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기아차, 프리미엄 부문 안방 탈환 총공세수입차업계,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전선 확대

2014 자동차업계 생존전략 리포트

수입차의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이 12%를 넘어섰다. 특히 대형 고급차시장은 수입차 점유율이 80%를 돌파했다. 수입차 업계는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의 거센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올해 국내 고객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또 빼앗긴 고급차시장을 되찾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만든 회심작인 신형 제네시스 판매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업체들은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프리미엄차 시장 탈환에 나서는 등 서로 상대방의 거점을 공략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p.kr


현대기아차, 고객서비스 강화해 수입차 공세 차단

현대기아차그룹은 갈수록 거세지는 수입차들의 공세를 올해는 반드시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수입차가 사상 최초로 15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시장점유율 12%를 넘어서고, 대형차 시장의 경우 수입차 업체들이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내수 판매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현대와 기아차의 당초 내수 판매목표는 각각 66만8,000대와 48만 대였다. 하지만 양 사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4%, 5% 줄어든 64만865대와 45만8,000대로 집계됐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4,000만~6,000만 원대 고급차 시장이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 가격대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81%에 달했다. 판매량은 8만 대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에쿠스(1만1,190대), 제네시스(1만264), K9(4,497대) 등 세 모델의 전체 판매량은 2만5,951대였다. 전년동기 대비 16% 감소한 수치다.안방을 완전히 내준 셈이다.

현대차는 대형 세단 제네시스 2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수입차가 점령한 고급 대형 세단 시장 탈환에 나섰다. 초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현대차는 사전 계약 18일 만인 지난해 12월 17일 계약 대수 1만2,000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계약 대수는 530대로 이전 모델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류창승 국내차 판매전략팀장은 “30~40대 고객이 전체의 48%였고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많았다”며 “젊은 전문직 종사자를 타깃으로 삼았던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고급차 시장을 탈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프리미엄차는 자동차 브랜드의 간판이라 할 수 있다. 수익성도 좋고 기술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 핵심인 만큼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데 필수다. 신형 제네시스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고급차 시장까지 겨냥한 만큼 수입 고급차와도 일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국산차 대 수입차 구도로 보면 한 모델만으로는 수입차의 성장세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서비스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일 방침이다. 현대차 중국 상용차공장(15만 대 규모)과 기아차 중국 3공장(30만대 규모)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생산·판매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3.9% 늘어난 786만 대로 잡았다. 이 중 해외판매 목표치가 660만8,000대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량인 644만9,000대와 비교하면 15만9,000대 많은 수치다. 멕시코 현대차 판매법인이 1월부터 가동되는 등 중남미 지역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브라질월드컵이나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활용한 브랜드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 수성을 위해 고객 서비스에 약1,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한 ‘신(新)고객 케어 서비스’는 내수시장 수성을 위한 처방전 성격이 짙다. 현대차는 새로운 고객 케어 서비스를 위해 고객 서비스 브랜드 ‘블루 멤버스’ 내용을 확대 개편했다. 재구매 고객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렸다. 현대차를 더 많이 구입한 고객일수록 블루멤버스 포인트를 많이준다. 적립된 포인트는 블루멤버스 포인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과거 현대차를 구매한 고객들도 과거 차량을 구매한 이력이 제도에 적용되며 향후 현대차를 구매하는 고객은 즉시 포인트 확대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새로운 개념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연다.

수입차 업계, 실용성과 가격 앞세워 시장 공략 박차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수입차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대거 2,000만~3,000만 원대 차량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대형 수입차가 강세였다면 최근에는 중소형이 인기다. 실제 지난해 2000cc 미만 중소형 수입차 판매실적은 전체의 53.5%로 절반을 넘어섰다. 개인 소비자도 늘었다. 2010년 말 개인과 법인 구매 비중은 5대 5였지만 지난해 1~11월까지 개인 구매 비중은 60%를 돌파했다. 이제 수입차는 젊은 직장인들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올해 수입차 업계는 새로운 호재를 맞았다. FTA에 따른 유럽산 차량 관세인하와 미국산 자동차의 개별소비세가 인하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한미 FTA에 따라 배기량 2000cc 이상 차량은 개별소비세가 7%에서 6%로 1%p 낮아졌다. 7월이면 유럽산 자동차에 붙던 관세 1.6%가 한·EU FTA에 따라 완전히 철폐된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BMW그룹 코리아는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이미 반영했다. 인기 차종인 3시리즈와 5시리즈를 비롯해 모두 33개 모델의 판매가격을 60만~150만 원씩 내렸다. BMW그룹 코리아는 올해에도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대표는 “FTA에 따른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 시기마다 BMW는 세금 인하분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가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도 다양한 신차 출시와 함께 고객들의 신뢰와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브랜드들은 더욱 거세게 시장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토요타는 플래그십 세단 ‘아발론’ 가격을 50만 원 내린 4,890만 원, ‘캠리’ 2.5 가솔린과 ‘RAV4’ 2륜구동 모델 가격도 각각 3,350만 원, 3,180만 원으로 20만 원 낮춰 판매한다. 또 ‘렉서스 LS600Hl’ 모델은 1억8,010만 원으로 130만 원 인하했다.

한국닛산도 ‘알티마’ ‘로그’ ‘무라노’ ‘370Z’ 등 중형 모델 가격을 각각 20만~30만 원씩 내렸다.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이사는 “지난해 닛산 브랜드는 전년대비 27.6% 성장한 3,061대를 판매했고 인피니티 역시 소폭이나마 증가하며 판매량을 견인했다”며 “올해는 다양한 신차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닛산 브랜드 4,500대, 인피니티 1,500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주춤했던 미국차도 본격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7,214대를 판매했다. 1995년 포드자동차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이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는 “지난 한 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라인업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밀착 마케팅으로 고객과 소통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포드코리아는 고품질의 제품 라인업과 질적·양적 서비스 향상 및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수입차 규모를 18만 대로 예상하며 두자릿수 성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9년간 수입차 연평균 가격은 2.9%씩 내렸다. 이 기간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중형 이상에 한정됐던 수입차 수요는 소형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새해 벽두부터 ‘실용성’과 ‘가격’을 내세워 시장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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