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글 벤처스가 희망을 걸고 있는 곳은?

WHERE GOOGLE VENTURES IS PINNING ITS HOPES

거대 검색엔진 기업의 벤처 캐피털 자회사가 실리콘밸리의 단순한 뉴스거리에서 벗어나 이제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By Miguel Helft
model created by Megan Caponetto
photographs by Sam Kaplan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물 회의실-바닥에서 천장까지 모두 유리다-에서 조용하게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더 나은 항암치료방식을 찾는 것이 그 목표다. 세 명의 젊은 직원이 수많은 포스트잇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깨알 같은 검은색 글자와 박스 디자인이 노란색 종이 위에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한 남성이 몇 분 동안 생각한 끝에, 작고 파란 스티커를 여기저기 메모지 위쪽에 붙이기 시작한다. 투표하듯이 파란색 스티커로 일일이 특정 디자인이나 글의 내용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 결과를 활용해 세 직원은 파운데이션 메디신 Foundation Medicine이라는 업체의 온라인 앱 시제품을 만든다. 목표는 의사들이 이 앱을 사용해 새로운 약물치료에 대한 기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파운데이션은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의사들에게 DNA 염기서열 분석을 이용한 진단법을 제공, 종양에 따라 효과적인 약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해 9월에 상장한 이 기업의 가치는 6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사 앱의 사용성 향상을 목표로, 이틀간의 ‘디자인 스프린트 Design Sprint’ *역주: 여러 사람이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내는 디자인 방식를 위해 파운데이션은 구글 벤처스 Google Ventures를 찾았다.

구글이 지금 당장 스스로 더 나은 항암치료제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구글 벤처스가 파운데이션을 지원하는 이유는 생명과학업체가 투자처로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구글 벤처스는 디자이너 전담팀을 두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웹사이트 개선, 모바일 앱 개발, 하드웨어 제품의 ‘미세 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구글 벤처스의 지원을 받는 블루보틀 커피 Blue Bottle Coffee의 CEO 제임스 프리먼 James Freeman은 “그들이 우리 웹사이트 변화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5년 전 비웃음과 우려 속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 구글 벤처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 받는 벤처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물론, 공동투자자가 되려는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들 역시 구글 벤처스를 앞다퉈 찾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에만 구글 벤처스 포트폴리오 기업 가운데 3개는 상장, 6개는 매각에 성공했다.

구글 벤처스의 투자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넓다. 구글 벤처스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모바일 앱이나 스마트 온도 조절 장치 기업 네스트 Nest 등에 투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 같은 분야에 투자했다. 그렇다면 자폐증 조기진단용 혈액검사를 개발하는 시냅디엑스 SynapDx 같은 기업이나 파운데이션에 대한 투자라면 어떨까? 혹은 쿨에너지 시스템스 Cool Energy Systems처럼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식물광합성을 이용한 연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구글 벤처스는 검색이나 안드로이드와는 전혀 관계 없는 교육, 금융, 로보틱스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구글 벤처스를 관리하는 데이비드 드러먼드 David Drummond 기업 개발부서 수석 부사장은 “전 세계 혁신은 대부분 구글 밖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금, 시간, 노력, 전문성, 지식, 그리고 구글 브랜드를 이용해 훌륭한 기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자체도 그렇지만, 몇몇 벤처 기업의 목표는 ‘문 샷 moon shot’ *역주: 달에 우주선을 쏘는 것만큼 대담한 시도인 경우가 있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목표를 가진 기업도 있다. 이 기업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구글이 색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혁신의 기회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환자 맞춤형으로 좀 더 개인화된 의료분야, 금융과 교육 및 청정에너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인터넷분야, 그리고 아이들이 장남감 로봇을 통해 컴퓨터과학의 개념을 배우게 될 교육분야가 바로 그런 영역이다.

구글 벤처스에는 6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대부분 구글 출신이다. 이 기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벤처 업계를 뒤바꾸어 놓았다. 최근까지 220개 이상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실리콘밸리에서 투자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 올라섰다. 또 업계 최초로 데이터 과학 전문가를 고용했다. 과거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변수를 평가, 특정 투자의 성공여부를 가늠하기도 했다. 제너럴 파트너들의 수가 2명에서 11명로 늘면서, 투자 규모도 초기 자금(seed) 정도에 불과한 수만 달러부터 지난해 초 우버 Uber에 투자한 2억 5,800만 달러까지 다양해졌다. 구글벤처스가 지원한 건 자금만이 아니다. 디자인 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의 설립자와 직원들을 위한 워크숍까지 주최해 제품 관리나 운영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구글의 폭넓은 자원을 활용해 마케팅, 채용,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도 지원했다.

다른 벤처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구글 벤처스 또한 투자수익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 벤처스에 투자하는 기업은 구글이 유일한데, 구글 벤처스가 사업을 시작한 2009년에 구글이 투자한 금액은 1억 달러였다. 그 후 투자규모는 매년 3억 달러씩 증가했다. 이는 구글이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글 벤처스는 현재 12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구글 벤처스가 지원한 기업 중 20개 이상이 지금까지 상장에 성공했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었다. 그 중 하나인 클라이밋 코프 Climate Corp.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높은 수준의 지역별 기상예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으로, 올해 몬산토 Monsanto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실패가 흔한 벤처업계에서 사업을 접은 구글 벤처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구글 벤처스 투자수익에 정통한 한 구글 최고 운영진은 구글 벤처스가 업계 평균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 벤처스의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빌 마리스 Bill Maris는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샌드 힐 로드 Sand Hill Road의 벤처 투자자들 몇몇이 말 그대로 우리를 비웃었다”면서 “당시만 해도 구글이 신생기업 투자에서 지혜롭고 훌륭하게 성공했다는 평판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 벤처 펀드로서 최고 수준의 신생기업 투자조직으로 떠오른 것은 구글 벤처스가 처음일 것이다. 기술업체들이 오랫동안 신생기업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벤처 자회사들의 성적은 평균 투자수익을 밑돌았다. 부분적으론 모기업이 시급한 전략적 자금을 필요로 할 때, 이를 지원하다 보니 투자결정이 취소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리스는 구글 벤처스가 다른 독립적인 벤처업체들처럼 자체 재정 수익을 기반으로 평가 받아야만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구글은 구글 벤처스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자회사로서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또 구글 벤처스의 모든 투자수익을 모든 직원이 공유하도록 했다. 물론 구글 벤처스가 구글의 전략에 도움이 되는 투자를 많이 한다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구글 벤처스는 구글의 라이벌인 드롭박스, 페이스북, 트위터, 야후에도 기업을 매각한 적이 있다.

마리스(38)는 생명과학을 전공한 미들버리 컬리지 Middlebury College 졸업생으로, 초기 웹호스팅 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생명공학 애널리스트로서 23앤미 23andMe의 CEO 앤 워지츠키 Anne Wojcicki(구글의 공동설립자인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과 최근 결별했다)와 함께 일한 적도 있다. 마리스는 구글 고위간부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최근 그는 캘리코 Calico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생리 노화방지 신생기업으로 구글이 설립했고, 제넨텍 Genentech과 애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아트 레빈슨 Art Levinson이 이끌고 있다.

얼마 전 마리스는 초췌한 모습으로 붐비는 회의실에 느릿느릿 걸어 들어왔다. 전날에는 구글 벤처스의 휴일 파티가 있었고, 그 전날에는 늦은 밤까지 여자친구와 약혼 축하 파티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마흔도 안 돼 보이는 30여 명의 사람들이 큰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보스턴과 뉴욕에 있는 구글 벤처스 지사에서도 몇몇이 참여해 그룹 주간 회의를 화상으로 공동 진행했다. 디자인 세션 및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CEO 회의에 대한 소식이 마리스와 다른 임직원에게 보고되었다. 지원 중인 신생기업을 위해 개최한 포춘 500대 기업과의 회의 내용도 브리핑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 회의에선 전통적인 구글 방식에 따라 모든 것이 수치화된다. 신생 기업의 자금 요청에 대해 구글 벤처스가 응답할 때까지 걸린 시간도 포함된다.

과시적인 구글의 영향력 아래서도, 마리스는 구글 벤처스에 신생기업의 문화를 이식해 왔다. 매우 중요한 요소인 이런 문화가 없었다면, 그는 재능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몇몇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비롯해 다수의 제너럴 파트너들은 구글에 기업을 125매각한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은 기업을 넘기고 더 푸른 초원을 찾아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 중에는 안드로이드 공동설립자 리치 마이너 Rich Miner, 디그 앤 밀크 Digg and Milk를 만든 케빈 로즈 Kevin Rose, 익사이트 앤 잣스팟 Excite and JotSpot의 공동설립자 조 크라우스 Joe Kraus도 있다. 보스턴 지부를 맡고 있는 마이너는 “이미 멋진 기업을 일궈낸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우리 팀들 중 다수를 구성하고 있다”며 “(구글) 벤처스는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목적지”라고 말했다.

혁신을 이룰 분야를 찾고 있는 구글 벤처스는 자사가 속한 업계까지도 그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초 구글 벤처스는 2,800만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앤젤리스트 AngelList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신생기업과 앤젤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업체로 ‘크레이그리스트 Craigslist *역주: 미국 생활정보지 같은 장터’로 묘사되기도 한다.

앤젤리스트는 신디케이트라 불리는 새로운 펀딩 모델-무명의 앤젤투자자들이 상당한 실적을 이룬 투자자와 함께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모델을 통하면 좀 더 유명한 투자자들이 특정 투자를 위한 소규모 펀드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투자자들이 구글 벤처스와 직접 경쟁하는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초기 단계 투자(구글 벤처스 투자의 절반을 차지한다)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앤젤리스트 투자를 주도한 구글 벤처스 파트너 웨슬리 챈 Wesley Chan은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 ‘미쳤어? 당신, 우리가 망할 수도 있는 투자를 하고 있잖아’라고 불평한다”며 “그래도 나라면 혁신의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구글 벤처스가 모회사의 DNA를 물려받은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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