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우리은행이 시험하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Special Report 핀테크] 금융권 핀테크 케이스 스터디

우리은행이 핀테크 시장 선점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 모델인 ‘위비뱅크’를 론칭했다. 위비뱅크를 통해 수익모델을 찾고 한국 금융업계에 알맞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자체 개발한 간편송금결제 서비스 ‘위비 모바일페이’도 선보였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금융위원회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기로 하고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금융위원회가 시중 은행 중 1~2곳에만 시범인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시범인가를 받기 위해 시중은행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는 저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수익구조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60~80%가 될 만큼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성장률이 둔화된 시중은행들에 수익구조 개선을 주문하는 전문가가들 많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은행들은 핀테크 산업 중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에는 아직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없다’ 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자리 잡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를 획득하기위해 핀테크 관련 기업과 제휴를 맺고 내부인력을 확충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은행 중 대표적인 곳이 우리은행이다.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중 최초로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다. 23명의 직원이 투입된 핀테크사업부는 현재 혁신적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급 결제 및 송금, 핀테크 신기술 도입, IT 기업과의 제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핀테크사업부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FIS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 포스 팀(TFT)을 구성해 국내 최초로 5월 인터넷전문은행 시범모델인 ‘ 위비뱅크’ 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핀테크 시장을 반드시 선점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행장의 이 같은 태도가 우리은행 조직 전체에 상당한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중구 본점 4층에 위치한 위비뱅크 센터에서 느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오호진 우리은행 위비뱅크팀 차장은 “별다른 홍보 없이 매일 3억~4억 원 정도의 대출승인이 이뤄지고 있다”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비뱅크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해주었다. “엄밀히 말해 위비뱅크는 완전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아닙니다. 인터넷뱅킹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수준이죠. 은행업 특성상 거쳐야 하는 여러 절차를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죠.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제공할 서비스 중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비뱅크를 통해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델을 제시하고 업계를 주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은행이 강조하는 위비뱅크(WiBee Bank)의 강점은 ‘신속성’과 ‘ 편의성’ 그리고 ‘ 보안성’ 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 대출 서비스 등 주요 기능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핵심은 ‘ 위비 모바일페이’ 다. 핀테크 기업들이 시중에 내놓은 모바일 결제시스템과 달리 ‘ 위비 모바일페이’ 는 우리은행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간편 송금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화번호,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타인에게 송금할 수 있다. 수취인은 위비뱅크 앱만 있으면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도 원하는 은행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 위비 모바일페이는 최초 한 번만 핀 번호를 등록하면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도 등록한 핀 번호로 하루에 최대 50만 원까지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이체 수수료도 없다.

위비 모바일페이는 지하철 보관함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송금인이 돈을 위비뱅크 보관함에 송금하면 휴대폰,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취인에게 보관함 번호가 메시지로 전달되고 수취인은 이 보관함 번호를 통해 돈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위비뱅크 앱 직접 써 봤더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어떤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위비뱅크 앱을 이용해 대출 서비스와 간편 송금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다.

위비 모바일대출 서비스의 경우, 우리은행 고객은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지만 타 은행 고객은 대출 서비스 이용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우선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 위비뱅크 모바일 앱을 내려받아 설치했다(우리은행은 지난 10일에 iOS용 앱도 출시했다). 앱을 실행하면 위비 모바일대출, 위비 모바일페이, 위비 모바일통장 등 3개의 커다란 육각형 이미지가 화면에 나타난다.

위비 모바일대출은 직업이나 소득 확인 없이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중금리 금융 상품이다. 업계 최초로 타 은행 고객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 우리은행 외 본인 명의 계좌로 대출금을 입금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보통 대출 신청 은행의 계좌로 대출금액이 입금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은행의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대출 신청을 위해선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에 공인인증서가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비 모바일대출의 경우 공인인증서 역시타 은행이어도 상관없었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을 하고 대출사전확인을 클릭하니 개인정보 입력, 개인신용정보 이용동의 여부를 묻는 창이 떴다. 개인정보 입력란에는 서울보증보험 동의서 버튼이 있었다. 기존 인터넷뱅킹을 통한 대출과 달리 서울보증보험 사이트를 방문해 보증서를 발급 받을 필요 없이 이 동의서 버튼만 누르면 절차가 진행되었다. 서울보증보험과 전산망을 통합해 이용하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동의 버튼을 누르고 대출금액 100만 원을 신청했다. 다음 화면에는 대출금리가 5.95%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자세한 대출 실행 설명이 소개돼 있었다. 개인신용정보는 8단계로 꽤 복잡하고 기재할 내용이 많을 같았지만, 소요시간이 2분 정도 걸릴 정도로 비교적 간단했다. 여기서 타은행 고객은 본인 신분증을 촬영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했다. 앱에서 카메라 기능이 활성화돼 신분증을 촬영하기만 하면 됐다.

‘대출신청’ 버튼을 누르고 3분 정도 지나자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본인 확인과 몇 가지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거치고 통화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위비뱅크 앱에서 ‘ 신청 조회 및 실행’ 버튼을 누르니 기자 명의의 은행 계좌로 대출금이 입금됐다. 대출이 완료됐다는 문자 메시지도 왔다. 위비뱅크 앱을 실행한 후 대출을 완료하기까지 약 10여 분이 걸렸다.

기존 방식대로 대출을 받으려면 본인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을 팩스나 이메일로 전송하고 최소한 몇 번의 전화 통화를 거쳐야 대출이완료된다. 이 과정에 최소한 몇 시간이 필요하다. 대출 심사를 은행직원이 직접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비뱅크 앱에선 전산망을 통해 대출을 자동심사하기 때문에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위비뱅크 앱은 대출신청 과정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이메일 정보외 다른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출은 12개월원리금 균등분할 상환과 6개월 거치 12개월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이 있었다. 대출금리는 연 5.95~9.75%였으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었다. 연 20~30%대에 이르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와 비교하면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저축은행과 대부 업체들은 편의성에 금리 경쟁력까지 갖춘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도입되면 기존 고객이 이탈할지도 모른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위비뱅크의 또 다른 서비스인 송금 서비스도 이용해 보았다. 송금 서비스는 위비 모바일통장과 위비 모바일페이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리은행 계좌가 있는 인터넷뱅킹 고객이어야한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선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올12월부터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거래가 시행된다. 온라인으로 신분증 사본을 전송하거나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 확인을 거치면 곧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위비 모바일페이는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없이 핀(PIN) 번호만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핀 번호는 모바일 앱에서 한 번만 등록하면된다. 1일 송금 한도는 50만 원. 상대방 계좌는 물론 모바일이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로도 송금할 수 있다. 상대방이 송금 메시지를 받고 위비뱅크 앱을 내려받으면 수취할 수 있다. 수취인이 3일 내 송금액을 찾지 않으면 다시 본인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3일 이내라도 수취인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계좌이체를 취소할 수 있다.

위비 모바일페이를 통해 지인에게 1,000원을 송금했다. 지인에겐 ‘유부혁님이 [1,000원]을 보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위비뱅크 앱 설치 후 보관함에서 아래의 보관함 번호입력 후 수취하시기 바랍니다.

보관함 번호: ******’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지인은 위비뱅크 앱을 내려받아 보관함을 클릭하고 보관함 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계좌로 1,000원을 입금받았다. 물론 계좌 이체 수수료는 무료였다.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할 때 입력해야 했던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번호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상당히 편리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수취인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나 카카오톡, 페이스북메신저 친구라면 누구에게나 송금할 수 있었다. 송금자와 수취인 모두 위비뱅크 앱을 설치해야 하고 보관함에서 다시 본인의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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