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자신의 육감을 믿습니까?

DO U BELIEVE 6 SENSE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내 육감인데 말이야…”.


육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오감이 아닌 직관 혹은 본능에 기반한 느낌일 뿐이지만 우리는 그런 육감을 꽤나 신뢰한다. 그리고 과학은 이러한 육감을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부 연구결과는 ‘육감 추종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저마다 육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면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고, 애인이 바람난 것을 귀신 같이 알아채기도 한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 때문에 대형사고를 모면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 자체가 크고 작은 육감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초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육감을 텔레파시, 투시력, 염력 등과 유사한 초감각적 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으로 분류한다. 또한 육감을 통해 오감으로는 풀 수 없는 다양한 사건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유자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ESP가 정말 존재하는 걸까. 과연 그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까.



육감에 따라 움직여라!

지금껏 육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들은 셀 수 없이 많이 이뤄졌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08년에도 육감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다. 시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육감으로 어느 정도 사물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뇌신경과학자인 베아트리스 드겔더 박사팀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시각 외에 물체를 인지하는 능력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것.

당시 연구팀은 바로 앞에 있는 물체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남성에게 책 등의 일상적 사물을 군데군데 배치한 장애물 코스를 지나가도록 시켰다. 당연히 청각이나 후각, 촉각 등의 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장애물은 없었으며 지팡이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남성은 장애물을 어느 정도 피해가는데 성공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갤더 박사는 “눈으로 보는 시력은 완전히 잃었지만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에 사물 인지 기능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면서 “(육감과 같은) 무의식적 자각도 뇌가 가진 기능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영국 런던대학 신경과학자 미샤 페시리온느 박사팀도 20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세 가지 기호가 포함된 추상적인 무늬를 보여주고, 육감으로 선택하라고 주문했다. 각 무늬는 돈을 따거나, 잃거나, 게임을 종료한다는 뜻이었지만 피실험자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피실험자들은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따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무의식적인 뇌’도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똑똑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육감이 우리가 잠재적으로 습득한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며, 끌리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실험들은 육감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도를 한껏 드높인다. 그렇다면 인체의 어떤 부분이 육감에 관여하는 것일까. 이를 밝혀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육감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육감의 발원지를 찾아라!


대체로 육감은 오감과 같이 어떤 특정 감각기관이 아닌 사고(思考)로부터 나온다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육감을 뇌의 특정 부위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경향이 짙다. 우리 뇌에 육감을 관장하는 영역이 있다고 보는 것.

관련기사



앞서 페시리온느 박사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일일이 검사한 결과, 무의식적인 선택을 할 때 뇌의 선조체(striatum)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선조체는 음식이나 돈, 명예, 성적 쾌감 등 긍정적 보상으로 여겨질 만한 것들에 반응한다. 뇌가 만든 마약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도 여기서 분비된다.

지난 2005년 미국 워싱턴대학 조슈아 브라운 교수 연구팀의 경우 전혀 다른 곳을 주목했다. 바로 ‘전두대상피질(ACC)’이다. 피실험자들의 뇌를 촬영했더니 부정적 상황이 닥치기 전 그것을 예견·판단·통제하기 위해 ACC가 활성화되는 것이 감지됐다고 한다. 브라운 교수는 이를 근거로 ACC가 위험에 대한 사전 경보를 발령해 육감이 발휘되도록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뇌는 우리의 생각보다 미묘한 신호의 포착에 훨씬 능숙합니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상황이 닥친 후에 ACC가 활동한다고 생각했지만 연구결과는 다릅니다. ACC는 부정적 상황이 닥칠 것 같은 때를 미리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행동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때 그 사실을 경고해줄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육감이 더 뛰어난 이유 역시 ACC에서 찾는다. 뇌의 생물학적 구조상 여성의 ACC가 남성보다 크고, 한층 쉽게 활성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영성(靈性)의 뇌

덧붙여 일부 학자들은 공포심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amygdala)’가 육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공포심은 대체로 익숙하거나 예견됐던 상황보다는 갑자기 직면한 낯선 상황에서 발현되며, 이성적 판단에 앞서 본능적 반응이 표출된다는 측면에서 육감에도 편도체가 주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9년 전쟁에 투입된 군인들의 육감에 대한 미 육군연구소(ARL) 스티븐 버넷 박사의 연구 결과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버넷 박사는 2년간 800여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인식과 폭발물 탐지에 관한 연구를 수행, 육감이 폭발물 탐지 등 긴박한 상황의 회피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장병들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출됐는데, 이러한 작용은 위험을 감지해내는 육감과 유관합니다. 생명을 정면으로 위협받게 되는 전쟁터에선 경험이나 훈련 못지않게 육감이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 대뇌와 중뇌 사이에 위치한 간뇌(間腦)를 육감의 발원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간뇌는 호흡, 체온, 식욕, 혈당 등을 조절하고 신진대사를 돕는 부위다. 외부 자극에 대응해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특별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의 영역인 만큼 간뇌의 정보처리 속도는 의식 영역인 좌뇌와 우뇌보다 8만 배나 빠르다. 때문에 초심리학계에서는 간뇌를 영성의 뇌라 칭하면서 이 부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예감과 예지력, 투시력, 텔레파시 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육감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이 밖에도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각 연구에 의해 탄생한 가설들은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설득력을 지닌다. 어느 것 하나 ‘정답’이라 판명된 것은 없지만 말이다. 어쩌면 먼 훗날 육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인체의 영역과 정확한 작용기전이 만천하에 밝혀질 수 있다. 그날이 오면 누구나 해당 영역을 집중 발달시켜 초능력에 가까운 육감을 발휘하게 될 지도 모른다. 바람둥이나 사기꾼들은 결코 그런 세상을 바라지 않겠지만.



남자의 육감이 더 정확하다?!

사람들은 남성보다 여성의 육감이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영국의 한 연구팀이 그런 통념과 정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하트퍼드셔대학의 심리학자 기처드 와이즈먼 교수팀이 그 중인공이다.

연구팀은 1만5,000여명의 피실험자들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사진을 보여주고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토록 했다. 그러자 의외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뛰어난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남성은 전체 중 72%가 진짜 웃음을 가려낸 반면 여성은 정답률이 71%였다. 또한 남성이 여성의 웃음을 제대로 파악한 비율은 76%였으나 여성이 남성 웃음의 진위를 맞힌 것은 67%에 불과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가짜 웃음에 더 잘 속아 넘어간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육감이 뛰어난 편인지를 묻는 물음에 대해 남성 피실험자는 58%, 여성 피실험자는 77%가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글래디너 맥마흔 박사는 이 실험결과를 놓고 “인지심리학자들은 직관을 빠른 정보처리라고 정의한다”며 “여성이 직관적이라는 세간의 생각은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경향 때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