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이를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주변을 독려한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강박이 되고 행복도 사라진다.
글 ·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jaiyoga.co.kr) 원장
삼성그룹이 ‘일과 가정의 균형’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올해 연중 기획으로 삼을 만큼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은 완벽한 일 처리를 요구한다. 상사는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우리 스스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조직의 속도에 맞추다 보면 가정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우리는 완벽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완벽주의적 사고와 생활방식에 젖어 산다. 완벽주의자에게 중요한 건 결과밖에 없다.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만을 따질 뿐이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무의미해지고 과정도 넘어야 하는 장애물로만 여겨진다. 완벽주의자의 삶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목표를 이루어도 다음 목표, 다음 성과, 다음 진급을 겨냥한다. 지금 여기를 즐길 여유 따위는 없다.
완벽주의자는 늘 불만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성공 기준은 매우 높다. 현실적으로 쫓아가기가 버겁지만 어떻게든 충족시켜야 한다.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넘어지거나 실수하지 않으려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실패를 거부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언제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완벽주의자는 ‘성공을 위해’ 달음박질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면 깊은 곳에선 ‘실패를 피하려는’ 동인에 사로잡힌다.
완벽주의자는 업무 능률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실제 능률 자체도 낮다. 일반적으로는 정신적·생리적 각성 수준이 높을수록 성과도 향상된다. 하지만 각성 수준이 지나치면, 즉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정도면, 오히려 성과가 떨어진다.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J.D. 닷슨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완벽주의자는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하나하나 완벽을 기하다 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된다. 리더가 완벽주의자일 때 조직은 성공하기 어렵다. 유능한 직원은 불필요한 간섭을 피해 직장을 떠난다. 남은 직원은 실패를 두려워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그리고 꿈을 크게 가질수록 실제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완벽주의자에게 행복은 깃들 곳이 없다. 심리학자들은 완벽주의의 대안으로 ‘최적주의’를 제시한다.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상황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최적주의자 역시 높은 야망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수나 실패를 기꺼이 용인한다. 인생이 굴곡 그 자체임을 인정한다. 지금 당장 목표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정을 소중하게 여긴다. 목표에 집착해서 나머지 삶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실패를 좋아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불안감 역시 덜하다. 그만큼 삶을 더 느끼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
시간 역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80 대 20 법칙으로 알려진 ‘파레토의 법칙’이란 게 있다. 국민의 20%가 그 나라 부의 80%를 소유하고 있으며, 회사 고객의 20%가 회사 수입의 80%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시간 관리에도 동일한 법칙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 경영 컨설턴트 리처드 코치와 마크 맨시니는 ‘결과의 80%를 얻을 수 있는 20%에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완벽한 보고서를 쓰려면 2~3시간이 걸리지만, 쓸만한 보고서는 30분 안에 충분히 쓸 수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완벽을 추구하면 하루 12시간 일해도 부족하지만, 8시간만으로도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남겨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하게.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서 시간과 노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마음가짐이고 습관이다. 요가나 명상에서 ‘현존하기’를 연습하며 이를 개선할 수 있다. 현존하기란 곧 현재에 충실하기다.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훈련이다. 몸을 앞으로 숙이는 전굴을 예로 들어보자. 이 자세는 허벅지 뒷면이 심하게 당기고 아플 수 있다. 이때 ‘나는 왜 이렇게 뻣뻣하지? 도대체 언제나 이 손이 바닥에 닿을까? ’라고 자책하거나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건
요가가 아니다.
요가 수련자는 대신 그 순간 몸에서 무엇이 느껴지는지 섬세하게 관찰한다. 조급한 마음으로 완벽한 자세를 만들려 애쓰지 않고,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이다. 심지어 요가를 할 때조차 심하게 애를 쓴다면 마음건강은 물론 몸에도 유익하지 않다. 마음이 긴장하면 근육은 수축된다. 그리고 장시간 수축된 근육은 탄력을 잃고 제 힘을 쓰지 못한다. 개똥벌레 자세는 상당한 근력이 요구되는 자세로, 평소 근육이 경직되어 있으면 취하기 어렵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유념하며 자세를 취해보자.
참고서적: ‘완벽의 추구’ / 탈 벤 샤하르(하버드 대 심리학 교수) 저 /위즈덤하우스/2010
사이드 스트레칭
몸 옆면을 늘이고 이완하는 자세다. ① 척추를 곧게 펴고 앉는다. ② 오른 팔꿈치를 오른 허벅지 위에 올린다. ③ 들숨에 왼팔을 하늘로 들어올리고, 날숨에 손을 귀 옆으로 길게 뻗는다. ④ 왼쪽 옆면을 느끼면서 호흡을 5회 깊게 반복한다.
등뒤로 깍지 껴 전굴
① 등뒤로 깍지를 끼운다. ② 들숨에 척추를 길게 펴고, 날숨에 상체를 앞쪽을 기울인다. ③ 깍지 낀 손을 뒤를 향해 뻗어주면, 어깨와 가슴을 여는 데 도움된다. ④ 3호흡 동안 유지한다.
몸 앞면 열기
① 편한 자세로 앉는다. ② 등 뒤쪽 바닥에 손을 얹는다. ③ 들숨에 골반과 가슴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이때 손바닥과 발등을 바닥으로 강하게 밀어내며, 골반 안쪽과 어깨를 여는 데 유념한다. 시선은 하늘이나 코 끝을 응시한다. ④ 3호흡 유지한다.
서서 전굴
① 양 발을 골반너비로 벌린다. 양 발의 두 번째 발가락이 정면을 향하도록 한다. ② 상체를 숙인다. 손은 자연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는다. 손이 바닥에 닿지 않거나, 무릎 뒷면에(오금) 너무 강한 자극이 오면 무릎을 조금 접어도 좋다. ③ 들숨에 척추를 길게 편다. 시선은 멀리 앞쪽 바닥을 바라본다. ④ 날숨에 상체를 다리 쪽으로 더욱 가깝게 접는다. 이때 아래 허리가 굽지 않도록 유의한다. ⑤ 5호흡을 유지한다. 한 호흡에 많은 전굴을 하기보다, 여러 번 호흡을 통해 조금씩 굽혀 나간다. 과도한 스트레칭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몸 컨디션에 적절히 맞춰나가도록 한다.
골반 안쪽 열기
①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린다. 발은 바깥 방향으로 45도 정도(八자 모양) 열어준다. ② 무릎을 접고 앉는다. 앉기가 어려우면 엉덩이 아래쪽에 블록을 받쳐도 좋다. ③ 양손을 가슴 앞에서 모으고, 팔꿈치가 무릎 안쪽 허벅지에 닿게 한다. 발바닥을 바닥으로 누르며 하체의 힘을 느낀다. ④ 양 손바닥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용해, 팔꿈치로 무릎을 밀고, 무릎은 팔꿈치를 조인다. 팔과 다리가 서로가 밀어내는 힘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골반 안쪽이 열리는 데 유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