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국, 이륙 준비를 마치다

CHINA GETS READY FOR TAKE OFF

5년 전 탄생한 국영 중국 기업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적할 수 있을까? 중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코맥 COMAC은 매우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다.

by SCOTT CENDROWSKI
Photographs by TONY LAW


우리 일행 다섯 명은 중국이 가장 최근에 이룬 ‘위업’이라는 비행기 조종석에 꽉 끼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코맥이라 불리는 국영 기업 중국상용항공(Commercial Aircraft Corp.)의 휘황찬란한 공장 - 상하이 외곽에 위치해 있다 - 안에 들어와 있었다. 두 명의 경비원이 넓게 퍼져 있는 조립 구역을 돌아다니며 흰 가운을 입은 우리 방 문자들을 주시했다. 필자는 이미 작업 현장에 몰래 커피를 반입하려다가 주의를 받은 상태였다. 이곳에는 두종류의 비행기가 있었다. 하나는 작은 지선 비행기인 ARJ21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들어간 비행기였다.

애틀랜타와 뉴욕을 오가는 대형 제트기인 C919와 유사한 종류였다. 소형차 크기의 조종석에 옹기종기 서 있는 네 명의 코맥 직원 중 홍보 담당자가 “이 비행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밝은 초록색 유리로 된 디스플레이를 아래로 내려보기도 했다. 그들은 조종간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기기들을 검사했다. 누군가 C919와 에어버스 제트기의 유사성을 지적하자 직원들은 “중국이 언젠가 항공 산업의 대표 주자인 에어버스, 에어버스의 라이벌인 보잉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것이 바로 그 꿈을 실현시켜줄 비행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몇 분 후 계단을 통해 작업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진짜 현실을 실감했다. 우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실물 크기의 비행기 모형을 보고 있었다. 초록색 디스플레이는 진짜가 아니었다. 진짜 C919는 여전히 설계 중이다.


코맥은 세계가 이제까지 진행한 적 없는 규모의 항공 실험이다. 5년 전 설립된 이 회사는 10년 이내에 항공 산업 분야에서 비행기 모형 제작을 넘어 상용 제트 여객기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이 너무 오랜 시간 장악해 ‘복점(duopoly)’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의 묘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코맥은 중국 정부가 성공적인 항공기 제조회사를 만들려다 실패한 후 2008년 몇 개의 항공기 회사를 병합해 설립한 국영 기업이다(코맥은 계약을 통해 다른 기업이 몇 년 전 착수한 ARJ21을 이어 받았다). 중국 정부는 세계 시장의 70%를 지배하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한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30억 달러를 투자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이 항공 산업처럼 국수주의적인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보다 중국이 스스로 설정한 빡빡한 일정이 더 충격적이었다. 당시 코맥은 첫번째 제트 여객기 C919(C는 중국을 가리키고, 9는 영원을 뜻하는 중국어와 비슷하고, 19는 190명의 정원을 의미한다)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트 여객기인 보잉의 737과 에어버스 A320과 경쟁할 것이며 6년 이내, 즉 2014년 전에 하늘을 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항공국(International Bureau of Aviation)의 자문 회사 - 코맥이 겨냥한 서구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 - 사장 필 시모어 Phil Seymour는 “가장 인기 있는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것은 뻔뻔한 태도다. 나는 코맥이 신뢰를 얻기 위해 10~20년 정도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은 항공 우주산업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어버스는 2032년이면 중국의 항공 여객 운송량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항공 여객 운송 시장은 이미 세계 두번째 규모다. 보잉은 같은 기간 중국이 총 가격 7,800억 달러에 달하는 5,580대의 비행기(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상용 비행기 수와 맞먹는다)를 추가 구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조 7,000억 달러의 외화를 보유한 중국은 계속 미국과 프랑스에 비행기를 주문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기보단 위험이 크더라도 항공 산업 조성에 그 돈을 투자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런던에서 매킨지 McKinsey의 항공 우주 방위 사업을 총괄하는 존 다우디 John Dowdy는 “중국은 돈이 많다. 100억 달러를 쓰고 또 100억 달러를 쓰고 또 100억 달러를 써도 여전히 쓸 수 있는 돈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현금 더미 외에도 중국은 항공기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수년 동안 항공기 부품의 핵심 공급망이었다. 코맥은 보잉 737의 ‘수평 안전판’이라 불리는 꼬리 부분과 A320의 화물칸 문틀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최소한 비행기를 조립할 수 있는 능력도 입증했다. 중국은 설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2009년 이후 합작 투자의 일환으로 톈진의 북쪽 도시에서 130대 이상의 A320기를 조립했다.

그러나 항공우주산업은 까다로운 사업이다. 수플레 레시피를 따라한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를 보장할 수 없듯이, 돈과 기술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비행기에는 약 40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단 1퍼센트의 연비 차이가 제트 여객기의 성패를 가름한다. 우유 파동, 고속열차 충돌, 학교 부실 공사 등 최근 몇 년간 중국을 뒤덮은 설계와 제조실책들은 허용될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 확실한 한 가지는 중국이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한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코맥은 경쟁사들과 큰 차이가 없는 비행기를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또 지연되고 비난받은 보잉의 787 드림라이너 프로젝트처럼 C919기의 주요 부품들을 외주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 항공 사업의 성공은 계획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고문인 시모어는 “크게 성공하거나 쫄딱 망하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상하이(인구가 2,400만 명이나 된다)의 혼잡한 도로를 질주하는 검은색 뷰익 Buick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회사 운전사는 한 손은 핸들에 놓고, 다른 한 손은 콘솔의 숫자판에 올려 놓고 있었다. 그는 교통이 혼잡할 때마다 숫자판을 눌러 다양한 경찰차 소리를 냈다. 우리 앞의 차들을 뚫고 나갈 때 경찰차 소리를 냈고, 그것이 효과가 없으면 더 위협적인 사이렌 소리를 울렸다.

회사 차량은 호화스럽고 교통 체증에 구애 받지 않았다. 제조부터 연구, 설계, 고객 지원에 이르기까지 코맥의 사업은 팽창하는 대도시를 가로질러 퍼져 있기 때문에 차량은 매우 유용했다. 상하이는 100년 넘게 ‘중국의 비행’에 대한 야망의 중심이었다.

지난 1911년 레네 발론 Rene Vallon이라는 프랑스인이 상하이에서 복엽기 *역주: 날개가 2조로 되어 있던 초창기의 비행기로 중국 최초의 중항공기 비행(heavier-than-air flight)에 성공한 바 있다. 라이트 형제가 키티 호크 Kitty Hawk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시승하고 8년 후였다. 그러나 중국의 항공우주 산업은 부진하다가 1970년대 후반 보잉의 707기를 본뜬 대형 제트 여객기 Y-10을 만들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상하이 곳곳에 제조 공장과 고객 서비스 건물들이 들어섰다(현재 코맥이 이 중 일부를 사용한다). 그러나 Y-10은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단 한 대만 비행한 후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상하이의 과거 실패들은 지금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대적인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 외주제작을 맡기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항공사들의 이윤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오늘날 제조업체들은 아주 적은 효율성이라도 달성하고자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
코맥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비행기 생산 방법을 ‘기체 제작사 공급업체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는 코맥이 설계와 조립을 맡고, 공급업체들이 거의 모든 핵심 부품들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업체들 중 대부분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코맥과의 합작 투자에 서명한 서구 기업들이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공유 정책을 ‘돈으로 기술을 사는(pay to play)’ 방식이라 말하는 외국 회사들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GE와 프랑스 기업 사프란 Safran의 합작 투자인 CFM은 C919에 들어가는 엔진을 제공한다. 그러나 CFM은 기업 비밀 공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코맥 협력업체와의 합작 투자는 거절했다. CFM의 수석 부사장인 체이커 찬러 Chaker Chanhrour는 지난 7월 언론 간담회에서 “우리에겐 보호하고 싶은 기술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코맥 경영진이 자신들은 전문적 기술과 지식이 많지 않고,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웃음이 많은 코맥 회장 진 좡롱 Jin Zhuanglong은 “코맥은 뛰기 전에 먼저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 박사인 그는 중국의 인공 위성과 우주선 산업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무더운 아침에 한 카메라맨이 우리 인터뷰를 촬영하자, 검은 바지에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은 10여 명의 참모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진 회장이 서구 취재진과 한 두 번째 인터뷰였다.

진 회장은 기대를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는 통역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5년간 힘든 문제들을 겪었다”,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코맥은 어리고 우리 능력은 아직 약하다”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C919로 이동하기 전까지 30분 동안 계속 이런 맥락에서 신생기업이 마주한 난관들을 설명했다. 그는 두 대기업이 장악한 항공산업의 판도를 일부 바꿀 수 있는 비행기의 출현 가능성을 인정했다. 진은 “나는 항상 우리가 단기간에 에어버스나 보잉에 큰 도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의자에서 몸을 조금씩 앞으로 내밀며 “그러나 단일 제품이라는 점에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919는 코맥의 역량을 입증할 것이다. 더 작은 제트기 ARJ21은 코맥이 공식 설립되기 6년 전부터 제작에 돌입했다. 이 제트기는 2008년 이후 시험 비행을 하고 있으나 지연, 규제 등의 문제에 직면해 왔다. 애널리스트들은 경쟁 상대인 항공기보다 더 무겁고, 비효율적이고, 6년이나 늦어진 항공기가 회사의 미숙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반면 C919는 에어버스의 A320를 빼 닮았다. 두 비행기의 날개 길이는 35.8m로 똑같고, 전체 길이는 겨우 1m 차이가 난다(C919의 길이는 38.9m이고 A329은 37.6m다). 재료도 거의 똑같다. 원래 C919 설계에 따르면 중앙 날개 박스(날개와 기체가 붙는 부분)에 복합 재료를 써야 했다. 하지만 코맥은 올해 초 보잉이 드림라이너에 복합 골조를 쓰면서 난항을 겪는 것을 보고 이 구상을 접었다. 현재 기체는 전부 알루미늄(거의 모든 제트 여객기에 사용되는 재료와 비슷하다)으로 제작되고 있다. 코맥은 C919 프로그램을 위해 100명 이상의 외국인 전문가들(수십 년간 항공 산업에 몸담은 사람들도 많다)을 고용했다. 미국의 GE와 레이시온 Raytheon에서 경력을 쌓고, 2010년 코맥에 합류한 전 GE항공 경영진 잭 리 Jack Lee도 그중 한 명이다. 그의 아내는 여전히 위치타 Wiichita의 자택에 살고 있다. C919가 국가 인증 - 중국에선 규칙과 규정에 대한 관료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리의 업무다. 코맥은 중국의 미국연방항공청(the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에 해당하는 CAAC와 미국연방항공청으로부터 비행기 승인을 얻을 계획이다.

리는 자신이 합류하기 전에는 코맥이 FAA나 CAAC 기준에 대해 거의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일례로 직원들은 ARJ21에 들어가는, 협력업체들이 선적한 부품들에 대해 무결점 테스트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 테스트는 인증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다. 리는 품질 관리자 특유의 불신하는 태도로 “직원들은 평범한 검사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C919 생산이 시작되자 ARJ21에서 일어난 지연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공급업체 부품 테스트에 국제 기준을 도입하기로 계획했다.


첫 C919를 조립하기까지 적어도 1년이 남은 지금, 비행기 제작을 준비하기 위한 시설 구축이 한창이다. 이 곳은 상하이 국제 공항에서 남쪽으로 떨어져 있다. 비행기 동체를 생산할 알루미늄 벤딩 공장은 옹기종기 모아놓은 독일산 장비를 제외하면 텅 비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길 건너에는 축구 구장 3개를 합친 것만큼 길고, 비행기 두 대를 나란히 세울 수 있을 만큼 넓은 비행기 최종 조립 건물이 들어섰다. 이곳에선 직원 20명이 콘크리트 바닥을 마무리하고 있다. 고객들을 위해 이륙 준비를 마친 비행기는 이동식 조립 시스템을 통해 1.9마일 길이의 길 위에 올려질 예정이다. 이 길은 공항의 새로운 다섯 번째 활주로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거대한 건물이 텅 비어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동쪽 대도시에 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서쪽으로 이동시킬 만큼 빠르게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공항은 건설할 수 있다. 차이나 데일리 China Daily에 따르면 중국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80개 이상의 공항을 신축하고, 100여 개의 공항을 확장할 예정이다. 내륙 후베이 성 중앙의 선농지아 Shennongjia같은 외딴 도시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활주로 건설을 위해 산정상을 깎았다.

C919의 첫 고객이 될 중국의 자국 항공사들은 비행기 구매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46개 항공사가 중국 본토에서 운항하고 있지만 3개의 국영 항공사(중국 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가 운송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C919가 연료 효율 면에서 보잉의 737이나 에어버스의 A320과 비교가 안되더라도 국유 항공사들은 구매 압박을 받을 것이다. 코맥이 받은 400건의 비행기 주문 중 대부분은 중국 항공사나 중국의 항공기 임대 기업이 주문한 것이다(GE의 항공기 임대 회사가 20대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티그룹 등은 C919의 판매 가격이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세대 737과 A320보다 약 1,000만 달러 낮은 7,500만 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C919가 경쟁업체들과 비슷한 효율성을 갖게 된다면 낮은 가격으로 서구의 저가 항공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예상한다.

회계사이자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항공사 경영인이 이러한 추정에 더 힘을 실어주었다. 라이언에어 Ryanair의 CEO이자 솔직한 아일랜드인인 마이클 올리어리 Michael O’leary는 보잉, 에어버스, 코맥의 기술적 차이에 대해 묻자 “모두 다 도요타 코롤라 Toyota Corolla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올리어리는 다소 허풍스러운 태도를 그의 장기로 활용해왔다. 화장실 유료화 논의와 입석 도입 계획은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초저가 유럽 항공사(평균 운임은 40유로, 약 55달러다)에 엄청난 공짜 광고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올리어리는 P.T.바넘 P.T. Barnum의 쇼맨십과 리처드 브랜슨 Richard Branson *역주: 현재 영국 버진 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괴짜 경영인의 반항심을 잘 믹스해 기업을 홍보하고 있다. 그래서 2011년 올리어리가 C919의 세부 요소들에 대해 코맥과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업계는 너무나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올리어리는 심지어 서구 항공사 최초로 구매 주문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이언에어는 비행기 구매를 약속하지 않았지만 계약에 따라 비행기에 대한 요구 사항을 공유할 것이다. 코맥은 요구 사양에 따라 비행기를 제작할 수도 있다. 라이언에어가 정말 코맥으로부터 바라는 것은 결국 숫자 놀이다. 항공사들은 국제 안전 규정에 의해 승객 50명당 한 명의 승무원을 고용해야 한다. 현재 라이언에어가 보잉 737기로 태우는 승객 수는 보통 189명이다. 코맥이 C919를 더 길게 만들어 모두 이코노미석으로 이뤄진 168개의 좌석에 31개의 좌석을 추가할 수 있다면 (다른 종류의 비행기는 190명의 승객을 태울 것이다) 라이언에어는 추가로 승무원을 고용하지 않고 199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올리어리는 “364일 동안 우리가 매일 운항하는 모든 비행기마다 40유로의 평균 운임을 받고, 10명의 승객을 추가로 태운다면 20년 동안 매년 거의 100만 달러의 매출이 손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라이언에어와 코맥은 일 년에 두 번 미팅을 갖고 있다. 올리어리는 코맥이 2021년까지 199개의 좌석을 갖춘 항공기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비슷한 기간 737과 A320의 새로운 기종을 준비하기 때문에 이는 C919를 위한 완벽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리어리는 “중국이 여분의 좌석을 만들 수만 있다면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만약’이 올리어리가 모르는 유일한 가정은 아니다. 과연 라이언에어 승객들이 중국에서 제작한 제트 여객기에 탈까? 필자는 물론이고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올리어리는 “라이언에어 승객들 중 99%는 자신들이 어떤 종류의 비행기를 타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중국에서 만드는 컴퓨터나 의료 기기는 신뢰한다. 문제는 중국에서 만든 비행기에 탈 것인가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게다가 미래의 승객들이 아이폰을 내려놓고, 비행기 정보 카드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도 뉴욕과 워싱턴 DC를 오가면서 자신이 브라질산 제트기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승객들이 있을 수 있다. 1980년 대 당시 콧대 높은 항공 기업 경영자들은 아무도 브라질에서 만든 비행기를 타지 않을 거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 후 상 조제 두스 캄푸스 Sao Jose dos Campos에 위치한 엠브라에르 Embraer는 1년에 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럼 코맥이 현대적인 제트 여객기를 만든다면 실제로 항공사들이 구매할까? 중국 항공사들은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나 틸 그룹 Teal Group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아부라피아 Richard Aboulafia는 코맥의 외 주제작 방법이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맥이 서구 회사들과 합작 투자를 추진할 때 서구 회사들이 일급 기술을 뒤로 숨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급업체들은 계속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의 가장 훌륭한 최신기술이 여기 있소. 1984년 기술이지만 최신이자 가장 훌륭한 기술이요’라고.”

그는 C919를 위해 특별 제작되는 CFM의 엔진 LEAP-1C를 지적했다. CFM은 코맥 엔진이 보잉 엔진보다 1년 먼저 완성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에 쓰이는 모델과 똑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부라피아는 신기술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근거로 들며 “똑같이 좋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CFM의 대변인 릭 케네디 Rick Kennedy는 이에 대응해 “팬의 크기와 다른 장치 사항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LEAP(도약)은 LEAP이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몇 년간 코맥을 여섯 번 방문한 컨설턴트 스탠리 차오 Stanley Chao같은 회의적인 인물들은 과연 C919가 날기는 할지 의심하고 있다.

차오는 “코맥 엔지니어들이 우리 고객인 공급업체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하고, 더 쉬운 방법이 없는지 묻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전했다. 차오는 “회의가 끝날 때마다 ‘보잉은 어떻게 했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보잉이나 에어버스는 어떤 업체와 일합니까? 그들이 FAA에 제출한 서류의 샘플을 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듣는다. 그들은 이유나 방법을 늘 잊는다”고 지적했다(코맥은 자신들이 인증 등의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급업체들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코맥이 향후 10년간 C919를 통해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항공업계 자문 회사 어센드 Ascend의 수석 고문 에디 피에니아젝 Eddy Pieniazek은 “에어버스는 A320을 생산하는데 20년이 걸렸다. 중국인들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데이터를 분석하는 영국의 컨설턴트 업체 어치빙 더 디퍼런스 Achieving the Difference의 매니징 파트너인 클라이브 루이스 Clive Lewis는 “코맥이 C919를 만들면 929와 939를 계획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항공기들을 제작해 단일 통로(a narrow body) 항공기와 이중통로(a wide body) 항공기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코맥이 언젠가 결국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에어버스도 한때 미국 대기업에 맞서는 중소기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에어버스 차이나의 사장 에릭 첸 Eric Chen은 “코맥이 C919로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먼저 코맥은 길고 험한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잉 차이나의 사장 마크 앨런 Marc Allen은 다시 부상하는 러시아를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상용 비행기에 진출하려는 모든 국가 중 “중국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코맥은 C919를 하늘에 띄워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다. 진 회장은 필자에게 C919의 첫 비행이 적어도 1년 늦은 2015년까지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2016년이나 2017년이 더 현실적인 시한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맥을 방문한 초기, 필자는 코맥의 ‘기업 문화’ 담당 직원 6명과 함께 상하이의 멋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수프를 먹은 후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 필자는 50년 후나 100년 후에 코맥의 미래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부분 20대에서 30대인 직원들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깐 침묵이 흘렀다. 이들 대부분은 코맥에 자신의 커리어를 바쳤다. PR담당인 장 정궈 Zhang Zhengguo는 회사 때문에 베이징에 부인을 두고 왔다. 또 다른 직원은 가족들 중 처음으로 대도시에 와서 경력을 쌓고 있다. 아직도 옥수수와 밀을 재배하는 그의 시골 부모는 아직도 도시를 방문해본 적이 없다. 그는 “부모님이 코맥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에 오시는 게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몇 분 후 그는 테이블의 모든 사람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필자에게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다시 상기시켰다. “코맥이 계승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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