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마트 그리드 최전선 프랑스를 가다] 이시그리드

세계 최초 100% 민간 투자 실증 단지<br>스마트 그리드 수익 창출 신모델을 찾아라

프랑스 파리의 위성도시 이시레물리노 Issy-Les-Moulineaux에선 지금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이시그리드 IssyGrid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시그리드는 세계 최초의 100% 민간 투자 실증단지로, 격리되거나 제한된 분야에서만 진행 중인 다른 실증단지들과는 달리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실제 케이스를 표방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이시레물리노)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스마트 그리드 실증 사업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선도 국가인 미국에서는 현재 13개 주에서 16억 달러 규모 30여 개 실증사업이 추진 중이며, 원전 사고 이후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일본에서도 국내 4개, 해외 13개 지역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에선 EU 주도로 23개 국가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며, 그중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이미 스마트 미터 보급률이 100%에 달하고 있다. 스마트 미터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 적용에 꼭 필요한 전자식 전력량계를 말한다.

많은 나라에서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를 운용 중이지만 이들 사업에 대한 평가는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대부분이 정부 주도인 데다가 제한된 분야에서만 사업을 추진하는 까닭에 실제 실증단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제주도 실증단지 사업도 비도시 지역이면서 고립된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반에 통용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 이시그리드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실제 케이스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시그리드 모델이 실제 도시에 적용하기 수월해 일반화하기 쉽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 100% 민간 투자인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정부 주도 사업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비효율성 문제를 극복했다.

이시그리드 사업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뷰익 임모바일러 Bouygues Immobilier사의 기욤 파리조 Guillaume Parisot 혁신 수석은 말한다. “실제 케이스란 점이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지역과 주거지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죠. 크기로만 따지자면 작은 도시에 가깝습니다. 현재 5,000여 명 이상이 거주 중이고 1만여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이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죠. 스마트 그리드를 위해 도시를 새롭게 구성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거주하던 사람들, 이전부터 존재하던 건물들에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시그리드는 스마트 그리드 가인드라인 아래 미래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게 그 출발점이었다. 뷰익 임모바일러가 시 정부와 미래 도시건설에 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이에 9개 기업이 더 동참하면서 컨소시엄이 형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 토탈 Total, EDF(Electricity de France·프랑스 전력공사), 슈나이더 일렉트릭 Schneider Electric 등 굵직한 국내외 10개 기업이 2012년 총 250만 유로를 투자해 이시그리드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디뎠다. 컨소시엄 기간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5년이다.

투자금 250만 유로는 다소 놀라울 정도로 적은 금액이다. 우리나라 제주도 구좌읍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에 들어간 투자 비용은 약 2,000억 원으로, 이를 유로화로 환산하면 1억4,200만 유로에 달한다. 이시그리드 투자금액이 제주도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투자금액의 1.7%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이시그리드에 스마트 미터 보급을 담당한 ERDF사의 앤마리 고사르 Anne-Marie Goussard 이사는 말한다. “물론 250만 유로가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를 만드는 데 만족할 만한 금액은 아닙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250만 유로는 오직 장비값만 계산한 금액이란 겁니다. 실제 운용 관리 비용이나 노동력 비용 등을 더하면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파리조 수석은 덧붙인다. “처음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부터 ‘적은 돈으로 만들어보자’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는 실사업이란 목표에 좀 더 충실해지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시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도시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거든요. 250만 유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투자금액입니다.”이시그리드에 위치한 각 건물과 거리에는 정보 수집을 위한 수많은 센서가 부착돼 있다. 건물에 따라 많게는 5,000여 개 이상의 센서가 설치된 건물도 있다. 대형 건물 옥상에는 태양에너지 발전을 위한 기기들도 설치돼 있어 자가 발전 신재생에너지 양도 상당하다. 뷰익 텔레콤 건물 옥상에만 30kW급의 발전설비가 갖춰져 있다. 자가 발전한 신재생에너지 양이 필요한 에너지양보다 더 많은 빌딩을 ‘포지티브 빌딩 Positive Billding’이라고 부르는데, 포지티브 빌딩을 많이 만드는 것도 이시그리드의 다양한 목표 중 하나다.

이곳에선 스마트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각 건물과 거리에 여러 가지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가로등은 조도에 따라 밝기가 조절되거나 꺼지며, 전기차 충전 시스템은 전기 가격이 더 싼 시간에 집중 충전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빌딩 냉방은 전기 요금이 싼 심야에 냉각수 온도를 낮춰 이 냉각수가 낮에 건물을 순환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주최 측은 현재 5~15%에 이르는 에너지 절감률이 2016년에는 2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 및 절감 프로그램 각각은 설치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운용 중이지만,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특정 시스템 하나가 모든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연결된 플랫폼을 통해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각 센서에서 수집된 월 5,000만 개가 넘는 데이터들은 10개 회사 모두가 공유해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개 참여 회사는 이시그리드에서 파생된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지만, 정보의 가치는 각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기업에는 대단히 가치가 큰 정보일지라도 다른 기업에서는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A회사에서 했는데 그 결과물에 따른 이득은 B회사에서 취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룹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다. 파리조 수석은 말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컨소시엄이 종료되는 2016년까지 그룹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겁니다. 물론 개개 기업도 각자의 성격에 맞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 목표고요. 만약 이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그냥 끝나게 됩니다. 기업들이 더 이상 투자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아직은 요원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문제를 생각하고 모인 만큼 컨소시엄 종료 전까진 그룹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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