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성평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By Nina Easton
GRAPHIC BY LUKE SHUMAN
우간다, 나미비아, 가나, 나이지리아(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에선 여성들이 사업할 확률이 그들의 남편, 아들, 남자 형제보다 3배나 더 높다. 하지만 북아프리카나 중동의 여성들은 이 같은 일을 상상도 하지 못한다. 남자가 사업에 나설 확률이 여성들보다 3배나 더 높다. 이곳에선 월급 생활자가 될 확률도 20년 전보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포춘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독려 프로젝트인 '유리천장 깨기: 평등한 경제참여(No Ceilings: The Full Participation Project)'-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과 딸 첼시 클린턴 Chelsea Clinton이 처음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우리는 보고서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다소 진전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 세계 여성의 건강이 증진됐고 교육률도 높아졌지만, 월급을 받으며 일할 가능성은 2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전 세계 여성 비율은 55%에 머물러 있다.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82%로 줄어들었음에도, 경제활동 비율의 성별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비공식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이 통계에 집계되지 않았다).
게이츠 재단 Gates Foundation과 여러 기관이 공동 작성한 ‘유리천장 깨기’ 보고서에는 1995년 이후 전 세계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측정하기 위해 진행된 여러 연구의 데이터들이 집계되어 있다. 1995년은 유엔이 베이징에서 여성지위 관련 회의를 개최해 주목받은 해였다.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권익은 인권과 등치관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 후에도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며 여성권익 향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거듭 주장한 바 있다. 그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GDP의 증가를 보여주는 연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적시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이 경제활동 참여율의 성별격차를 좁힐 경우, 2030년까지 GDP가 평균 12% 증가할 것이다. 또, 일본과 한국은 20%, 미국은 10%, 이탈리아는 22% 이상 GDP가 향상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리천장 깨기’ 운동의 총책임자인 테리 매컬러 Terri McCullough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문화적 규범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를 예로 들어보자.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성인여성 경제활동 비율은 64%나 된다. 하지만 일본에선 긴 역사를 자랑하는 현대화와 높은 교육률에도 불구하고 49%의 여성만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전업주부를 좋게 보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병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성의 경제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새 지도부도 이 점을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그리스에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비율이 44%밖에 되지 않는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인도를 세계 수준의 경제로 도약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비율은 27%에 불과한 상황이다. 10년 전에는 이 수치가 훨씬 높았는데도 말이다.
머지않아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후보로 나서면, 분명 이 보고서는 정치적 논쟁의 불씨를 지필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을 ‘유급 출산휴가를 의무화하지 않은 유일한 고소득국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외에 출산휴가를 의무화하지 않은 나라는 미크로네시아, 파푸아뉴기니, 통가 같은 개도국들뿐이다. 임금의 성별격차 역시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다. 물론 보수주의자들은 근무 시간,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기간, 직업 선택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보고서의 수치가 잘못 집계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금격차만이 여성 권익의 향상이나 퇴보를 보여주는 유일한 특징이란 말인가? 우리는 대선이 시작되는 11월이 되기 전, 이에 관한 더 많은 주장을 듣게 될 것이다.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클린턴 재단(Clinton Foundation)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첼시 클린턴이 포춘의 니나 이스턴 Nina Easton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실현되지 못한 여성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유리천장 깨기’ 보고서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무엇이었나?
미국이 유급 출산휴가를 주지 않는 9개국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거기에 속한 나라들을 살펴보라.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국가가 아닌 작은 섬나라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저조한 경제활동 참여도가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그 문제에 대해 어머니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지면 연간 GDP가 빠르게 향상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지만 현명한 방법임에는 틀림 없다.
미국 기업에서도 여성의 최고 경영진 참여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미국은 그동안 꾸준한 진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나 CEO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정관념을 경영진에서부터 바꿔 나갈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세계은행은 노동 가능 연령대에 있는 전 세계 여성 가운데 55%가 일을 하고 있으며, 세계 노동력의 40%가 여성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노동력의 거의 절반이 여성인 덴마크에서부터 10명 중 한 명(표 참조)의 여성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카타르까지 국가 간에 차이가 큰 게 현실이다. 2013년 기준으로 12개국의 여성경제활동 참여율은 채 20%도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