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도시는 자유무역 수혜자다. 그런데 왜 민주당은 이를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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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민주당 의원들의 행동을 봐선 잘 모르겠지만,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일지 한번 추측해보라. 정답은 노조와 민주당이 꽉 잡고 있는 미국 대도시들이다. 노동자의 지원을 등에 업은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미국의 산업 도시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에 파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의 극보수 단체 티 파티 Tea Party와 연계한 이들은 유럽 및 아시아와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의 협상 중단을 원하고 있다.하지만 통계자료는 노동자 겸 유권자를 대변하는 이들이 특히 NAFTA 파트너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로의 수출 덕분에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무역이 경기 침체 이후 대도시의 경제 발전과 고용창출을 이끌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의 글로벌 시티 이니시에이티브 Global City Initiative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의 경기 회복기 동안 수출은 미국의 100대 대도시에서 5배나 증가했고, 이 대도시들의 경제 회복에 절반 이상을 기여했다.

일례로 시카고를 보자. 시카고(Windy City)의 대 멕시코 및 캐나다 수출은 2005년 120억 달러에서 2012년 200억 달러로 폭풍 성장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전기, 기계, 그리고 자동차 부품 부문에서 이뤄졌다. NAFTA 덕분에 관세와 다른 무역 장벽들이 철폐되면서 수혜를 본 결과였다.

여러분은 현 시카고 시장이자 지난 1993년 클린턴 전 대통령 수석 보좌관이었던 람 이매뉴얼 Rahm Emanuel이 당시 회의적인 민주당 의원들로 가득찬 의회에서 NAFTA 통과에 힘썼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오늘날 시카고와 멕시코 시티는 NAFTA의 최대 무역 교류 도시가 됐다. J.P. 모건에 따르면, 이 두 도시의 연간 무역 교류액은 17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매뉴얼과 미구엘 앙헬 만세라 Miguel Angel Mancera 멕시코 시티 시장은 관계 확대를 위한 경제파트너십 협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현재 두 개의 신규 협정-하나는 유럽, 다른 하나는 아시아-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협정들로 시카고 같은 도시들은 자유무역지역을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협정이 통과되기 전에, 의회는 ‘패스트 트랙 Fast Track’ *역주: 의회가 통상협정을 비준하는 경우에도 수정 심의 없이 가부만을 결정하는 미국의 정치제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다른 나라와 힘겹게 조율한 협정을 수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가부표결을 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해리 리드 Harry Reid 상원 원내대표는 자유무역법안 상정을 거부하고 있다. 론 와이든 Ron Wyden 신임 상원재무위원회 의장 역시 법안을 지연시키면서 이를 ‘스마트 트랙 Smart Track*역주: 무역협정 상정을 거부하는 행위를 ‘현명한 길’이라고 주장한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Elizabeth Warren과 셰로드 브라운 Sherrod Brown 같은 상원의원들은 대놓고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있고, 하원 내 민주당 의원 150명도 패스트 트랙을 반대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두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J.P 모건체이스의 수석부사장 피터 셰어 Peter Scher는 “‘미 대도시의 경제 성장이 외국 시장 접근 확대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출신 시장들과 이런 점을 망각하는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의견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셰어는 이런 불협화음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충실한 민주당원이었고, J.P. 모건에 들어오기 전까지 민주당 의원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 존 에드워드 John Edward의 부통령 선거를 총괄했다. 지금은 J.P. 모건 체이스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관리자로서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와 함께 글로벌 시티 이니시에이티브를 이끌고 있다. 자유무역 덕분에 시카고와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같은 오래된 산업 도시가 활기를 되찾았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셰어는 “이 대도시들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무역”이라고 강조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처럼 극진보주의적 정치 색깔을 띤 도시에서도, 시의 총 GDP 가운데 4분의 1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역시 주요 수출 대상은 멕시코다. 셰어는 논란이 됐던 무역협정이 결국 500만 개의 순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업계 자료를 언급하며 “우리는 NAFTA 덕분에 미국 전역에서 매일 일자리와 경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제조업 수출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많은 고임금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그는 필자에게 “소득 불평등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 중 하나다. 고임금 경제를 만들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분명한 점은 고임금 일자리가 수출과 상당히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21세기 진보주의자의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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