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가 사비에르 니엘 Xavier Niel이 프랑스 교육 제도를 개혁하려 하고 있다.
By Vivienne Walt
키 큰 중년의 한 남성이 파리 북쪽 황량한 외곽지역의 건물 벽에 기대 서 있다. 그는 밝은 녹색 머리카락을 땋아 내린 젊은 여성과 한창 토론 중이다. 그녀는 형광빛 파랑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손으로 남성에게 중요한 점을 설명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예술가 같은 20대 젊은이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는 이 남성은 공연 에이전트도, 대학 교수도 아니다. 물론 이 남성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사비에르 니엘이란 이 남성은 프랑스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순자산 78억 달러 추정), 프랑스 통신업계를 혁신하며 부를 쌓은 인물이다. 니엘(46)은 프랑스에서 개혁이 가장 더딘 또 다른 분야인 교육을 바꾸고 싶어 한다.
지난 9월 니엘은 프로그래밍 학교 ‘42’를 개교했다. 학교 이름은 1970년대 고전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서 따온 것인데, 이 작품에선 ‘42’가 항상 인생의 미스터리에 대한 답이다. 파리 북쪽지역(포춘은 이곳에서 학생과 대화를 나누던 니엘을 발견했다)에 들어선 이 학교는 프랑스 입시의 거의 모든 규칙을 깨고 있다. 일단 수업료와 입학조건이 없다.
‘42’의 입학시험을 본 7만 명의 프랑스 청년 중 40%가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학교의 유별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니엘은 건물 외부에 해적 깃발을 내걸었다.
니엘은 학교를 설립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프랑스 기업이 고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인재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매년 자퇴생이 2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니엘을 비롯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원인이 국가가 관장하는 규격화된 시험에 집착하는 프랑스 교육에 있다고 지적한다. 창의적인 괴짜와 반항적인 혁신가보단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교육이 문제라는 것이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 Pierre-Auguste Renoir와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같은 천재들을 배출한 프랑스이지만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와 스티브 잡스 Steve Jobs 같은 인물 양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엘은 프랑스에서 소외된 아이들, 중산층 및 색다른 경력을 원하는 엘리트 학생 모두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줄 방법을 기술에서 찾고 있다. 그는 “사회 내 이동성이 적다”며 “의사 아들로 태어났다면 대개 의사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흐뭇해 하는 미소를 띤 채 자신의 학교를 설명하면서 “다소 체제 전복적”이라 말했다.
니엘은 ‘체제 전복’ 전문가다. 그는 파리의 화려한 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다소 가난한 크레테이 Creteil 교외지역에서 자랐다. 프랑스 CEO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프랑스의 아이비리그 격인 그랑제꼴 Grandes Ecoles 출신이지만, 니엘은 대학을 다니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로 코딩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는 “문자 그대로 차고에서 홀로 시작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자신의 성공을 설명했다.
니엘은 여러 통신용 툴을 비롯한 성인용 채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술 기업들에 팔았다. 그가 불과 18세 때 일이다. 이 기업들은 프랑스 텔레컴 France Telecom의 획기적인 온라인 서비스였던 미니텔 Minitel에 콘텐츠를 제공했다.
니엘은 26세 때 프랑스 최초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월드넷 WorldNet을 설립했고, 2000년 5,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1991년에는 일리어드 Iliad를 설립해 프랑스 기업 중 최초로 TV, 전화, 인터넷을 묶은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서비스에 영어로 프리 Free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네 번째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권을 따내며 프리 모바일 Free Mobile을 설립, 월 이용요금이 20유로(약 28달러)밖에 안되는 혁신적인 무제한 통화 요금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의 경쟁자들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니엘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일리어드의 시가총액은 10년간 11배 뛰어 올라 98억 유로(135억 달러)에 이르렀고, 일리어드 주식 55.3%를 소유한 니엘은 갑부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 최대 신문사인 르몽드 Le Monde 지분의 상당 부분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아웃사이더같은 이미지를 통해 프랑스 엘리트 기업인과는 거리가 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니엘은 자신의 에너지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쏟아부을 때 이런 이미지가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만큼 명석한 인물이다. 그의 또 다른 사업인 키마 벤처스 Kima Ventures는 매년 100개의 신생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릴에 위치한 이디에이치이시 경영대학원(EDHEC Business School)의 크리스토프 로퀼라이 교수는 “그는 정말 프랑스인 같지 않지만, 지금까지 성공해온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모른다”며 “그는 체제 순응적인 마음가짐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체제에 반하는 문화는 니엘의 학교 곳곳에 퍼져 있다. 최근 3,000명의 프로그래머가 참여한 훈련캠프장 바닥에는 공기주입식 매트리스와 음료수 캔이 지저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 외곽지역을 떠나는 학생들이 몇 주간 생활할 파리로 이동하는 기차에 오르면서 버리고 간 것들이었다. 약 1,000명 만이 11월 중순 시작하는 프로그래밍 3년 과정을 수강할 예정이다. 그때에도 그들을 가르칠 교사나 정해진 수업은 많지 않다. 학생들은 창고 같은 곳에서 애플 컴퓨터 앞을 지킬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꿈꾸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마치 대규모 해커톤 hackathon *역주: 정해진 시간 동안 해킹을 하는 일종의 프로그램 마라톤 같은 장면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니엘의 생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규정에 따르면 ‘42’의 3년 과정은 학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학교 입학에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42’에 지원한 이들은 학위 따위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클레망 오프티 Clement Aupetit(26)는 “SMIC(최저임금)를 받으며 수년간 다양한 일을 했다”며 “이번 기회가 내 인생의 문을 열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프랑스 기업들은 니엘이 양성한 새로운 프로그래머 집단을 고용하는 데 망설일지도 모른다. 어떤 블로거는 프랑스 인터넷 사이트 루드 바게트 Rude Baguette에 “색다른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엘은 프랑스 엘리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그는 한때 성인용품 체인에 투자한 적도 있었다. 비록 나중에 공소가 철회되긴 했지만, 매장에서 매춘을 주선했다는 혐의로 2004년 1개월간 복역한 전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니엘은 긍정적이다. 그는 소수의 학생만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투자한 약 7,000만 유로(9,600만 달러)가 그 값을 할 것이라 믿고 있다.
게다가 그는 벌써 다음 프로젝트인 1000스타트업스 1000Startups를 준비 중이다. 니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신생기업 지원센터가 될 것이다. 2016년 개관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프랑스의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걸 해내는 데 니엘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니엘이 던지는 지혜의 화두
학생에 대해
“여기 학생들이 ‘좀 도와주실래요?’라고 물으면, 우리는 ‘아니오, 여러분 스스로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 모든 것이 다 있어요’라고 말한다.”
프랑스에 대해
“우리는 디지털 교육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매년 프랑스의 디지털분야 순위는 떨어지고 있다.”
자신의 학교와 투자에 대해
“생태계를 수립해야만 한다. 우리는 인터넷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도우려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 내 이동이 적다. 의사 아들로 태어났다면 대개는 의사가 되고 있다.” -사비에르 니엘, 일리어드의 창업주 겸 CEO
“그는 정말 프랑스인 같지 않지만, 지금까지 성공해온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체제 순응적인 마음가짐을 거부한다.” -크리스토프 로퀼라이 교수, EDHEC 경영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