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완벽합니다.” 로저 드뷔 Roger Dubuis (77)가 2013년 오마주 Hommage 컬렉션의 첫 시계 검토를 요청받은 뒤 한 말이다. 로저 드뷔는 Mr. 퍼펙트라 불리는 천재 워치메이커로 로저드뷔 시계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현재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한 시계 거장의 찬사를 받으며 세상에 태어난 오마주는 로저드뷔의 다섯 번째 컬렉션으로 경이로운 메카닉을 상징한다. 정식 론칭은 2014년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스위스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에서 이뤄졌다.
오마주 컬렉션은 창립자인 로저 드뷔나 로저드뷔 시계 브랜드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로저드뷔 브랜드가 창립된 1995년, 창립자인 로저 드뷔 자신이 오마주라는 이름의 시계를 직접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마주에는 시계학(스위스에는 시계학이라는 정식 학문이 있다)의 명맥을 이어온 다른 워치메이커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로저 드뷔는 말한다. “1995년 로저드뷔 매뉴팩처를 설립하면서 저는 스승과 친구들 그리고 저의 예술에 영향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은 시계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죠. 그 결과물로 나온 게 오마주였습니다.”
현재의 오마주 컬렉션은 1995년 오마주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1995년의 오마주가 로저 드뷔 자신이 다른 대상에 느꼈던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았다면, 2014년의 오마주는 로저드뷔 시계 브랜드가 창업자인 로저 드뷔에게 느끼는 경의의 뜻을 담았다. 존경하는 주체에서 존경을 받는 대상으로 로저 드뷔의 위치가 바뀐 셈이다.
오마주는 로저드뷔의 다른 컬렉션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조금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개별 컬렉션으로만 따지자면 다른 시계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소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들 특징은 신고전주의와 맞닿아 있다. 신고전주의의 특징인 정연한 통일과 조화, 엄격하면서도 균형 잡힌 구도, 명확한 윤곽 등은 오마주 컬렉션을 꿰뚫는 디자인 미학의 한 축이다.
이 같은 오마주 컬렉션의 특징은 창립자인 로저 드뷔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로저 드뷔는 Mr. 퍼펙트라는 별칭이 암시하듯 ‘완벽’을 추구하는 시계 장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완벽에 대한 집념은 로저드뷔 브랜드의 전 모델이 제네바 실 Geneva Seal 인증을 받게 한 원동력이 됐다. 제네바 실은 제네바 주(州) 공인의 공식보증마크로 아주 엄격한 요건을 통과한 시계들에만 부여된다.
창립자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오마주 컬렉션인 만큼, 개별 제품 중에선 ‘Tribute to Mr Roger Dubuis’가 단연 돋보인다. 이 시계는 이름 그대로 로저 드뷔를 위한 모델이다. 2003년 로저 드뷔가 직접 만든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으며, 당시의 콤비네이션 기능을 그대로 적용해 로저 드뷔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이 시계는 한정판 넘버링조차도 의미가 남다르다. 이 모델은 208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됐다. 주로 88이나 188 등의 넘버를 사용하던 로저드뷔가 이 모델에만 특별히 208의 숫자를 부여한 것에도 로저드뷔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 208은 로저 드뷔가 1953년 수학한 제네바 워치메이킹 학교의 당시 등록 학생 수로, 로저 드뷔가 시계 업계에 입문했을 당시의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숫자다.
제네바 실과 로저드뷔
스위스에서는 매년 약 2,300만 개의 시계가 제작된다. 이 중 엄격한 검수 과정을 통과해 제네바 실 인증을 받는 시계는 오직 3만여 점, 0.13%에 불과하다. 제네바 실이 시계의 품질을 보증하는 최고의 인증 마크가 된 배경이다. 로저드뷔는 모든 생산 제품에 대해 제네바 실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매뉴팩처에서 완성품으로 출고된 후, 제네바 실 인증을 거쳐 로저드뷔 최종 상품으로 나오는 시계는 한 해에 5,000~6,000여 점 정도다. 제네바 실 인증의 20%를 로저드뷔 브랜드 혼자서 차지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