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POWER INTERVIEW] 강성모 KAIST 총장

실사구시형 공학교육시스템 구축에 주력

“공학교육의 혁신을 통해 교수들의 연구성과가 창업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창업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KAIST가 실용화 연구와 기술사업화를 지향하는 ‘실사구시’형으로 공학교육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강성모 KAIST 총장은 그동안 공과대학이 창업과 기술사업화 등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왔으며, 연구성과의 기술사업화가 부족하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배출도 부진했다면서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실사구시형 공학 교육 강화, 공학도의 기업가정신 함양, 창업영토의 글로벌화를 혁신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Q. 창조경제시대에 카이스트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KAIST는 사립대학이 아닌 정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연구 중심 대학인만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중심에 서서 산·학·연의 협력관계를 주도하며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스타트업 카이스트(Startup KAIST)’입니다. 이는 기술사업화를 원하는 연구실과 학생들의 창업을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원스톱 창업지원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KAIST는 우수한 인재와 최신 과학기술, 그리고 양질의 사업화 전략 등 기술사업화의 최적 환경을 갖춘 학교입니다. 꾸준한 지원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계를 선도할 성과들을 창출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Q. 국내 과학기술교육 수준을 어떻게 보십니까?
KAIST 등 국내 4~5개 대학은 이미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KAIST만 해도 지난 2월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학문분야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신소재공학과와 화학과가 각각 16위와 17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2개 학과가 20위권, 4개 학과가 3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내에 KAIST의 몇몇 학과들은 세계 10위권 이내로 진입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대학들에게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제화입니다. 우수한 인재를 국적에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대학 문화가 조성돼야만 글로벌 일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취임 후 학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지요.
아마도 학교가 조용해졌다는 부분일 겁니다. 이는 KAIST의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연구대학은 조용해야 합니다. 교수와 학생들이 다른 이슈로 고민하지 않고 연구와 학업에 전념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지난해는 구성원들 모두가 ‘하나 된 KAIST’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였습니다.

Q. 한국형 실리콘밸리(K-Valley)에 대한 기대가 상당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보면 소속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만나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죠. 대덕특구의 경우 4만여명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지만 경계심이 강한 편입니다. ‘K-Valley’ 성공의 첫걸음은 그 경계심을 허무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덕특구 연구원들과 KAIST 교수들이 모여 대형연구과제를 발굴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또한 출연연과 벤처기업 연구원들을 위한 ‘전문창의석사(Professional Creativity Master)’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성급히 성과물을 기대하기 보다는 조금 긴 호흡을 가지고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Q. K-Valley 외에 출연연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캘리포니아주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창업과 산학협력을 이끌며 발전해 왔습니다. KAIST 역시 대전시 및 대덕특구와 협력하면 더욱 다양한 지식과 혁신적 가치창출이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대전시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사회와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KAIST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이자 소명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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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실사구시형 공학교육 혁신안 마련을 발표하셨습니다.
지난해 일본 전자산업이 역대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제성장의 중심축이 무너졌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방심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우리나라의 세계 일등 제품 중 상당수가 전자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연 KAIST가 그동안 산업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우수 인재와 혁신 기술을 제대로 양성·개발해왔는지 성찰해봐야 했습니다. 현재 마련 중인 혁신안은 KAIST 공학교육의 틀을 바꿔서 미래사회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Q. 그런 인재를 육성하려면 수업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의 기본 개념이 가르치는 것(Teaching)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Learning)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KAIST는 이에 발맞춰 다양한 자기주도적 교육·학습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해왔지만 여전히 일방적 정보 전달 중심의 ‘칠판식 강의’의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춘 토론수업을 추가 도입해 시범 운영 중입니다. 토론 과정에서 창의성과 종합적 사고력을 가진 융합형 인재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에 근거한 시도입니다. 교수진과 학생들의 평가가 좋기 때문에 스마트 강의실과 상호작용형 수업과목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Q. 글로벌 톱 10 대학 진입을 위한 중장기 플랜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글로벌 톱클래스의 대학이라면 전공과 국적을 넘어서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과학자에게 자만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쉼 없이 자극받아야 하며, 자신이 만든 담을 허물어야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 KAIST는 학부 입학생의 5%, 대학원생의 6%가 외국인입니다.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려면 학교의 문을 더 활짝 열고 외국에서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을 불러들여 함께 연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국제화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톱 10 진입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KAIST 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핵심가치가 있으십니까?
세상을 선도할 혁신적 아이디어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 하에서 도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총장이 개혁의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것보다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혁신이 KAIST의 발전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저의 확고한 믿음입니다. 소나기가 내리듯 하향식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보다 샘물이 솟듯이 상향식 혁신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KAIST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성모 총장 프로필

학력
1970 연세대/미국 페어레이 디킨슨대학 전기전자공학 학사
1972 미국 뉴욕주립대 전자공학 석사
1975 미국 UC버클리 전기전자공학 박사

경력
1975~1977 미국 루터대학 전기전자공학과 조교수
1977~1985 미국 AT&T 벨연구소 선임연구원
1985~2000 미국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전기전산학 교수
2002~2003 미국 UC 산타크루즈 공대 학장, 실리콘밸리 공학의회 회장
2006 스위스 국립기술원 과학자문위원
2007~2011 미국 UC 머시드 총장
2011~현재 미국 UC 산타크루즈 공대 특훈석좌교수
2013~현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위원
2013~현재 글로벌인재포럼 자문위원
2013~현재 UAE Masdar Institute 외부자문위원
2013~현재 KAIST 총장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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