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거품이 꺼져가는 예술시장

사상 최대로 치솟은 예술품 경매가가 소더비 Sotheby’s와 크리스티 18 Christie’s 에겐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지난해 11월 며칠에 걸쳐 열린 가을 경매에서 현대예술품 경매 매출이 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앤디 워홀Andy Warhol ,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알베르토 지아코메티 AlbertoGiacometti로 대표되는 현대예술품들이 과거 고전예술에만 한정됐던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이었다. 세계 경매시장의양대 산맥인 두 기업의 경영진은 아마도 최고급 샴페인 동페리뇽Dom Perignon 으로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한 가을 경매 이후 한 달이채 지나지 않아 두 업체의 CEO는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찬란한 영업실적 뒤에 숨은 경매업체들의 이면에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 예술계의 패러독스’ 라 할만하다. 호황기를 맞아 시장에 자금이 넘쳐나는 가운데,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맞춤정장을 입고 프랑스제 커프스를 착용하는 화려한 무대 이면에서 치열한 시장 점유율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상호 경쟁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만큼 자신에게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소더비는 매출이 6% 상승했음에도 이익은 9% 감소했다. 비상장기업인 크리스티는 이익이 증가세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작년 공개된 기업실적은 소더비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대다수 산업분야에선 매출이 급증하면 중개업자도 큰돈을 번다. 하지만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를 호가하는 예술품 시장에선 이러한 정설이 통하지 않는다. 예술 자문기업 아트베스트 파트너스Artvest Partners 의 마이클 플러머 Michael Plummer 대표 - 크리스티 파이낸셜 서비스Christie’s Financial Services 의 최고운영책임자(COO)출신이다 - 는 “예술품 가격이 오르고 시장이 성장하면 이익 마진은 반대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경매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 개런티’ 제도 *역주: 낙찰 여부나 가격에 관계없이 경매회사가 위탁자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시장 점유율과 명성 유지 및 향후 작품 유치를 위해 주요 출품작에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약삭빠른 위탁자들은 두 기업을 경쟁하게 만들어, 작품이 낙찰되지 않더라도 최저입찰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약하고 있다.

두 업체의 경쟁은 경매 입찰자들 간의 경쟁보다 더 치열해졌다. 그 결과 신문의 헤드라인을 많이 장식하는 주요 작품 경매에서 경매소는 대부분 아주 소액의 수수료만을 받거나,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출품된 제프 쿤스 Jeff Koons 의 ‘풍선 개(Balloon Dog, Orange)’는5,200만 달러에 낙찰되며 현대예술품 최고 경매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본지가 계산해 본 결과, 크리스티는 이 거래로 오히려 약간의 손실을 보았다.

소더비 경영진 출신인 데이비드 내시DavidNash 미첼 인 앤드 내시 Mit chell-Innes & Nash 대표는 “지금은 예술 시장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소더비와 크리스티 간의 무모한 경쟁이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개런티 제도는 실질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작품이 판매되지 않거나 경매 입찰가가 최저입찰가에 못 미치는 경우, 경매소는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 시장이 또다시 침체하면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상당한 액수를 부담해야 한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간의 경쟁은 기업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경쟁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젊은 기업인 크리스티가 런던에서 설립된 시기는 조지 3세의 집권 초기로, 미국이 대서양 건너편의 골치 아픈 식민지에 불과했던 때였다. 이제 두 업체의 경쟁 구도는 내년이면 250주년을 맞는다. 이에 비하면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은 짧게 느껴질 정도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경매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며, 두 회사의 합산 매출은 글로벌경매 매출의 55.3%에 달한다.

두 기업의 사이가 우호적이었던 때가 한 번 있었는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1990년대 중반,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중개 수수료율 인상 짬짜미로 기소된 바 있다. 크리스티 측에서 짬짜미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했고, 소더비는 가격 짬짜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알프레드 토브먼Alfred Taubman 소더비 CEO가 연방 교도소에 투옥됐다. 크리스티 CEO였던 앤서니 테넌트 경( 卿) Si rAnthony Tennant은 기소됐음에도 재판이 열리는 미국행을 거부했고, 결국 법정에 서지는 않았지만 수년 뒤 사망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고객들에게 총 5억 1,2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치렀다(다행스럽게도 최근 치열한 경쟁으로 앞으로 두 기업이 공모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후 두 기업은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당시 시험 적용 중이었던 개런티 사용을 크게 늘렸다. 최저입찰가를 부담함으로써 고객의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약정금액을 웃도는 입찰가에 대한 수수료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2008년 개런티 제도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경매회사의 부담은 지나치게 높아진 반면에 이익은 그만큼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기 당시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수억 달러에 이르는 판매 불가 작품을 떠안게 됐다. 2008년 소더비는 개런티 제도로 연간 이익의 75%에 해당하는 7,8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다. 윌리엄 루프레히트William Ruprecht 당시 소더비 CEO는 “당분간 개런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분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예술작품 가격이 반등하자 개런티 사용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크리스티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고가의 작품을 취급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급성장하는 현대예술 시장의 55%를 점유한 반면, 소더비의 시장 점유율은 36%에 불과하다. 소더비는 이를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소더비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재무상태를 매우 면밀히 감사받고 있다. 특히 소더비를 공개적으로 많이 비판해 온 인물은 최대 주주인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Third Point 의 댄 로브 DanLoeb 회장이다. 로브 회장은 2013년부터 소더비를 ‘복원이 반드시 필요한 고전 거장 회화(Old Master Painting)’에 빗대며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 시장 점유율이 낮은 건 크리스티의 비경제적이고 약탈적인 행동 때문’이라는 소더비의 주장을 묵살했다. 로브는 “소더비가 종종 위탁 수수료를 환불해 주거나, 일부 작품의 경우 구매 대금 수수료(buyer’s premium)*역주: 경매 낙찰가 외에 경매회사에 치르는 소정의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위탁자에게 넘겨주는 등 제살깎기식 이윤 경쟁에 나서 왔다”고 공개적으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로브 회장 등 소더비에 대한 비판 의견을 피력해 온 세 명이 지난 5월 소더비 이사로 임명됐다. 그 후로는 로브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소더비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포춘은 이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신임 CEO에 대한 지지 의사는 밝힌 바 있다(루프레히트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임 의사를 공표한 뒤, 3월 31일 태드 스미스Tad Smith 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겼다).

올 3월 발표된 소더비의 2014년 영업실적에는 로브 회장이 불만을 제기할 만한 요소가 충분했다. 예술시장이 호황임에도, 영업이익은 정점에 달했던 2007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주요 지표인 ‘ 수수료 마진(최종 입찰가 대비 소더비의 수익률)’ 도 크게 감소했다. 계속 감소세였던 수수료 마진은 2011년 16.5%에서 2014년 14.7%까지 하락 했다. 마진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건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14년 소더비 수익 결산에서 패트릭 맥클리몬트Patrick McClymont CFO는 “고가의 작품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 환경 때문에 마진 감소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명품 기업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가 소유한 민간기업 크리스티의 경우, 매출액 외의 재무 실적은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2014년 매출은 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지주회사의 손익계산서가 이례적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공개된 이후, 크리스티의 낙관적인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크리스티의 경매 매출은 2012년 53억 달러에서 2013년 59억 달러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이익은 1억 5,300만 달러에서 1억 2,3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수수료 마진은 소더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15.2%에서 10.7%까지 하락했다.

경매회사 출신들은 점유율 경쟁이 비이성적일 정도로 심화할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 전직 경영진은 “그냥 무조건 이겨야 하는 순간이 있다”며 “스포츠 경기처럼, 세 번 연속 졌다면 기업의 추진력과 신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컬렉터, 중개인, 국제 금융기업들도 개런티를 제공하기 시작해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개런티는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경매회사들에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치열한 경쟁 탓에 경매회사들이 더 많은 금액을 보장하게 하는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가을 경매 주요 출품작의 45%가량이 경매회사나 투자자로부터 개런티를 받았다.

그 결과 유인책이 더 많이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출품작의 카탈로그 표지 게시 여부나, 경매기간 내 작품의 보험금 부담 여부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을 두고 협상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요란한 마케팅 활동과 경매 전 작품 전시 등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쓰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 가지 주요 수수료를 위탁자에게 양보하기도 한다. 경매회사들은 (로브 회장이 지적했듯이) 위탁 수수료를 종종 면제해 주고 있으며, 때로는 구매자가 내는 구매 대금 수수료의 일부를 위탁자에 제공하기도 한다. 그 결과 최종 입찰가가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를 호가하는 작품의 실제 수익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아트베스트는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 최근 크리스티가 낙찰가의 115%를 위탁자에 지급하는 정책으로 고가의 주요 20세기 예술품 여러 점을 확보했다’ 며 ‘ 시장 점유율과 명성 유지를 위해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경매에 출품된 지아코메티의 ‘전차(Chariot)’를 예로 들어보자. 소더비는 이 조각상을 ‘ 20세기 예술의 분명한 성과’로 지칭하며, 입찰가가 1억 달러를 웃돌아 최고 경매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소유주인 그리스 해운 재벌 알렉산더 굴란드리스Alexander Goulandris 는 최저입찰가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을 빗나가 입찰자는 헤지펀드 억만장자 스티브코헨 Steve Cohen 한 명에 그쳤고, 최종 낙찰 가격은 9,000만 달러(구매대금 수수료 1,100만 달러 제외)였다. 이 작품은 경매 사상최고 입찰가를 기록한 조각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소더비는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소더비는 개별 작품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다).

개런티 제도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이해갈등을 부르고, 편파적이며, 내부정보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매회사는 개런티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지만, 보증인이나 보증 액수에 대한 정보는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잠재적 구매자들은 보증인의 신분을 알지 못한다. 보증인들이 자신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힌 작품의 입찰가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더비의 알렉산더 로터Alexander Rotter 현대예술부문 공동대표는 숨기는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더비는 상장한 공공 기관”이라며 “따라서 경매는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누군가 한 회화 작품을 500만 달러에 입찰하면 그 입찰가가 바로 실제 거래 금액이다. 민간 시장보다 훨씬 더 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티의 브렛 고르비Brett Gorvy 현대예술부문 대표 역시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비밀은 없다”고 주장하며, “경매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은 위탁자 보호를 위해 경매회사와 위탁자 계약을 비밀로 유지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또 “구매자의 심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위탁자 개인과 경매소 간 계약일 뿐, 예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모두 개런티 사용을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런티가 기업 재무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점은 분명하다. 예술작품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소더비가 실제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업체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소더비는 작년 6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실제 매출은 9억 3,800만 달러에 그쳤다. 11월 ‘전차’ 경매 전 기준으로, 소더비는 작품에 총 1억 7,000만 달러에 이르는 개런티를 제공했다. 또, 소더비의 재무제표를 보면 경매 개런티 제공액 한도는 3억 달러에서 6억 달러로 2배 확대됐다. S&P 캐피털 IQ 자료에 따르면, 소더비의 작년 영업이익은 1억 1,600만 달러이며, 2014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4억 2,000만 달러이다.

소더비의 재무 상태를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은 판매되지 않은 ( 또는 구매자가 입찰가를 치르지 못한) 개런티 작품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다. 이 액수는 2012년 3,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 5,800만 달러로 5배나 급증했다. 출품작이 경매에서 낙찰되지 않을 경우 그 가치가 손상된 것으로 간주되어 향후 수년 동안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못하거나 개인 간 거래에서 상당히 할인된 금액에 처분된다. 어느 쪽이든 손실이 기록된다. 그러나 시간차가 있고, 또 이에 해당하는 별도 항목이 없기 때문에 재무제표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개런티 제도가 심각한 위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더비 대변인은 “우리는 개런티 사용에 있어 전략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취해 왔으며, 출품작에 확신이 있고 경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개런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의 고르비는 “우리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할 뿐, 맹목적으로 도박을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쿤스의 ‘풍선 개’처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에 개런티를 제공하면, 그 작품 자체만으론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다른 작품들에 구매자들이 늘어나 결과적으론 수익성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 대변인은 “최소입찰가 개런티를 조건으로 하는 작품이나, 기업이 금전적인 이해를 지닌 작품이 무엇인지 카탈로그에 명시하고 있다”며 “그런 방법을 통해 잠재적 구매자의 주의를 환기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이익률 감소의 표면적인 부분만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는 최대 예상가격을 초과하는 작품의 위탁자에게 2%의 ‘성공 사례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소더비의 경우, 지난 2월 구매자 수수료율을 인상한 바 있다(기존 25%의 수수료율 부과 한도를 최초 10만 달러에서 최초 20만 달러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장기 전략이라기보단 단계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지난 250년 동안 경쟁을 거듭해 온 두 기업 중 한쪽이라도 시장 점유율을 위한 유혈 싸움을 중단하고, 이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오래된 속담처럼, 해답은 질문 자체에 있다. 현재로선 크리스티와 소더비 모두 ‘ 개런티 게임’ 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아트베스트의 플러머는 “집을 저당 잡히고 라스베이거스로 도박하러 떠나는 것과 유사하다”고표현했다. 그는 “이러한 도박은 시장 경험에 대한 학습된 추측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거시경제의 측면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에 대응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대다수의 억만장자 예술작품 구매자들은 러시아(경제 제재, 통화가치 하락)나 중국(경제 둔화) 등 자국 사정이 불안정한 국가 사람들이다. 예술시장이 몰락한 건 불과 7년 전의 일이다. 수세기나 된기업들도 때로는 역사를 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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