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준의 느슨한 금융 정책은 위험하고 불공평하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

By John Cassidy


최소한 현재로선 미국에서 양적 완화(Qualitative Easing·이하 QE)-국채 매입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정책-가 중단됐다. 연준은 10월 말 돈줄을 죄고 있다고 발표했다(다음 날 일본은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많은 측면에서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준이 100년 전 업무를 시작한 이후 QE보다 더 논란이 됐던 정책은 거의 없었다.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QE를 미 달러의 위상을 전복시켜 결국 인플레 소용돌이나 투기 거품, 혹은 이 두 가지 모두를 낳게 하는 잘못된 조치라고 여기고 있다.


진보주의자들과 심지어 일부 기득권층 조차 QE가 상위소득 1%의 부를 키워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수단이라고 비판한다(전 연준 관계자는 QE를 “역사상 최대의 월가 구제 꼼수”라고 묘사했다.) 한편 더욱 근본적인 관점에서 QE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QE가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난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6년간 연준의 재정은 3조 5,000억 달러 정도 팽창했다. 과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Weimar Republic)을 연상시키는 재정 확대이다. * 역주: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계 1차대전 전후 통화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물가가 100억 배 이상 상승했던 것을 빗댄 말이다 또 QE가 자산 가격 상승에 일조하기 때문에, 이 정책의 수혜자는 주식과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된다. 맞다. 부자들이다. 미국 전체부의 1%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정말 이 정도로 낮다) 하위소득자 50%는 QE로부터 얻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도 반대론자의 주장은 틀렸다. QE는 잠재적으로 위험 요소가 있고 불평등하지만, 어떤 상황에선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우리가 2008년 경험했던 것처럼 금융 위기 이후에는 QE가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고 정상적인 금융중재기능(Intermediation)을 회복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저성장 경제상황에서 이미 최대한 금리를 낮춘 중앙은행은 재정 적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기 부양책을 배제한다. 이럴 때 QE는 경제가 반영구적인 디플레 침체-지난 20년간 일본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 된다.

2008~2009년 당시, 연준은 1차 QE를 단행해 대공황과 같은 침체 위기를 차단할 수 있었다. 3차 QE가 시작된 2012년 위기감은 덜 심각했다. 저조한 GDP 성장률, 높은 실업률, 그리고 낮은 인플레가 문제였다. 그 이후 지난해 정체기를 거쳐 경제 성장률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실업률이 8.1%에서 5.9%로 떨어지는 등 큰 개선을 보였다.

QE가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QE가 아니었다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됐을 것이란 점은 알 수 있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QE 덕분에 장기 채권 수익률이 1~2% 정도 하락했고,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다른 가계 대출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연준이 미 달러 가치를 낮춰 미국 수출 성장에 일조했고, 일본이 겪었던 디플레 재연을 막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도 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료 및 에너지 품목을 제외하고, 미국 인플레는 1.7%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는 디플레가 인플레보다 더 위협적이다. 때문에 QE 종료가 시기상조라는 일부 주장도 나오고 있다(나라야나 코처라코타 Narayana Kocherlakota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지난 10월 연준 회의에서 동료들의 QE 종료 결정에 이견을 보였다). 역사는 비둘기파의 우려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5년간 두 차례에 걸쳐 연준이 돈줄을 죄었지만 결국 경제가 흔들리자 다시 돈을 풀 수밖에 없었다.

현재 GDP 성장과 고용 창출은 꽤 견조해 보인다. 재닛 옐런 Janet Yellen 연준 의장과 동료들은 이 같은 이유를 인용하며 자산 매입 중단 결정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결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짐작한다. 만약 2015년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미국으로 확산된다면, 연준도 대응할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연준 무기고에 남은 유일한 무기는 QE다. 때문에 연준은 모든 화력을 지금 소진하기보단 나중을 위해 일부 남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존 캐시디는 포춘 기고가이자 뉴요커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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