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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한전원자력연료 이재희 사장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가장 현실적인 대안의 하나다. 이런 원자력 발전을 위해선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킬 원재료, 즉 핵연료가 필요하다. 새끼 손톱만한 핵연료 소결체(pellet) 하나면 4인 가족 한 가구가 8개월간 사용할 약 1,800kWh의 전력을 얻을 수 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바로 이 핵연료를 국내 23개 원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 1월 수장으로 취임한 이재희 사장은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원자력 전문회사로 도약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Q. 한전원자력연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전기를 생산하려면 연료가 필요합니다. 화력 발전에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쓰이듯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을 이용해 연료를 만듭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이 우라늄 연료의 국산화와 연료 주기기술 자립을 위해 198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원자력 연료 설계·제조 전문기업입니다.

1989년 생산을 시작한 이래 연료 설계와 제조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 소요되는 연료를 전량 생산·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공급한 연료로 국내 총발전량의 약 30%에 달하는 전력이 생산되고 있을 만큼 국가 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대표적 에너지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합니다.

연료의 제조·공급 외에도 원자력 연료가 원자로 내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노심(爐心) 설계와 안전성 평가 관련 업무, 그리고 차세대 고성능 고유 원자력 연료 개발 등을 수행 중에 있습니다.

Q. 취임 10개월을 자체 평가해 보신다면?

공기업 정상화를 비롯한 여러 현안사항을 해결하다보니 숨 가쁘게 시간이 흘러간 것 같습니다. 한전원자력연료가 관리대상 기관은 아니었지만 취임 후 방만 경영 해소와 부채 감축 등 공기업 경영 정상화 기조와 맞물려 선제적으로 전반적 경영상태를 재검검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히 척결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기회로 삼았습니다.

아울러 원천기술이 확보된 고유 원자력 연료의 시범 장전, 노심 설계 코드 인허가 등 글로벌 첨단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으며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연계한 자체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해 창조경제 활성화에도 노력 중에 있습니다.

특히 해외수출에 박차를 가해 일본 RDS와 방사능 오염토양 제거장비 및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미국 뉴스케일과도 소형 모듈 원전용 연료 개발 용역을 확대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과 관련한 설계·제조기술 전수 교육을 차질 없이 추진함은 물론 러시아의 테넥스와 우라늄 공급 협약을 체결해 2016년 말부터 UAE 원전에 수출할 우라늄의 안정적 공급 방안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Q. 한전원자력연료의 궁극적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현재 세계 원자력 연료 시장은 프랑스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양분하고 있으며, 그 뒤를 러시아의 TVEL과 저희가 뒤쫓는 형국입니다. 이에 2020년까지 글로벌 3강 연료주기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선후행 핵주기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등 다각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경영혁신 3개년 계획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오는 2016년까지 지금보다 53% 늘어난 3,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적극적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해외매출 900억원(매출비중 24%)을 이룩할 계획입니다. 또한 원자력 연료 사업과 튜브사업, 전열관 사업 등 12대 중점기술을 개발해 현재 대비 37% 늘어난 8,470억원의 자산규모를 실현할 방침입니다.

Q.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저는 취임 후 ‘고객신뢰 우선, 글로벌 역량 제고, 사업영역 확대, 사회적 책임완수’라는 경영방침을 설정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외적으로는 고객신뢰에 기반해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무결점의 안전한 원자력 연료 공급자로 인정받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창조적 핵심 인재 양성과 고유 원천기술 개발 및 해외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의 지속적인 창출과 신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또 공기업으로서 윤리경영 실천과 활발한 사회공헌활동, 협력회사와의 동반 성장, 창조경제 실현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혁신과 소통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 세계를 선도하는 원자력 연료 기업으로서의 기틀을 굳건히 다져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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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보유 중인 원천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한전원자력연료는 해외기술을 도입, 1989년 경수로용 원자력연료의 상업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속적 노력 끝에 제조·설계 원천기술을 확보, 설립 16년 만인 1998년 중수로용 연료의 상업생산을 개시했고 2006년과 2008년부터는 해외기업과 공동으로 PLUS7, ACE7을 각각 개발해 상용 공급 중입니다.

또한 2005년부터 국가 원자력산업 수출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HIPER16와 HIPER17이라는 고성능 원자력 연료의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독자 기술소유권을 확보해 해외수출에 제약이 없는 연료로, 국내 기술로 부품과 집합체도 개발하여 노외 성능검증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실제 원전에서 약 4년 6개월간 성능을 검증한 뒤 상용공급과 해외수출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에 더해 핵 설계 코드 2종을 비롯해 열수력 설계 코드, 집합체 지진해석 코드, 연료봉 설계코드 등 5종의 노심 설계코드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인허가도 획득했습니다.

Q. 국내 원자력 연료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 입니까?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경수로 연료의 경우 해외 선진기업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품질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 전력연구소(EPRI)가 원자력 연료의 대표적 품질지표인 연료 손상률을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 간의 손상률이 미국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2년 한전원자력연료가 자체 개발한 가돌리니아 함량측정법과 희귀분석 교정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으로 확정된 것도 국내 기술력의 수준을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원자력 후발국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원자력연료가 해외로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기술적 우수성을 공인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계 분야의 원천기술은 아직까지 상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어 적극적 연구개발이 이뤄져야할 부문입니다.

Q. 원전 분야 신뢰회복 방안이 있다면?

최근 몇 년간 일어난 불미스런 일들과 관련해 원자력 업계의 일원으로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원자력은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 셋째도 안전입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경제성이나 국가 경제 기여도는 이러한 국민적 신뢰를 얻은 후에 논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에서 벌어진 여러 원전 비리로 인해 성장 일변도에 있던 국내 원자력이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원자력은 분명 경제적이면서 대용량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입니다.

원전산업 종사자들은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매사에 기본과 절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안전성과 품질향상 제고에 매진한다면 잃어버렸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재희 사장 프로필

학력
1972년 서울 경희고등학교
1980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경력
2006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부본부장
2007 ~ 2009년 한국전력공사 남부지점 지점장
2009 ~ 2012년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본부장
2012 ~ 2014년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
2014 ~ 현재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상훈
1996년 산업통상부장관상
2003년 대통령상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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