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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자궁 출산 시대가 온다!

불임과 저출산에 시달리는 현대사회. 미국, 일본 등 과학 선진국들은 이 난제를 타개할 비책으로 인공장기의 일종인 인공 자궁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일본의 한 연구팀은 인공 자궁 내에서 염소를 10일간 생존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공자궁은 생명 탄생의 마지막 보루인 어머니의 자궁을 인공화 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이 불붙을 소지가 매우 큰 논제다. 과연 인공자궁은 저출산 사회의 축복일까. 아니면 인간 존엄성을 갉아먹을 흉기일까.



지구상의 모든 선진국들은 현재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 1명당 평균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인구가 유지될 수 있지만 대다수 선진국 여성들의 출산율은 그에 못 미치는 것. 이 같은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저하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인간은 생활이 풍요롭고 안락할수록 출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생존과 안락이 보장된 만큼 구태여 빈번한 출산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열심히 전파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 사회구조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는 곧 경제력과 직결되며, 경제력은 교육수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충분한 ‘스펙’을 쌓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스펙 쌓기에 몰두하다가 혼기를 놓친 사람들, 과도한 육아·교육비로 인해 다자녀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양산된다.

특히 최근의 저출산 기조는 사회적 문제와는 별개로 여성의 생물학적 번식력 저하, 즉 불임여성의 증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2012년 현재 국내 불임환자 19만여명 중 무려 15만여명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무수한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예컨대 어지간한 현대 여성의 화장대 위에는 중세 연금술사의 실험실을 능가하는 양의 화학물질이 놓여있다. 덧붙여 자궁 질환 등 질병에 의한 신체적 결함 증가도 여성의 불임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스스로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여성의 신체적 결함이나 노산의 위험성, 생식능력 저하 등이 원인이 된 타의적 저출산은 의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여성의 자궁을 인공장기처럼 만들 수 있다면 많은 불임여성들의 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인공 자궁’ 개발이었다.





인공 자궁이라고 하면 산부인과에서 미숙아를 보육하는 인큐베이터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공 자궁이 훨씬 복잡하고, 기능적으로도 뛰어나야 한다. 현재 쓰이는 인큐베이터는 미숙아에게 정맥 카테터나 비위관을 사용해 산소와 수분, 양분, 적절한 보온과 습도를 공급하는 장치다. 쉽게 말해 적어도 임신 후기(약 32주) 이상 발달이 이뤄진 태아를 위한 기기다. 그 이전의 태아는 인큐베이터에서 생존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인공 자궁은 실제 인간의 자궁과 마찬가지로 수정란(배아)의 착상에서부터 태아의 성장과 출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를 지향한다. 그런 만큼 인공 자궁 개발에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개인 맞춤형 유전체학, 조직 공학 등의 생체 기술에 더해 태아와 마이크로 스케일로 상호작용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나노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또 태아의 성장을 관찰·기록하면서 그에 맞춰 인공 자궁의 환경을 변화시켜주는 지능형 컴퓨터시스템도 요구된다. 이외에도 태반, 양수 등 태아가 실제 자궁에서처럼 정상적으로 자라나게 만들어주기 위해 개발해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다. 구체적으로 인공 자궁의 필수 구성품과 기능은 다음의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인공 자궁내막: 자궁내막은 자궁의 내벽을 덮은 점막으로 수정란의 착상과 태반의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인공 자궁에서는 체외수정을 통해 얻은 배반포기의 배아를 이 자궁 내막 속 3~4㎜ 안쪽에 착상시키게 된다. 밀폐된 인공 자궁 속에서 태아를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출발점인 동시에, 태반을 생성하고 유지시켜주는 기반이 되는 것.

이런 자궁내막은 태아의 발달단계에 따라 크기가 변해야 하므로 유리, 플라스틱, 금속같은 고체 재료로는 제작할 수 없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실제 인간의 자궁내막 조직을 배양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미국 코넬대학 훙칭 리우 박사팀. 오래전부터 관련연구를 시작해 상피세포와 기질세포(stromal cells)를 활용한 공생배양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인공 자궁 개발을 향한 최초의 실질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다능성 줄기세포 등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통해서도 인공 자궁내막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 태반: 자궁을 구성하는 모든 기관과 조직이 마찬가지겠지만 태반 역시 태아의 성장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자궁벽에 형성돼 탯줄을 통해 태아와 모체를 연결함으로써 영양분 공급, 노폐물 배출, 산소-이산화탄소 교환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 모체의 면역물질(IgG 항체)이 태반과 탯줄을 거쳐 태아에게 전달되며, 태반 호르몬은 태아의 성장을 제어하거나 뇌 발달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태반이 잘못 설계·관리될 경우 발육부진, 과잉발육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렇듯 중요하고 다양한 기능을 하는 탓에 인공 태반 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개인맞춤형 유전체학과 재생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인공 태반을 자궁 내막에서 자연스럽게 증식시킬 수도, 외부 이식형 기기로 만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본 준텐도대학의 요시노리 구와바라 박사팀이 체외막 산소공급 기술을 활용, 인공 양수가 들어 있는 탱크 안에서 염소의 태아를 237시간이나 생존시킨 적이 있다.

합성 양수: 생물학자들이 오랫동안 중요치 않다며 무시해 왔지만 양수도 알고 보면 꽤 복잡하고 유동적인 물질이다. 임신 주수별로 양과 성분이 끊임없이 변한다. 또한 태아는 양수를 흡입·배출하는데 이는 폐의 건강한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다만 인공 양수 자체는 실제 양수와 동일한 성분조성을 갖추면 되는 만큼 제조상의 기술적 어려움은 다른 인공 자궁 구성품들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양수는 물을 제외하고 전해질, 단백질, 탄수화물, 지질, 항생물질, 요소 등의 영양분 및 성장인자들이 들어 있다.

온도 조절장치: 인공 자궁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현재 연구자들은 모체의 체온보다 0.3~0.5℃ 정도 높은 37℃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설명한다. 태아 자극 시스템: 진짜 자궁 속의 태아는 어머니의 몸을 통해 다양한 감각적 자극을 받는다. 이때 받는 자극들은 태아의 건강한 발달에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태교도 근본적으로 이 자극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인공 자궁은 모체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해줬던 적절한 자극을 인공적으로 재현해야 한다.

일례로 임산부는, 아니 모든 인간은 엄밀히 말해 단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걷고, 뛰고, 서고, 앉고, 눕고를 반복한다. 잠을 잘 때도 이리저리 몸을 뒤척인다. 이러한 어머니의 몸 움직임은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따라서 인공 자궁은 이런 움직임과 몸을 움직일 때 배에 가해지는 압박감까지 재현해낼 필요가 있다.


덧붙여 태아는 청각 자극도 중요하다. 그래야 청력과 관련된 신경 영역이 제대로 발달되며, 부모와의 유대감 강화에도 좋다. 인공 자궁은 어머니의 심장 소리 등을 통해 태아의 청각을 자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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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공급: 태아는 모체의 몸 밖으로 나오는 출산과정에서 다양한 미생물과 처음 접촉하게 된다. 이후 모유 수유 시에도 미생물과의 접촉이 이뤄진다. 바로 이 미생물들이 아기의 장(腸)으로 들어가 장내 미생물군을 형성, 소화작용을 돕고 세균 감염을 막아준다.

인공 자궁 역시 생물학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머니로부터 채취한 표본을 바탕으로 미생물을 배양하는 것이 이론상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연구를 통해 모체와는 상관없이 아기에게 필요한 미생물들을 선별해 접촉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인공 자궁을 위한 각각의 요소기술들은 더디지만 착실히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르면 수십 년 이내에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의 탄생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게 될지 모른다. 주지하다시피 인공 자궁이 가져다줄 메리트는 명확하다. 불임 부부는 물론 동성애 부부, 독신자 등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생물학적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자연 유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인큐베이터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미숙한 태아들에게는 확실한 생존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인공 자궁은 공해물질이나 술, 담배, 약물 등의 위험요소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만큼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메리트는 아마도 모든 여성들을 10개월의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회사를 관둘 필요도,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병을 달고 살 염려도 없다. 경제적 이익과 건강상의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공 자궁은 과거 인간배아복제 때와 유사한 윤리성과 존엄성 논란에 휘말릴 개연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인공 자궁은 인공심장이나 인공 방광, 의수, 의족과는 다르다. 생명을 키워내고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칫 먼 미래에 인공 자궁을 활용한 출산이 보편화될 경우 아이들은 기계에 의해 길러져 공장의 상품처럼 세상에 나오게 된다.

과학기술의 역사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간이 스스로 해왔던 일들을 기계와 도구에 조금씩 더 많이 위탁해온 역사라 할 수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가 두 다리를 대신하고 있고, 주먹 대신 총칼과 미사일로 적과 싸운다. 세탁기와 밥솥, 로봇청소기, 엘리베이터, 이메일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나마 임신과 출산은 기계가 대신할 수도, 대신할 필요도 없다고 여겼던 인간만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영역이었다. 인공 자궁은 바로 이 성역을 기계가 침범토록 허용하는 것과 같다.

비관적으로 보면 인공 자궁에 의해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인간만이 ‘양산’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다룬 SF 소설 ‘멋진 신세계’나 영화 ‘매트릭스’ 같은 세상이 도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설령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인간의 탄생이 ‘공산품의 양산’ 정도로 격하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10개월 걸려 만들어진 1:1 액션피겨’ 쯤으로 치부되는 치명적 흉기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논란의 소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가 일반 아이와 동일하게 부모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지, 또한 여성이 그 아이에게 모성애라 불리는 본능적이고 무제한적인 사랑을 느끼게 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충분한 생물학적 근거에서 비롯된 의문이다. 여성은 10개월의 임신 기간 중 태동을 통해 아기와 일체감을 느끼고, 격렬한 산통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아이임을 문자 그대로 뼈에 새긴다. 그러나 인공 자궁은 그런 강렬한 경험을 여성과 아이 모두에게 줄 수 없다. 아무리 실제 자궁에서 나타나는 자극들을 재현하더라도 어머니와의 감정적 교감까지 재현할 수는 없는 탓이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볼 때도 인공 자궁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여성주의자 중 일부는 인공 자궁이 임신과 출산의 고역에서 해방시켜줄 물건이라며 반기지만, 또 다른 일부는 이것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국가와 문화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여성들에게 체력 소모가 크거나 신체적 혹사, 생명의 위험을 수반하는 일을 가급적 강요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해서 이기도 하지만 출산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도 크게 고려된 결과다. 그런데 만일 인공 자궁이 여성의 출산 임무를 떠맡아 버린다면 남성보다 체력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는 여성들이 사회 속에서 어떤 대접을 받게 될까. 전근대시대로 회귀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회적 배려들이 자취를 감추게 될 소지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아직 실용적인 인공 자궁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들을 언급하는 것이 어쩌면 시기상조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 사회가 지혜를 모으는 속도보다 과학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 인공 자궁 연구는 시작됐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맞게될 미래의 사회적 혼란에 대비해 다각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접점을 것이야 말로 새로운 기술을 올바르게 다루기 위한 선결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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