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 토비 라따 컨트롤 리스크 아시아 태평양 총괄 CEO, 앤드루 길 홀름 컨트롤 리스크 아시아 담당 애널리스트

”신흥국 중산층이 글로벌 리스크 진앙지 될 것”

갈수록 정치는 지역화되고 경제는 국제화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의 이런 대결 구도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에 환율뿐 아니라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슈도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컨트롤 리스크가 지난 1월 15일 발표한 리스크맵은 전 세계의 정치, 사회적 리스크를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포춘코리아가 토비 라따 Toby Latta 컨트롤 리스크 아시아태평양 총괄 CEO와 만나 2014년 글로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앤드루 길홀름 Andrew Gilholm 아시아담당 애널리스트도 함께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Q: 2014년 한국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글로벌 환경은 무엇입니까?

지난 10년간 고성장을 거듭했던 신흥국들의 성장 속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 성장이 더뎌지면서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국가들이 있습니다. 브라질이 그 예입니다. 그동안 상당한 경제 성과를 이루었지만 최근 월드컵 등 인프라 확충에 과도할 만큼 투자하면서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산층의 고통이 심해졌고 정부에 대한 불만 또한 높은 상황입니다.

경제성장을 통해 많은 빈곤층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 아시아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산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들 나라의 정치가 불안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은 젊고 도시에 사는 직장인으로 선거권자를 말합니다. 특히 높은 경제 성장률로 루피화 가치 하락 등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이 우세하던 인도의 경우 작년과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올해 선거에서 여당의 재집권이 불투명합니다. 더 이상 포퓰리즘이 먹히지 않을 만큼 많은 정책을 소모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에 비해 외부 경제 여건에 훨씬 취약합니다. 게다가 10년 만에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죠. 신흥국들의 경우 많은 비즈니스를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진행해 온 기업들이 많은 만큼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종합해 보면 아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는 신흥국들의 고성장 종식과 양적 완화 축소로 인한 투자규모 축소에서 기인합니다. 게다가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정권들이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기업 리스크는 더 높다고 할 수 있죠.


앞서 예로 든 아시아 신흥국들은 유럽 의존도가 높습니다. 유럽 경제 환경은 어떻습니까?

남부 유럽 국가들이 더디지만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리스크가 높은 유럽 국가는 이탈리아, 그리스, 아일랜드 정도입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뚜렷한 반등 요소가 없고 국제금융지원 만료 등 악재가 있는 국가들입니다. 반면 영국의 경우 낙관론이 이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주요국들이 경기가 살아나고 이머징 국가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음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카운터 밸런스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공통된 관심사는 내수시장 활성화입니다. 이런 환경에 대해 글로벌 기업이나 한국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중국의 경우 정치적 규제 관점에서 보면 사실 내수시장 진작과 같은 정책들이 새롭지 않습니다. 그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시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으니까요. 기업들이 외면하는 사실이 있어요. 과거 중국은 어떤 산업이든 진출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었죠. 하지만 이제 중국 내 산업간 경쟁도 치열해졌고 중국인들이 소비를 조금씩 줄이고 있어요. 자연스레 기업 이윤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중국에서 고성장을 할 것이란 기대는 버려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국유화 되어 있는 금융이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더군요. 기업들이 반드시 중국의 금융 시스템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또 중국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투자, 반독점, 가격정책 등 상당히 꼼꼼하게 간섭하고 있습니다. 내수시장 활성화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변화는 중국만의 특수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흐름은 과거 다른 개도국의 길을 따라서 중국이 정상적인 경제 프로세스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어쩌면 이런 과정을 통해 앞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 측면도 있어요. 따라서 이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다운 사이징과 함께 효율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지방에 진출한 기업들은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국의 부채 규모는 여전히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90년대 일본의 상황만큼은 아니더라도 금융 쇼크가 올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중국 정부의 부채규모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중국 언론 역시 낙관론으로 도배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지방 정부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방 부채 해결에 대한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군사적 대치 양상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A: 중·일 대치 상황에서 지금까지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하지만 정치, 군사적 대결이 양자 무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큽니다. 과거에는 이 두 나라의 구도를 콜드 폴리티컬, 원 이코노미 cold political, one economy로 보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중·일 갈등이 본격화된 18개월 전부터 이런 흐름은 깨졌습니다. 특히 2012년 일본의 전자, 자동차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죠. 이 문제는 중요합니다. 미국 기업 역시 중국의 서방에 대한 반시위 공격 때 타격을 입었으니까요.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 중국 정부가 이런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해 국가간 마찰을 활용할 소지도 분명 있습니다.


리스크 맵 보고서에 일관되게 나오는 단어가 신흥국 리스크와 중산층의 위기 및 불만입니다.

A: 중산층은 지난 10년간 아시아 국가 경제성장의 동력이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빈곤층에서 탈피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본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소비파워를 가진 만큼 신흥국들의 새로운 과제인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또 민주화를 이끈 정치 세력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외국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수주의적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광물 외 천연자원의 정부 수출 규제를 강화했죠. 중국은 중산층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보건과 제약 분야를 내수 기업 위주로 배려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욕구가 있었죠. 하지만 중산층이 소위 먹고살 만해지니까 욕구가 다양해졌습니다. 성장 속도가 늦춰지면서 부의 축적도 과거만큼 이룰 수 없어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죠. 실제로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정치적, 경제적 압박에 행사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쌓인 정치, 경제적 욕구 해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올해는 이런 아시아 신흥국가의 중산층이 가진 불만이 그들 국가의 정치, 경제 리스크가 되고 이것이 다시 글로벌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컨트롤 리스크 ‘리스크 맵 Risk Map’이란?
세계 주요국을 비롯해 70여 국가에 상주하고 있는 애널리스트가 해당 국가의 정치 · 사회를 분석, 종합해 컨트롤 리스크가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이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의 75%를 차지하는 컨트롤 리스크 고객사들이 새로운 국가나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전략서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