텔 일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요. 이 일은 내가 배우고, 전공하고, 오래 해온 일이에요. 하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목표와 제 가치관이 충돌할 때마다 자꾸 딴생각이 들어요.” 문팀장은 말한다.

문 팀장은 작은 힐링센터를 꿈꾸고 있다. 도시인들이 하루 이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주도에 마련하고 싶다. 힐링 푸드를 먹고 요가나 명상, 트래킹을 하며 휴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머릿속에 있다. 하지만 확신이 없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요? 일에 대한 비전을 찾고 싶어요.” 문 팀장은 답을 찾아 12월 인도로 명상여행을 떠났다.

오태훈(40) 아키플랜 디자인 본부장도 명상여행에 동참했다. 오 본부장은 건축설계사로 독일 벤츠 박물관, 중국 베이징 CCTV 사옥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오 본부장은 건축설계 일을 사랑했다. 평생 할 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 “전에는 제 일이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고,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자신했어요. 하지만 요새 제 일은 대기업 건축주 입맛을 맞춰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오 본부장에겐 남모를 꿈이 있다.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하고 싶다. “아직 늦지 않은 나이에 진정 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마흔 나이가 부담스럽죠.” 오 본부장은 말한다.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감도 느낀다. “제 꿈이 비전인지 아니면 사춘기 소년의 방황 같은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가져 볼만한 회의와 혼란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는 부쩍 그런 생각이 는다. 일터에 비전이 없다면 어찌 될까? 열정도 없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는 자괴감이 찾아오고, 잘나가는 동료와 비교된다. 경쟁에서 밀린다는 두려움, 인간관계의 갈등이 커진다. 무엇보다 일하는 즐거움, 재미가 없다.

은행 잔액, 수입차, 강남 아파트가 바람직한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올해 매출 목표가 회사의 존재 의미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삶이나 조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피로가 누적된다. 사람들이 일에 대한 목표를 세울 때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조직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 돈을 벌고 유명해지는 것. 또 하나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편의나 안락,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일이다. 즉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고, 주변에 기여하는 삶이다.

전자든 후자든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가는 길이 불행하기 십상이다. 자아중심적인 삶에는 온통 자신밖에 없다. 성취와 실패, 앞서거나 뒤처지는 것뿐이다. 일이 틀어지면 분노와 고립감, 두려움, 좌절, 내적 공허가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삶의 의미를 되묻는 시간이 찾아온다. 바쁜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 퇴근길 밀리는 버스 안에서, 혹은 주말에 한가하게 누워 TV를 보던 중에도. 이게 다야? 인생이 이런거야? 더 없어?

이때 요가에선 명상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주문한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과거에 열쇠가 있을 수 있다. 가난에 찌들었던 아이는 돈과 부를 좇아 살고, 주목 받지 못한 사람들은 명성을 추구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과거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성취한다 해도 지속적인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반응에서 벗어나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

콘래드 호텔 문지현 팀장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인도에서 명상하는 첫 이틀간 문 팀장은 조급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급급한데, 수업은 과거로 향했다. 어릴 적 상처를 돌아보고, 가족관계를 돌이켜보며 과거가 오늘날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반추하게 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호흡을 거듭하면, 뇌파에 변화가 생기며 알파파가 증가한다. 알파파는 8~13헤르츠의 주파수 뇌파로 긴장을 풀고 휴식하는 상태에서 생긴다. 창의력이 높을 때 나오는 뇌파이기도 하다.

문 팀장도 명상 상태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 즐거웠던 추억 등을 더욱 또렷하게 기억해냈고, 이들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자각할 수 있었다. 문 팀장은 말한다. “과거 어떤 일로 인해 나는 안정감을 가장 중요시하며 살아온 걸 깨닫게 됐어요. 불안한 상황이 오면 저는 늘 달아났어요. 직장에서든, 친구 관계에서든 다 그랬죠. 하지만 뭔가 그럴싸한 핑계를 항상 대며 저 자신을 속였죠.”

현 직장에서 겪는 갈등도 그와 비슷했다. 스트레스가 커지니, 달아나고 싶던 것이다.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비전이 더욱 명확해졌다. 현 직장에 남거나, 새 일을 꾸리는 게 당장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현 직장에 한계는 있어요. 제가 오너가 아닌 이상 제 마음대로 직장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겠죠. 그래서 꼭 힐링센터를 열 거예요. 거기에 이르는 준비과정으로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싶어요. 더 이상 달아나지 않고요.” 스스로를 깨달으니 비전이 명확해졌다.

오태훈 본부장이 깨달은 바는 좀 건조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잊었던 과거를 떠올리거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깨닫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전 요가니, 명상이니, 비전이니 하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명상을 통해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더욱 분명해졌어요. 허튼 야망은 있을지 모르지만 허튼 꿈은 없어요. 서두르지 않고 편하게 마음을 가지려 해요. 가족에 대한 비전과 일에 대한 비전을 조화시켜 조금씩 나아갈 생각입니다.”

명상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요가 나무자세가 비전을 찾고 다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높게 뻗고 가지와 잎사귀를 웅장하게 펴려면 땅에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고 있어야 한다. 나무자세도 마찬가지다. 발과 다리가 나무 뿌리라면 몸은 나무 몸통, 팔은 가지다. 발을 지면으로 꾹 눌러 다리를 단단하게 강화할수록, 신체가 안정되어 상체를 하늘로 확장할 수 있다. 몸통과 팔에서 열림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발과 다리가 안정되지 않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몸통이 수축되고 긴장되어 위로 뻗을 수 없다.

비전도 나무와 같다. 뿌리는 나 자신에 대한 비전이다. 먼저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고,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내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인생을 경험하고 싶은지가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갖고(Have), 무엇을 하고(Do)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Being)에 대한 비전이다. 나에 대한 비전이 단단하면 나머지 비전은 자연히 해결된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가질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즐겁게 살 수 있다. 일과 건강, 관계에 대한 비전은 자연스럽게 풍성해진다. 이를 유념하며 나무자세를 수련해 보자. 몸의 깨달음이 마음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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