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PECIAL REPORT SNS는 지금…] ‘쉿! 우리만의 비밀공간’ 폐쇄형 SNS가 뜬다

한때 ‘간 때문이야~’라는 카피로 인기를 끌던 TV 광고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인들의 외침은 TV 광고와는 조금 다르다. 이제 그들은 피로의 원인으로 ‘간’ 대신 ‘SNS’를 지목하고 있다. 현재 SNS에 대한 피로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 SNS인 트위터의 분기별 실사용자 수 증가율은 2012년 4분기(10.7%)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나친 개방성에 피로감을 느낀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SNS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들만의 공간’, 폐쇄형 SNS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직장인 박민교(33) 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리는 ‘카톡’ 소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요한 회의시간에 울리는 모바일 메신저 알림 소리에 상사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박 씨는 “SNS가 분명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바꿔놓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때로는 SNS가 삶 자체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SNS가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SNS를 통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SNS의 일종인 모바일 메신저가 생활 속 필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SNS 공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 국내 대표 모바일 SNS 카카오톡의 경우, 하루 동안 주고받는 메시지 개수가 무려 50억 건(국내 기준)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NS에 대한 피로도는 개인 사생활 노출, 시간 소모 등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사용자들은 점차 개방형 SNS 사용빈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구글 등의 기존 SNS 사용자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중앙서버에 남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상에 자신이 남긴 글이나 사진 등을 완전히 없애지 못해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최근 폐쇄형 SNS가 개방형 SNS의 자리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캠프모바일의 ‘밴드’와 카카오의 ‘카카오 그룹’이 대표적인 국내 폐쇄형 SNS로 주목받은 가운데 포털 다음이 ‘쏠그룹’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 사용자들의 SNS 사용 행태도 개방형 SNS에서 폐쇄형 SNS로 점차 옮겨가는 모양새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10~20대보다 SNS 피로감을 호소하는 30~40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SNS 사용자 중 폐쇄형 SNS를 주로 이용하는 비중은 10대가 33.5%, 20대가 23%로 나타났다.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67.7%, 60.6%가 폐쇄형 SNS를 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해당 연령층 절반 이상이 폐쇄형 SNS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폐쇄형과 개방형 SNS를 병행한다는 응답에선 10대가 66.5%, 20대가 77%의 비중을 보인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32.3%와 39.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조성은 연구위원은 “폐쇄형 SNS로의 전환은 30대 이상의 이용자들에게서 두드러졌다”며 “10대와 20대는 교류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폐쇄형 SNS뿐 아니라 개방형 SNS를 병행하며 사회관계 확대에 더욱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폐쇄형 SNS의 사용 빈도 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트래픽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 밴드의 월간 순 이용자 수는 지난해 3월 450만 9,145명에서 지난 2월에는 1,119만 4,085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카카오그룹은 네이버 밴드에 비해 저조한 수치를 보였지만, 지난 2월 기준으로 386만 6,248명의 월간 순 이용자 수를 나타내며 만만치 않은 사용 빈도를 나타냈다.

그중에서도 밴드의 상승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밴드는 누적다운로드 3,000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밴드 전체 이용자 중 70%는 기존 밴드 이용자들로부터 초대를 받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용한 사용자들의 추천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밴드를 서비스하는 캠프모바일의 이람 대표는 “모임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밴드는 최근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 해외 이용자 비율은 전체 이용자 가운데 20%에 불과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 벤처기업들도 이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폐쇄형 SNS에 뛰어들고 있다. 벤처 업체 ‘앤메이트’가 개발한 폐쇄형 SNS ‘앤메이트’도 그중 하나다. 앤메이트는 ‘마음껏 즐기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는 콘셉트로 개발한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앤매이트 사용자는 채팅창에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삭제하면 상대방의 채팅창에서도 동시에 메시지를 지울 수 있다. 또 인연을 맺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기존 SNS와 달리, 지인과의 연결을 거부할 수 있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다. 조수문 앤메이트 대표는 말한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만큼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개방형 SNS의 단점을 보안한 폐쇄형 SNS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폐쇄형 SNS를 넘어 완전한 익명을 보장하는 익명형 SNS도 나타나고 있다. 개방형 SNS와 폐쇄형 SNS의 장점을 섞어 놓은 익명형 SNS는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 주요 외신은 페이스북이 미국 익명 SNS의 대표주자인 ‘시크릿’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익명 SNS인 시크릿을 사용하면 페이스북처럼 지인의 글이 실시간으로 내 뉴스피드에 게재되지만 해당 글을 쓴 사람은 익명으로 노출된다. 사용자가 시크릿에 게재한 글 역시, 주소록 지인들에게는 작성자 이름이 아닌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로 보여진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아이디나 이름이 표시되지 않고, 접속된 거주지의 도시나 주가 표시된다.

익명이 보장되는 새로운 소셜 소통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크릿은 직원 수 12명에 불과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시크릿의 가능성을 확인한 페이스북은 인수를 위해 무려 1억 달러(한화 약 1050억 원)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사내연애, 연봉협상, 인사고과 등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회사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익명 SNS ‘블라인드’와 ‘컴퍼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컴퍼니’의 경우 사용 전 회사 이메일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 인원의 참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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