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마트 그리드 최전선 프랑스를 가다] 장-이브 블랑 슈나이더 일렉트릭 부사장 인터뷰

“한국은 매력적인 전력 수요관리 시장<br>원전 1기 규모 에너지 절감 가능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Schneider Electric은 스마트 그리드 글로벌 리딩 기업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에너지의 안전성, 신뢰성, 효율성을 높이는 게 이 기업이 주로 하는 일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사업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주택, 빌딩, 공장, 데이터센터, 선박, 발전소 등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 곳이 사업 대상이며, 스마트 센서나 오토메이션 기기 같은 하드웨어에서부터 지능형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취급한다. 지난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도 372위를 차지했다.

당기순이익 순위는 매출 순위보다 184계단 높은 188위였다.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은 7.6%로 주요 경쟁사로 꼽히는 지멘스(5.3%)를 크게 앞질렀다. 포춘코리아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사 르 하이브 Le Hive에서 장-이브 블랑 Jean-Yves Blanc 부사장을 만났다.
프랑스(파리)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Q. 중공업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스마트 그리드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됐습니다. 매출액도 10여 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고요. 비결이 무엇입니까?

A. 에너지 관리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는 꼭 필요한 것들이 있어요. 우선 에너지 관리 대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디에서 낭비가 일어나는지, 또 낭비를 줄이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액션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죠.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솔루션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장비에는 변압기나 냉동기, 센서 등 다양한 하드웨어가 포함됩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사업은 이 모든 걸 다 아우르고 있습니다. 에너지 관리에 요구되는 여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솔루션 등 고객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해줄 수 있죠. 세계적으로도 이런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주요 경쟁자로 꼽히는 GE나 지멘스도 같지 않습니까? 이들 업체와 구별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만의 강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방금 말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강점은 GE나 지멘스와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들이 좀 더 일반적인 수준의 에너지 관리를 한다면 저희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커버할 수 있죠. 저희는 고객에게 ‘시간당 소비 에너지를 얼마로 해주겠다’ 같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에너지 전략을 정의하거나 수정하게 도와주기도 하고요. 지속개발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한 컨설팅도 병행하죠. 에너지 문제와 관련돼 있으니까요. 전력공급자가 여러 곳인 나라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언제 어떻게 누구와 계약을 해야 좀 더 싸게 에너지를 살 수 있는지 구매전략도 세워줍니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다른 고객 사례를 소개해주기도 하죠. 에너지 관리에서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모두 다 제공하는 회사가 있나요? 슈나이더 일렉트릭밖에 없습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주로 산업 에너지 관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경험상 에너지 절감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산업군은 어디입니까?

아무래도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들이 에너지 절감률 또한 높게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철강, 시멘트, 제지, 알루미늄, 화학 등의 산업이죠. 물론 어느 산업체나 다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기업들의 경우 5~10% 정도 에너지 절감 효과를 봅니다. 에너지 사용 비용이 큰 기업들에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양입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글로벌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럽의 전력시장 환경이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은 민간업자들의 전력 거래가 꽤 활발한 편입니다. EU 차원에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실행은 개별 국가가 알아서 하고 있어 편차가 큽니다. 아주 기본적인 토대만 마련돼 있는 셈이죠. 프랑스, 영국, 벨기에, 핀란드, 아일랜드 등은 거래가 꽤 있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습니다.


한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 전력 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요?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조건은 발전한 전기와 수요관리를 통해 절약한 전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같은 용량이면 같은 가격으로 거래돼야 수요관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수요관리 기업들은 전력 거래 시장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들이 경쟁력을 가져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정립된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용량, 사용 빈도, 실행속도 등 모든 게 다 정립돼 있어야 혼란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명확한 측정·확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돈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불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네 번째는 수요 관리로 절약된 만큼 실제로 돈을 주고, 또 지키지 못했을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물론 패널티가 너무 높으면 참여율이 낮아질 테니 적정 레벨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전력 수요관리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11월 도쿄전력과 계약을 했습니다. 저희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풀 Energy Pool과 일본 소지츠 Sojitz 사, 그리고 저희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렇게 셋이 2015년까지 2년 동안 도쿄전력에서 에너지 수요 반응 실증사업을 수행합니다. 일본시장에 맞는 수요관리사업 모델을 찾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에너지 효율화 측면에서는 올해 2월 5mW 전력이 절감되는 등 이미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과의 계약 내용은 18개월 이내에 50mW를 줄이는 겁니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규제 완화가 덜 되어 있어서 실제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입니다.


다음 진출 예정 나라는 어디입니까? 또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있어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여러 나라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라고 콕 꼬집어서 말하긴 어렵습니다. 시장 진입 여부는 각 나라의 펀더멘탈에 달려 있습니다. 저희는 주로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법 규정이 명확히 잘 갖춰져 있는가’와 ‘수요를 예상할 수 있는 산업체 규모가 충분한가’ 등을 봅니다.


현재는 유럽 주요국이나 일본 등 주로 선진국 위주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신흥국 진출에 좀 소홀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도 신흥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요관리 부문은 아니지만) 이미 30여 년 전부터 중국에 진출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은 전혀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서는 입장을 달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선진국의 주요 에너지 관련 화두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전체 에너지 공급이 충분한데도 개별 수요자의 소비를 줄이려고 하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관리 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신흥국들은 에너지 공급 자체가 충분치 못합니다.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전력 개발에 더 집중합니다. 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게 더 적합한 셈이죠. 저희 같은 기업은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에너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원자력 발전소 1기 줄이기 운동 등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한국은 산업체가 많기 때문에 에너지 관리에 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시장이죠. 원전 제한 등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저희 자회사인 에너지풀이 프랑스에서 원전 1기 규모의 에너지 수요 관리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만큼 우리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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