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민주당은 자유 무역을 좋아하지만 대형 노조를 더 사랑한다

INSIGHTS

by Nina Easton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민주당 지도자들은 자유무역협정을 미국 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꼽는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들이 11월 선거에서 노조로부터 기대하는 득표 수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아슬아슬하게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면서-여론 조사에서는 공화당을 선호하는 열성 유권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민주당은 노조의 영향력을 이용해 더 많은 표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 지도자들도 예상대로 워싱턴 정가(Inside-the-Beltway)의 영향력을 활용해 소위 신속무역협상권한(Fast Track Trade Promotion Authority·이하 패스트 트랙)의 의회 통과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이 권한은 외국 정부와 면밀히 협상된 무역 협정이 끝까지 개정만 거듭하는 대신, 가결이나 부결이라는 빠른 방식으로 의회를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

민주당 출신의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Nancy Pelosi는 최근 “패스트 트랙을 부결시키겠다. 통과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혀 미국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한 달 전에는 상원 원내 대표인 해리 리드 Harry Reid가 “패스트 트랙의 표결을 막겠다”고 선언해 지지를 호소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협상 중인 두 개의 주요 무역 협정에서 위기에 빠져 있다. 하나는 아시아, 다른 하나는 유럽과 진행 중인 협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발표한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Pivot toward Asia)’ 중 핵심 내용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이하 TPP)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으로 꼽힌다. 이 협정은 새로운 환경 규제와 노동자 보호 조치를 통해 미국 노동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벌이도록 도울 것이다. 또 대서양 너머에서 유럽과 진행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이하 TTIP)은 관세와 불필요한 규제, 그리고 투자 제한 등의 무역 장애물을 제거해 줄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과 민주당은 이 협정들을 반대하기 위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이들은 1994년 멕시코, 캐나다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역협정은 항상 어느 정도의 손해를 초래하지만, 미국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이익은 상당할 수 있다. 초당파 성향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는 ‘TTP가 아시아라는 신규 시장 개방을 통해 매년 미국 경제에 780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런던 주재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는 ‘TTIP가 미국 경제에 1,300억 달러, 유럽 경제에 1,640억 달러의 이익을 안겨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다른 나라들이 무역협정을 체결한 지난 7년 동안 미국은 ‘무역가뭄(a trade drought)’에 시달려왔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패스트 트랙 권한을 부여만 한다면, 이런 상황은 급반전 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필자에게 이 협정들이 잘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20년 전 클린턴 전 대통령을 도와 NAFTA의 의회 통과를 이끈 람 이매뉴얼 Rahm Emanuel 시카고 시장은 “자유무역을 통해 이들 국가와 경제가 통합되기 때문에 이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밸러리 재럿 Valerie Jarrett 백악관 선임고문은 “당내에 자유무역에 대한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균형을 잡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계 총수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당내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반대 움직임에 당당히 맞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Business Roundtable 을 이끄는 존 엥글러 John Engler 전 미시간 주지사는 “대통령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힘없는 소수당이다. 패스트 트랙을 반대하는 펠로시에 보낸 서한에 151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단지 23명의 공화당 의원들만이 서명을 했다.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패스트 트랙의 지지를 호소한 오바마의 연두교서에 찬사를 보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 전에 패스트 트랙 권한을 가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선거 이후, 패스트 트랙을 지지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거나, 최소한 오바마는 리드-페로시 지지 집단과 노조의 눈치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는 레임덕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인 키스톤 파이프라인 Keystone Pipeline 사례처럼-이 사업을 승인하면 오바마는 환경 관련 유권자를 잃을 것이다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에 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 승리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냉철하고 명확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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