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스코의 우주 카우보이들

[TECH@WORK] CISCO’S SPACE COWBOYS

은퇴한 시스코의 노장들이 다시 돌아와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드림팀을 만들었다.
By Michal Lev-Ram


몇 년 전 시스코 시스템즈의 CEO 존 체임버스 John Chambers는 점차 커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SDN)의 위협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SDN은 기업이 시스코 마크가 새겨진 고급 라우터나 스위치 대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기술이다.

시스코가 수십억 달러를 보유한 기업인 만큼 체임버스는 신생기업을 인수해 SDN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또 시스코에 근무하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상근 시스코 임원들에게 여가 생활을 접고 ‘마지막 임무’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수많은 액션영화에서 흔히 보듯 말이다.

올해 67세의 기업인 마리오 마졸라 Mario Mazzola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코가 인수한 기업 중 4개 기업의 재창업을 도왔다. 그는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Amalfi Coast에서 휴가를 보내는 대신,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프렘 제인 Prem Jain과 루카 카피에로 Luca Cafiero, 그리고 소니 지안다니 Soni Jiandani 등 동료 엔지니어들과 함께 산호세에 위치한 시스코 본사 내의 별 특징 없는 오래된 건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는 아리스타 네트웍스 Arista Networks나 주니퍼 네트웍스 Juniper Networks 같은 라이벌 기업에서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인시에미 네트웍스 Insieme Networks를 세상에 소개하는 것이다. 인시에미 네트웍스는 파생 기업을 만들어 성공시킨 후 시스코에 매각해 온 이 드림팀의 가장 최신 작품이다. 마졸라는 “경쟁업체보다 더 뛰어난 SDN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가 큰 시기다. 지난 몇 년간 시스코의 행보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매우 불안정했다. 시스코는 오랫동안 혁신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소위 ‘SDN의 부상’은 간과했다. 네트워크 통제가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이 더 저렴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 때문에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했던 시스코의 입지가 위기에 빠졌다. 따라서 마졸라와 그의 팀은 시스코를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도, 기존 효자상품의 수익성을 잠식해서는 안 된다(부담은 갖지 말길 바란다).

체임버스의 드림팀은 자신들의 기술이 다른 기술보다 더 우수하다고 믿는다. 물리적인 그리고 가상의 네트워킹 장비를 모두 통제하면서, 기업 네트워크의 가시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업체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시스코 베테랑 출신이자 마졸라의 제자인 제이슈리 울랄 Jayshree Ullal이 이끄는 기업이다. 오랜 파트너인 VM웨어는 자체 네트워크 가상화 플랫폼을 출시했다. 급성장하는 페이스북도 네트워킹 장비의 소프트웨어 공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시스코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기존 사업까지 희생하며 진행한 인시에미 실험이 새로운 상품 개발능력을 보여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이 실패하면, 시스코의 ‘할리우드식 엔딩’은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