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 중국 · 일본 등 주요국 변수 많아 올해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 가능성”

CRISIS

증권사들의 올 주식 전망이 연초부터 크게 빗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지난해 ‘2014년 증시전망’을 통해 ‘증시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1,950선까지는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개장 이틀 만에 코스피는 1,940대로 곤두박질쳤다.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는 “올해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지난 1월 3일 금요일. 증시 마감 후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가 크게 술렁거렸다. 연초 코스피 지수가 연이틀 큰 폭으로 하락하며 1,950선이 깨지고 1,946포인트로 마감하자, 증권사 예상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몇몇 개인 투자자들이 이른바 ‘선무당 증권사 리스트’를 올려놓은 것이었다. 이 리스트에는 올해 코스피 지수 하단을 1,950선 이상으로 예측한 증권사들의 이름이 올랐다.

기업들의 실적 문제가 불거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을 비롯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최 대표는 일본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현상도 코스피 급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최 대표는 말한다. “우리나라와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저가 또 급격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 주춤하는 듯싶더니 다시 엔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경쟁력이 되살아나니 증시가 더욱 충격을 받을 수밖에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엔화 약세 흐름은 앞으로도 우리 기업과 시장에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다시 고개 드는 테이퍼링 공포

미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해 ‘시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몇몇 신흥국에서는 자금 이탈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테이퍼링 위기설’과 ‘양적완화 실패론’ 등의 주장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닥터 둠이라 불리는 마크 파버 Marc Faber 마크 파버 리미티드 Marc Faber limited 회장은 ‘테이퍼링 연착륙 성공’ 분석에 대해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결국은 마지막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원자재 투자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 Jim Rogers 로저스 홀딩스 Rogers Holdings 회장도 “아직 (경기의) 바닥을 보지 못했다”며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자산 가치가 50% 이상 하락하는 등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이런 의견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최근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극단적인 전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주안 좋아질 거다’ 혹은 ‘별 영향이 없을 거다’ 이렇게요. 저는 양 극단의 중간쯤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지난해 하반기쯤 연준에서 양적완화 축소 이야기를 살짝 흘렸는데 신흥국을 중심으로 채권금리 등이 크게 요동친 적이 있거든요.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와 지속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는데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이 파급효과를 만들어 충격파를 키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으리란 법은 없죠. 여태까지 나왔던 경기전망들도 실은 이전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한 것에 불과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언제든 전혀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어요.”

선진국 맑음, 신흥국 흐림

최 대표는 지난해 이슈에 대해 글로벌 경제 3대 축인 미국, 유럽, 중국 경제의 동시다발적 감속을 이야기하면서도 선진국과 신흥국 간 차별화된 움직임을 특징으로 지적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전망도 역시 선진국들은 긍정적, 신흥국들은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미국은 재정 위험이나 출구 전략 속도 조절 등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주택판매나 실업률 등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기도 하고요.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금융과 재정 부문에서 이미 효과를 내고 있죠. 기업 경쟁력 제고 문제가 남아 있긴 한데 현재 추세라면 이도 어느 정도 수준까진 목적한 바를 달성하리라 봅니다. 유럽도 지역 간 불균형이나 구조개혁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지난해 2분기에 7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최악은 지났다고생각합니다.”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던 신흥국들은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 대표는 말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은 대내외 수요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입니다. 특히 유로존 등 선진국 위기에 따른 무역 감소로 수출이 약화된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과 통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 구조적 위기에 직면

세계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 모델 전환에 따른 성장률 감소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자본효율성 감소, 지방정부 부채 문제, 그림자 금융 신용 증가, 산업·소득·금융 부문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 역시 심각하다. 최근에는 중국 내에서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번지자 지급준비율 인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2년 5월 지급준비율을 20.5%에서 20%로 0.5%p 인하한 후 현재까지 동결하고 있다. 중국의 통화 승수는 16배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 대표는 연내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지만, 그 효과는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성장률 감소 추세가 뚜렷한 데다 구조 개혁 추진 등으로 인한 제반 여건이 통화 회전율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다. 최 대표는 그림자 금융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러 문제보다 오히려 인구 감소라는 수면 아래 변화가 중국에 더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 진단했다.

최 대표는 말한다. “중국은 오랜 기간 산아제한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그 결과 2012년 중국의 생산연령인구(15~59세)는 2011년에 비해 345만 명이나 감소했어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12년부터 매년 우리나라 광역시 정도 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할 거예요. 노동력 부족이 표면화되는 시기가 멀지 않았죠. 하지만 인구 구조가 변하는 속도만큼 중국이 이른 시일 내에 경제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개혁에만 너무 매달리다 보면 성장이 더뎌질 수 있거든요. 중국은 지금 성장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이를 조화롭게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3, 4, 11월 이벤트에 주목해야

최 대표는 2014년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만한 요소로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보다는 3월 미국 디폴트 여부, 4월 일본의 소비세 인상, 11월 미국 상하원 중간선거를 꼽았다.
최 대표는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나 디폴트 등이 실현 가능성은 낮으나 정치 불확실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는 현재 미국 정치상황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로 진단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연방정부 일시 폐쇄라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진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꾸준히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일본의 4월 소비세 인상은 아베노믹스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최 대표는 말한다. “아베노믹스로 워낙 많은 지출을 하다 보니 재정 재건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나온 게 올해 4월 예정된 소비세 인상이에요. 현재 5%인 소비세율을 8%로 인상하겠다는 거죠. 근데 이게 어렵습니다. 그동안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정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다 교체된 전례가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라는 것도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건데 이번 소비세 인상이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아베노믹스 자체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11월 중간선거는 미국 경제정책의 방향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장은 중간선거에서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이 참패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와 연준의 경제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 대표는 “오바마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 뻔하고 연준의 비둘기파가 주도하는 양적완화 출구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성장 시대, 눈높이 낮춰야

최 대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더딘 내수 회복과 수출 경쟁력 추락을 꼽았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주택 시장 침체와 이로 인한 역자산 효과를, 수출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일본의 엔저 현상을 들었다. 이들은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로 최 대표는 저성장 시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지속 성장 사회에서 저성장 성숙 사회로 진입하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저성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성숙 사회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이죠. 따라서 우리는 저성장 시대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4년 산적한 문제 속에서, 또 저성장 사회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대응이란 사실 많지가 않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작은 수익에도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보통 한 자릿수(%) 수익이라고 하면 우습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한 자릿수 수익만 해도 엄청난 수익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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