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화 컨설턴트는 “차세대 경영인에게는 실패와 성공을 경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동안 권위를 얻고 PI도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circus-studio.net
Q&A
차세대 경영인에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경영전략 또는 덕목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가치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수익성에 집착하기보다 기업의 사명과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죠. 실제로 경영 승계 과정에서 창업이념과 핵심가치가 훼손돼 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둘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투자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차세대경영인처럼 오너경영자의 경우 전문경영인에 비해 직위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자원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의 반도체 사업 투자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IT기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처럼 말입니다. 셋째, 스튜어드십 즉, 부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승계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건강하고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다음 세대에 성공적으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높은 책임의식이죠. 스튜어드십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과, 주주 이익보다는 직원, 고객, 사회 등의 이해관계자를 더 중시합니다. 때로는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가장 중요한 덕목이죠.
성공적인 차세대 경영의 해외 사례를 하나 말씀해 주십시오.
세계적인 화학·의약기업인 머크가 있습니다. 300년된 기업으로 13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죠. 독특한 점은 가족위원회라는 것이 있어 기업을 경영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배제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기업에 손실을 입히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지분이 있더라도 경영에서 배제하고 또 이를 지키도록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가족간 화합이 상당히 중요하죠. 한국은 2,3세 경영에 접어들며 형제경영에서 사촌경영까지 차세대 경영인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졌죠. 부모의 유고 시 협력이 깨지는 경우도 상당히 잦습니다. 차세대 경영의 성공은 가족의 도움 없인 불가능합니다.
차세대 경영인들의 PI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차세대 경영인들이 무리해서 PI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오히려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다 이를 실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경영인에게는 실패도 필요합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PI는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스튜어드십을 가진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차세대 경영인들에겐 대외적 인정과 함께 사내에서의 리더십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차세대 경영인에겐 자연스레 권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리더십의 핵심은 권위죠.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때 얻게 되니까요. 권위에는 진정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요. 연구에 따르면 후계자가 경력을 쌓고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 케이스를 만들며 조직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려면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죠. 하지만 대개 10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삼성 이재용 사장의 경우 소탈한 리더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권력보다는 권위를 가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차기 경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차세대 경영인이 선대와 좋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기업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경영의 동반자이기 때문이죠. 이 관계에 균열이 오면 리더십도 망가지고 수동적으로 경영을 하는 이른바 눈치경영을 하게 되죠. 감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소지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