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패트릭 루 에어프랑스-KLM 아시아태평양 선임 부사장

“한국에서 저녁 먹고 출발해도 유럽 전역에서 아침 미팅 가능”


에어프랑스-KLM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밤 12시 55분 출발해 현지 시각 새벽 4시 45분에 도착하는 인천-암스테르담 밤 비행을 시작했다. 암스테르담은 항공, 철도, 고속도로 등 유럽 교통의 요지여서 이 항공편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유럽 각 지역을 여행 할 수 있다. 무박 2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출장도 가능해 이 구간을 이용하는 바쁜 비즈니스맨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파리=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국제항공수송협회는 최근 발간한 항공산업전망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항공승객이 8억 명 증가할 것이며 그중 절반이 아시아 시장의 고객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항공사뿐 아니라 글로벌 항공사들이 아시아 시장 영업전략을 점점 치밀하게 세워나가는 이유이다.

프랑스 파리 에어프랑스 본사에서 만난 패트릭 루 Patrick Roux 선임 부사장(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에어프랑스-KLM의 밤 비행기 도입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고객층을 잡기 위한 서비스 전략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반응이 좋아 이 노선의 수익률이 10% 상승했다. 특히 스케줄 관리가 용이해진 비즈니스맨들의 호응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밤 비행기 운항에 대해 본사 고위부는 처음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질 로슈 한국지사장이 직접 설득해 이를 성사시켰다.

2004년 합병한 에어프랑스-KLM은 작년 에어프랑스에 이어 올해 KLM 한국 취항 30주년을 맞는다. 패트릭 루 선임 부사장은 밤 비행기와 함께 앞으로 한국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에어프랑스-KLM은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혁신의 초점을 이번에 승객 편의성의 극대화에 맞췄다. 밤 비행기는 한국 승객들의 합리적인 스케줄을 위해 마련됐으며 앞으로 항공편 수도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한국 고객들을 위해 기내 한국 승무원 1명을 고정 배치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비즈니스클래스에 풀 플랫 좌석을 도입하는 등 이코노미좌석을 포함한 항공기의 전 좌석을 교체한다”고 말했다.

에어프랑스-KLM은 기내뿐 아니라 파리 공항과 스키폴 공항에도 한국인 직원을 상주시켜 한국 고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또 외항사로는 처음으로 기내에서 김치를 제공한 에어프랑스-KLM은 올 3월 한국의 유명 음식점인 ‘삼청각’이 개발한 전통 한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패트릭 루 선임 부사장은 추가되는 서비스 한 가지를 더 소개 했다.“에어프랑스-KLM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3월이면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도심공항 터미널에서 짐을 부치고 가벼운 손으로 공항에 갈 수 있다.”

에어프랑스-KLM의 이런 노력은 인천-암스테르담 그리고 파리 노선의 승객 80%가 한국의 비즈니스맨인 점을 감안 한 전략이다. “한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 패트릭 루 선임 부사장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2013년 신규 취항한 지역만 해도 상하이, 쿠알라룸프, 자카르타, 후쿠오카, 하네다 등이다. 성장성이 충분히 증명된 아시아 시장에서 노선 확대와 서비스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프랑스-KLM 전체 매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이다. 아직 높은 비중은 아니지만 좌석 점유율이 높아 남미 지역과 함께 수익성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또 신흥시장과 중산층이 많이 모여 있는 만큼 비즈니스 출장과 관광객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아시아 노선은 에어프랑스-KLM뿐 아니라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흥미로운 일도 벌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성과가 좋은 만큼 이 지역 담당자에 대한 본사의 지원과 대우가 좋고 승진도 빠르다”고 말하면서 “특히 한, 중, 일 지역에 오기 위한 물밑경쟁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에어프랑스-KLM은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KLM 사무실에서 만난 요켐 반드림멜렌 Jochem van Drimmelen 온라인 담당 매니저는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 된 만큼 이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취합해 서비스와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질문이나 불편사항에 대해선 24시간 실시간 답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위해 각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한국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에어프랑스-KLM과 관련한 문의를 접수해 보니 1시간 정도 지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패트릭 루 선임 부사장 역시 소셜미디어팀의 활약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한국 승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럽항공산업 전반에 대해 묻자 부사장은 “에어프랑스-KLM의 고객 기반은 유럽 시장이다. 하지만 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유럽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항공 시장 역시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패트릭 루 선임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영업실적을 밝히지 않았지만, 에어프랑스-KLM은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작년에 전체 직원의 10%인 5,000명을 감축했고 최근에도 2,000명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유럽 경기회복 지연과 유럽 내 저가항공사와의 경쟁으로 인한 중·단거리 노선의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이번 밤 비행기 도입이나 추가할 서비스 전략도 에어프랑스-KLM이 아직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아시아 시장에서 수익성을 개선해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날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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