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글북스 판결과 디지털시대의 저작권

김승열의 ‘Law & Business’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저작권의 개념과 그 활용이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미 연방하급심의 구글북스 Google Books 판결을 통해 디지털 저작권의 미래를 점쳐보자.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겸 KAIST 겸직 교수


구글북스 프로젝트의 저작권 침해여부에 관한 미연방하급심의 판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길고 긴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구글의 손을 들어 주었다. 도서관에 있는 책을 스캔해 검색이 가능하도록 함에 있어서 저작권자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fair use)이므로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

공정이용 법리의 연혁

공정이용의 개념은 영국의 판례법에서 시작되어, 미국의 폴섬(Folsom) 판결 등을 거쳐 1976년 미국저작권법의 개정을 통해 확립되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FTA 협상과정을 통해 저작권법 제 35조 3에서 이를 도입했다. 전통적으로 대륙법계에서는 공정이용의 사안을 열거하는 입법형식을 취했고, 영미법계에선 포괄조항을 두어 이를 인정해 왔다. 우리나라는 열거 조항에 포괄 조항을 추가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포괄 조항이 미국과의 FTA 협상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공정이용 법리의 구체적 내용

공정이용이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용의 목적과 성질, 이용된 저작물의 성질, 이용된 부분의 양과 질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미연방하급심의 관점은 구글 북스가 비영리적이고, 주로 비소설적인 서적이 대상이며, 그 내용 중 일부만 제공되고, 나아가 책의 구매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공정이용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법리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추후 상급법원의 판시 내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 판결의 역사적인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환경에서 저작권의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미연방하급심 판결의 역사적 의미

이번 판결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저작물의 통제권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이 대중의 접근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즉 공적 이용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독점권을 일부 제한하여 정보의 원활한 이용과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논거다.

문제는 공정이용이라는 보호막을 사용하는 주체와 그 활동의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용권자가 소위 ‘빅브라더’로서 독점적인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에 대해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즉, 공정이용 이라는 명분 아래 저작권을 제한한 경우 공정한 이용의 지속에 대한 합리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저작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도 필요하다. 무료검색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얻은 이익에 대한 일정 부분은 저작권자에게 보상되어야 한다. 예컨대 노래방 기기에서 선곡이 이뤄질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듯, 검색에 따른 정보이용료와 연동하여 저작권자에게 보상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정이용이라는 미명하에 저작권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이 강요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저작물의 양면성

저작물은 독창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러한 저작물이 다른 저작물의 도움을 통하여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작물의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보호와 함께 ‘저작물의 이용’ 또한 적절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저작자의 창작에 대한 동기가 보호됨과 동시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일반인의 접근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가치의 조화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소위 ‘디지털 전자도서관’을 촉진한다는 의미에서도 이 판결이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하겠다. 다만, 어떤 조건에서 공정이용이 허용될 것인지에 관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행 법규정만으로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다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빅 브라더의 출현과 통제

판결을 통해 구글 북스 프로젝트가 허용된다면, 구글에게 엄청난 독점권을 부여해, 소위 ‘빅 브라더’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구글이 가지는 전자책 시장에서의 엄청난 독점권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비해 공정이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구글의 독점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문제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공정이용법리

디지털 환경에서 일방적으로 저작권의 통제만을 강조하게 되면, 해당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이 어려워져 관련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법원은 자국의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 도서관산업의 발전이라는 비즈니스적 방향성을 바탕으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의 전자책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감안한 듯하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수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공정이용의 허용범위는 각 국가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의 정치나 경제논리를 그대로 도입해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단 우리의 특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방향 설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우리나라에서도 공정이용의 범위에 관해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법률처럼 구속력 있는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의 설정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범사회적 관심과 공론화를 바탕으로, 그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통제권과 일반인의 접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빅데이터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보호와 해당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측면의 합리적인 조화가 필요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합리적 보상이나 가이드라인 설정을 통해 저작권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림과 동시에 관련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합리적 방향설정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전환점이 될 구글북스 판결

이번 구글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등이 주축이 되어 범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디지털 환경에서 의 공정이용 법리에 대한 기본정책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저작권 등 지식재산과 관련된 산업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창조경제에도 기여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 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민간위원 및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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