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올 뉴 투싼’을 내놨다. ‘투싼ix’ 이후 6년 만에 나온 완전변경 모델이다. 올 뉴 투싼은 2.0리터디젤엔진과 1.7리터 디젤엔진을 달고 시장에 나왔다. 현대차 SUV 차량 중 1.7리터 디젤엔진을 달고나온 모델은 올 뉴 투싼이 최초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근 자동차 시장 경향에 대응한조치다. 직접 타본 ‘올 뉴 투싼 1 .7 ’ 모델은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2.0 모델인 줄 알았다. 차를 모는 내내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시승을 마친 뒤 진실을 알게 됐다. 현대차에서 확인해주었다. “1.7모델 모던 트림입니다.” 당혹스러웠다. 차를 세워놓고 엔진룸을 열어봤다. 엔진 덮개엔 2.0도 1.7도 써 있지 않았다. 차량 뒤로 가 트렁크를 살펴봤다. 여기에도 1.7모델임을 알려주는 ‘딱지’가 없었다. 현대차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2.0모델과 1.7모델을 비교해봤지만 숨은그림 찾기였다(2.0모델은 꽁무니에 1.7모델에 없는 머플러팁이 나와 있고 휠 모양이조금 다르다). 시승한 차량은 ‘올 뉴 투싼 U2 1.7’ 모델 중 ‘모던’트림이었다.
‘올 뉴 투싼 U2 1.7’이 보여준 몸놀림은 놀라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수 없었다. 발놀림은 경쾌했고, 힘을 끝까지 뽑아내는 근력으로 펀치력까지 보여주었다. 보통 체격이지만 빠른 발과 묵직한 파워를 갖춘 웰터급 복서였다.복싱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체급이 웰터급이다. 정말 2.0엔진을 단 모델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1.7 엔진과 DCT가 보여준 환상 궁합
시승차에 들어간 U2 1.7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41마력(4,000rpm)에 최대토크 34.7kg·m(1,750~2,500rpm)을 발휘한다. R 2.0 디젤엔진에 비해 출력은 45마력, 토크는 6.3kg·m 낮다. 대신 공차 중량은 1.7모델이 70kg 가볍다.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이다. 네바퀴 굴림은 2.0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1.7모델에는 2.0모델에 없는 비밀 무기가 있다. 몸 속 깊이숨기고 있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7단 더블클러치 트랜스미션(DCT·Double Clutch Transmission)이다. 2.0모델에는 일반적인 자동 6단 변속기가 들어간다. DCT는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수동변속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더 특별한 점은 홀수와짝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1단 기어가 물려있는 상황에서 2단 기어가 동력을 이어 받을 준비를 미리 한다. 2단 기어가 동력을 받으면 3단이 미리 변속 준비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변속이 이뤄진다.
변속기를 드라이브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DCT가 주는 느낌을 알 수 있다. 수동변속기를 1단으로 놓고 엔진에서 힘을 충분히 뽑는 느낌과 같다. 중저속에서도 한 단 낮은 기어에 변속기를 맞물려 놓은 것처럼 강하게 토크를 뽑아낸다. 실용영역 구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를 최대한 이용해 1.6톤이안 되는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시내 주행에서 출력이나 배기량으로 인한 아쉬움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대단하다. 살짝 부족한 1.7디젤엔진의 힘을 DCT가 완벽하게 메웠다. 올 뉴 투싼 U2 1.7 모던 차량에는 드라이브 모드(노멀, 에코, 스포츠)도 달려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서 달리면정말 수동변속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꽉 찬 변속감과 쏟아지는 토크가 마구 느껴진다. 엔진브레이크도 확실하게 걸린다. rpm게이지에서 바늘은 빠르게 올라갔다 뚝 떨어지지만 변속 충격은 느낄 수 없다. 1.7리터 엔진과 7단 DCT가 만나면서 연비도 좋아졌다. 복합기준 연비가 15.6km(도심 14.9km/l 고속도로 16.6km/l)로 개선됐다.
주행감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다. 고속주행을 하면서 회전구간을 돌 때에도 차 뒷부분이 출렁거리지 않는다. 어지간한 커브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쏠림이 크지 않다. 올 뉴 투싼은안정적인 접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50%이상으로 높이고 후륜 로어암(서스펜션 아랫쪽에 달린 지지대로 차체와 휠을 연결한다)을 2중 구조로 바꿨다.
2.0 보다 나은 1.7
올 뉴 투싼을 보면 딱 ‘싼타페 동생’이란 느낌이 든다. 특히 앞모습이 무척 닮아있다. 커다란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헤드램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안개등과 주간 전조등이 나눠져 있다. 옆모습은 섬세하고 날렵한 선을 그려 역동성을 강조했다. 뒷모습은 수평 라인을 강조해 간결한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비율이 탄탄하다. 오히려 싼타페보다더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뉴 투싼은 1세대 싼타페와 비슷할 정도로 체격이 커졌다. 현대차는 올 뉴 투싼의 경쟁상대로 폭스바겐 티구안을 지목했다. 올 뉴 투싼은 길이, 폭, 높이, 휠베이스가 각각4,475mm, 1,850mm, 1,650mm, 2,670mm다. 티구안(4,430×1,810×1,705×2,604)보다 전체적으로 조금씩 크다. 콤팩트 SUV치곤 기대 이상으로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앞자리 운전석 공간은 차분하고 점잖은 느낌이다. 최근 현대차가 즐겨 사용하는 수평 레이아웃을 사용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컨트롤러를 위아래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뒷좌석은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고, 등받이 각도 조정 기능까지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불편하지 않다. 6 대 4로 나눠서 접히는 뒷좌석을 채택해 레저용 짐 싣기에도 상당히 여유롭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13 리터다(투싼ix에 비해 48리터 확장됐다).
1.7 모던 트림에는 내리막 경사가 심한 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내려갈 수 있는 경사로 저속 주행 장치(DBC)가 기본 포함됐다. 인조 가죽 시트와 열선 기능, 열선 운전대, 오토라이트 컨트롤, 뒷자리 에어 벤트도 달려있다. 다만 올 뉴 투싼에 새롭게 추가된 첨단 기능인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자동 주차 및 출차 기능이 포함된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은1.7 U2 모델에선 선택할 수 없다. R2.0 프리미엄 등급에서만이 기능을 누릴 수 있다.
1.7모델은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다운사이징에 대응하는 현대차의 기대주라 할 수 있다. 실제 타본 1.7 모델은 경제성만 따지는 패밀리SUV가 아니었다. 오히려 발놀림이 매우 경쾌해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었다. 20~30대 젊은 소비자에게 딱 맞는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올 뉴 투싼은 4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누적 계약 수 2만 대에육박하고 있다. 올해 국내 판매 목표(4만2,000대)의 40%를 한달여 만에 달성한 셈이다. 그 중 1.7 모델 판매 비중이 45%에달하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타보니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연비도 더 좋고 역동적인 달리기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겉모습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2리터모델을 탈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올 뉴 투싼은 U2 1.7과 R2.0디젤 엔진을 두고 모두 5개 트림을 판매하고 있다. 올 뉴 투싼U2 1.7 모델 가격은 2,340만~2,550만 원, R2.0 디젤 모델은 2,420만~ 2,920만 원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