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그룹 “다시 한 번 바꾸자”

2014 기업 생존전략 리포트

삼성그룹은 올해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21년째를 맞는다. 이 회장은 올해 다시 한 번 강도 높은 체질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5년 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 프로세스와 문화를 과감하게 버리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위기론’은 삼성의 DNA에 깊이 녹아 있지만, 올해는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경이로운 실적을 올렸던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이 급전직하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겼지만 3개월 만에 영업이익은 다시 8조 3,000억원으로 줄었다. 3분기 대비 18% 감소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증권가는 9조 원대 중반을 예상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업의 정체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2012년과 2013년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모바일 사업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 70%에 이른다. 하지만 실적의존도가 커질수록 잠재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 평균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이 회장은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사업구조와 기술,경영 시스템의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갤럭시 기어는 이 같은 혁신의 결과다. 갤럭시 기어가 시장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진 않다. 하지만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이전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트렌드 세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실험적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하며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에서도 실적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열고 2014년 경영목표를 세웠다. 실적 목표는 대외비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 전망과 일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4억 대, 태블릿PC 6,500만 대, 평판TV 6,0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지난해(3억2,000만 대)보다 30%가량 더 팔아 2위 업체와 격차를 벌리고, 평판TV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특수를 활용해 지난해(5,500만 대)보다 500만 대 더 팔 계획이다. 태블릿 PC도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다른 계열사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 회장의 질책이 매섭다. 이 회장은 “(20년간) 제자리걸음인 사업”을 꼬집으며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과 건설 등 계열사에 대한 채찍질이다. 이후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 임원을 대거 금융사에 전진 배치시켰다. 삼성전자의 성공DNA를 이식하겠다는 의지표명이다. 하지만 여건은 만만치 않다. 올해도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질적 성장을 모토로 해외사업 정상화, 부유층과 은퇴시장 선점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고객중심경영으로 고객 마음 잡기에 나섰다. 고객을 높은 수익률로 현혹하기보다 수익률이 다소 떨어져도 안정적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정책변화다. 삼성그룹은 또 이 회장이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업 구도의 개편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계열사 간 지분을 정리하며 사업 구도를 개편하고 있다. 패션사업 부문을 떼어낸 제일모직은 IT 소재 산업에 집중하며 그룹의 원천 기술력을 높이고,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며 합병을 예감케 하고 있다. 삼성의 진화는 올해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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