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상전에서 가장 큰 위용을 떨치는 무기체계를 꼽는다면 단연 중(重)장갑에 고(高)기동 할 수 있는 전차다. 전차의 역할이 중요지면서 군사 선진국은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해 전차의 방호력과 화력, 그리고 기동력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창’과 ‘방패’가 존재하는 만큼 전차에 대응하는 대(對)전차 무기체계도 이에 못지않게 거듭 발전 중이다. 대전차 무기는 적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거나, 무력화 또는 기동을 방해함으로써 적의 기동화력을 상실시키거나 또는 저지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무기들을 통칭한다. 이처럼 전차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는 보병 뿐만 아니라 기갑과 포병, 항공, 공병 등의 분야에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보병용 대전차 무기는 보병이 전단에서 적의 주력 전차와 조우해 전방위에서 파괴할 수 있는 근접 대전차 전용무기체계다. 여타 대전차전에 활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와는 구분된다. 보병용 대전차 무기는 전통적으로 3단계로 구분된다. LAW(Lihgt Anti-tank Weapon·경대전차무기)-M(Medium)AW-H(Heavy)AW로 분류해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한다.
우리 군은 1950년대에 2.75인치·3.5인치 로켓발사기, 57mm·75mm 무반동총과 같은 대전차 화기를 보유했다. 하지만 6·25전쟁 중 마땅한 대전차 무기 체계가 없어 고전해 대기갑 전력 강화에 나섰다.
팬저파우스트, 독일군 주력 대전차무기
이에 1960년대에 M72 66mm 로켓 발사기와 106mm 무반동총을, 1970년대 초반에 90mm 무반동총을 장비하기 시작했다. 이어 1970년대 한층 증가된 적 기계화부대에 대비하기 위해 1975년부터 TOW 대전차 미사일을 도입했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 노후장비에 대한 보강과 대체를 위해 ‘팬저파우스트-Ⅲ’(PzF-Ⅲ)와 ‘메티스-M’(Metis-M)을 도입해 현재 운용 중에 있다.
이 가운데 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흔히 나오는 무기 중 하나가 ‘팬저파우스트(Panzerfaust·PzF)’다. 작동법이 간단하고, 제작하기 쉽다. 가격도 저렴한 팬저파우스트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 대전차무기 체계였다. 이를 개량한 팬저파우스트-Ⅲ(PzF-Ⅲ)다.
팬저파우스트-Ⅲ는 기존의 ‘1회용’과 달리 탄을 재정전해 3회 발사 가능하고, 적에게 발사 위치를 노출시키는 후폭풍이 대폭 감소하면서 생존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군은 적 전차의 방호력이 향상됨에 따라 더욱 강력한 대전차무기를 필요했고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팬저파우스트-Ⅲ(PzF-Ⅲ)다. 1995년 독일에서 도입한 휴대용 경(輕)대전차로켓이다.
1995년에 도입된 팬저파우스트-Ⅲ는 길이 134cm(사격시), 중량 12.9kg에 달한다. 기존 휴대용 로켓발사기 M72 LAW 보다 길고 무겁지만 성능이 개량돼 주야간 운용할 수 있는 광학조준장치가 있다. 이 덕분에 명중률이 높고 관통력도 훨씬 우수하다. 특히 1회용인 M72와는 달리 발사기 1대로 3회까지 사격할 수 있는 강점 때문에 LAW 또는 단거리 대전차 무기로서는 보기 드물게 보병 휴대형 무기체계로 대략 500m 이내의 최근접 전차에 대한 최종 방어를 수행하는 게 가능하다.
휴대가 가능한 대전차 미사일은 목표가 적어도 수십 m는 떨어져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지만 M72와 같은 휴대용 로켓발사기는 코앞의 목표물이라도 사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있다. 방호력이 뛰어난 K2 흑표전차와 같은 4세대급 전차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등 최근 현대 지상전이 첨단 과학기술의 장임을 생각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다.
그럼에도 2·3세대급 전차를 비롯해 적의 거점에 대한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존재감이 높다. 실제로 중대급 부대에서 운용하는 팬저파우스트 PzF-Ⅲ는 구경 66㎜의 M72 경대전차무기 보다 길고, 무겁지만 휴대용이라 견착 사격을 할 수 있다. 표적 획득 후 발사까지 3~4초면 충분하다.
목표는 3배율의 조준경으로 포착한다. 발사기 구조가 다소 복잡하지만 사거리와 명중률이 매우 뛰어나다. 관통 능력도 우수하고, 반응장갑에 대응할 수 있는 것도 매력도 가졌다. 기본형 고폭탄의 관통력은 균질압연강판(RHA·Rolled Homogeneous Armour) 700㎜다.
PzF-Ⅲ는 사거리·명중률 매우 높아
기존의 대전차로켓은 발사할 때 강한 후폭풍이 발생해 사수의 위치가 쉽게 드러나고, 실내사격이 어려웠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팬저파우스트 PzF-Ⅲ는 건물지역 전투에서 실제 사격이 가능토록 설계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발사관 끝과 벽 사이의 거리가 최소 2m 이상 떨어지고, 후폭풍 지역에 파편 위험물(유리·선반·캐비닛 등)이 없는 곳에서도 엄폐하면서 적 표적에 사격이 가능하다. 이때 특수한 방호복은 필요 없지만 귀마개는 착용해야 한다.
팬저파우스트 PzF-Ⅲ의 원형인 팬저파우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핵심 대전차무기다. 대전차고폭탄(HEAT·High Explosive Anti Tank)을 탄두로 주로 사용했다. 이 탄두는 직경이 클수록 더 높은 파괴력을 발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탄두의 직경을 크게 만들면 발사관도 커지기 때문에 무게와 부피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은 로켓탄의 추진부만 발사관에 넣고, 탄두를 밖으로 노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같은 방식은 전쟁이 끝난 이후 여러 국가에서 대전차무기를 제작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됐다. 구(舊)소련이 개발한 ‘로켓추진유탄’(RPG·Rocket Propelled Grenade)이 이를 활용해 성능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팬저파우스트 PzF-Ⅲ는 무반동포처럼 발사시 후방으로 연소가스를 배출하고, 그 후에 추진체(로켓 모터)가 가속하여 날아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바주카나 판처슈렉처럼 단순히 로켓 자체의 추진력만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무반동포와 달리 총구 속도가 느리고 비행 중에 불꽃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탄두는 성형작약이다. 탄두 교체 없이 기본 탄두를 신관 조정에 따라 일반 고폭탄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탄두 앞부분의 연장관을 끄집어 냈을 때 충분한 스탠드오프 거리가 확보돼 메탈제트가 신장되면서 최대의 관통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차 이외의 표적에 대해선 폭풍파편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할 경우엔 일명 ‘주둥이’를 끄집어내지 않고 쏜다. 이 때 살상반경은 25미터이며 관통력은 크게 감소한다. 그러나 2~3세대 MBT전차의 전면장갑 격파를 위해 만들어진 로켓탄답게 위력은 비유도식 로켓 중에서 러시아의 RPG-29와 함께 최고를 자랑한다.
기본 탄두만으로도 700mm의 균질압연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 신형 탠덤 탄두인 PzF 3-T를 사용하면 반응 장갑 관통 후 800mm 이상이 나온다는 괴물로 변신한다. 현재 가장 최신 사양인 PZF 3-IT다. 관통력이 압연장갑(RHA) 기준 900mm에 달한다.
탄두 중에는 ‘붕커파우스트’(Bunkerfaust)라고 해서, 콘크리트 벽 관통 후 벙커 내부에서 작렬하는 HEAT와 열압력탄두(기화폭탄)로 구성된 탠덤 탄두가 있다. 균질압연장갑 110mm, 콘크리트 360mm, 모래주머니 1300mm 가량의 관통력을 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