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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비만 잡는 전통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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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향상되면서 노화방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노화와 비만은 현대 의학의 최대 난적으로 꼽힌다. 인구 노령화와 비만 인구의 증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국가와 인종을 막론하고 전 세계는 지금 노화 및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처럼 승부를 예측키 어려운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최근 전통 한의학이 잇따른 승전보를 울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생체에너지대사 기반 노화조절

노화가 진행되면 기억력 감퇴, 근력 쇠약, 무기력증, 인체 기능 저하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같은 뇌 기능장애까지 급증하고 있어 그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의학은 태생적으로 고령자 친화적인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대의학에 존재하지 않는 보양(保養)과 양성(養性)의 개념에 입각해 노화의 지연, 노령인구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오래전부터 뇌기능 저하와 관련된 유전자를 분석, 바이오마커 발굴과 예방·치료 기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노화현상의 신체적·생리적·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노화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의약연 한의신약개발그룹은 한의학·중의학·한약학 등을 포괄한 다학제 연구 인력과 각 분야의 전문 연구진을 구성하는 이른바 개방형 협력시스템을 통한 노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연구팀은 가장 먼저 노화 조절이 가능한 후보 한약재를 선별하기 위해 고전 문헌을 샅샅이 뒤졌다. 기존 한의서의 이론을 망라하고 있는 동의보감을 연구대상 문헌으로 선정한 뒤 수록된 처방 가운데 노화 관련 질환과 관련된 것을 노화의 원인, 발병기전, 증상,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따라 분류해 노화이론을 분석한 것. 그리고 각 질환별로 빈도가 높은 처방의 군약을 후보군으로 선정, 표준화와 유효성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퇴행성 질환과 피부노화억제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한의 생체에너지대사 기반 노화조절 연구’를 통해 도출된 후보 기술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개최된 ‘대덕특구 40주년 특허박람회’에서 우수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연 물질로 골다공증 치료

골다공증은 노화의 대표적 질환 중 하나다.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활동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보다 우세해져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질병으로, 나이가 들면 장(腸)의 칼슘 흡수 능력이 저하되면서 칼슘 부족에 따른 골다공증 유발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서 발생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는데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골다공증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의학연 한의신약개발그룹 마진열 박사팀이 골다공증 치료용 천연 신약후보물질을 개발, 그 효능과 작용기전 규명에 성공했다. ‘fHRT’로 명명된 이 신약 후보물질은 갱년기증상 치료에 많이 쓰였던 황련해 독탕에 바이오 발효과학을 접목시켜 탄생한 신개념 한약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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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구팀이 폐경기를 유도한 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fHRT를 경구 투여한 그룹이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골밀도와 골량에서 월등한 비교 우위를 점했다. 골밀도 감소량은 약 52%, 골량 감소량은 약 31%의 개선이 확인된 것. 이는 fHRT가 파골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시킨 때문이었다. 이미 연구팀은 한국건설생활 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안전성 테스트까지 완료하고, 효능과 작용기전에 대한 국제 특허출원을 마쳤다.

마 박사는 “한의학에 기반한 천연물 신약은 유효성과 안정성이 입증되고 부작용도 적어 개발비와 개발기간의 단축이 가능하다”며 “fHRT를 골다공증 치료제로 상용화하기까지 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흡수를 막는 항비만 신소재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기준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과체중 인구가 전체의 35%, 비만인구는 11%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5년에는 세계 인구의 약 23.4%가 비만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비만 유병율도 32.8%로서 3명 중 1명이 비만이다.

이러한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한 보고에 의하면 비만인 사람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위(胃) 절제술, 지방흡입술 등의 외과적 시술은 물론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다양한 약품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존 비만치료제들은 혈압 상승, 가슴 통증, 불면증, 정신분열증, 고혈압 등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부작용의 위험에서 벗어나 비만을 극복할 수는 없을까. 한의학연 한의신약개발그룹 김진숙 박사팀이 한약재 추출물을 이용해 췌장 내 지방 흡수를 줄일 수 있는 천연 ‘항비만 신소재’ 물질을 개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POCUb로 알려진 이 신소재의 개발은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비만을 유도하는 지방성분이 췌장에서 분비되는 지방분해효소에 의해 잘게 분쇄(소화)돼 흡수된다는 사실에 착안, 지방분해효소의 작용을 막으면 체내지방 흡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POCUb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한약재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동물 실험 결과, 지방 분해 세포의 신호조절과 관련 있는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한편 AMPK의 활성을 촉진함으로써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 분해돼 체중 감소 효과가 발현됐다. 지방간 치료와 고지혈증 억제, 인슐린 내성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전임상 독성시험인 동물생체 내 소핵시험, 단회투여 독성시험, 13주 반복투여 독성시험을 통해 POCUb의 안전성까지 확인을 마쳤다.

이 기술은 제약업체인 아리바이오에 실시료 5억2,000만원과 매출액 3%를 러닝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이 완료됐으며,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이를 미국 바이오기업 그래비티 바이오에 기술료 1억3,350만 달러와 러닝 로열티 7.5%의 조건으로 재 기술이전했다. 이 기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 및 개발허가를 획득,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30 성인 기준 비만으로 판정되는 체질량지수(BMI). BMI가 18.5 미만이면 저체중, 18.5~24.9 사이면 정상, 25.0~29.9 사이면 과체중에 속한다.

군약 (君藥) 한약 처방에서 가장 주가 되는 약.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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