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김용학 타파크로스 대표

"빅데이터는 크기보다 의미 추출이 핵심 '트렌드업'으로 고객사 갈증 풀어드립다

빅데이터(Big Data) 분석 기업 타파크로스는 소셜미디어와 매스미디어에서 형성되는 담론을 분석하는 데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매 순간 폭발적으로 생성, 확산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타파크로스의 김용학 대표를 만났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한 젊은이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한 달 만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자신의 체질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모험과 도전을 선호했던 그 젊은이는 일찌감치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며 경험을 쌓아가던 그는 어느 날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몇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얼마 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서점에서 우연히 ‘길’을 찾았다. 그가 찾은 길은 ‘인터넷’에 있었다. 그때가 1999년.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인터넷 열풍에 빠져들던 무렵이었다.

김용학 대표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회상했다. “젊은 시절에 이런저런 일들을 참 많이 해봤어요. 편의점, 재즈바도 운영해보고 무역회사도 운영해봤죠. 국회의원 캠프에서 일한 적도 있지요. 주변 지인들은 저를 보고 참 카멜레온 같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제가 직업전환을 할 때 과거에 하던 일과 연관된 일을 한 적이 없거든요. 완전히 새로운 일만 시도했죠. 제가 일을 잘 운영하는지는 ‘퀘스천마크(물음표)’인데, 일을 잘 벌이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웃음).”



청년 창업가 ‘인터넷’ 에서 미래 발견
PC도 없고 PC통신조차도 한번 해보지 않았던 젊은이는 인터넷 세상의 도래를 확신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메인스트림에서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얼마 후에는 친한 선배와 함께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을 하다가 알게 된 어느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국내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을 기획해 대박을 터뜨렸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부를 분사해 보안 솔루션 회사를 창업했다.

김용학 대표는 뉴 밀레니엄의 첫 10년간을 질풍노도처럼 달렸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그의 삶을 이끈 견인차였다. 그는 2009년 1월 또 한번의 도전장을 던졌다. 타파크로스를 설립한 것이다. 타파크로스는 ‘웹 모니터링 솔루션’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였다. 일찌감치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했던 김 대표는 곧장 버즈마스터( Buzz Master)라는 솔루션을 개발해 기업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버즈마스터는 일종의 온라인 평판 분석 솔루션이었다.

타파크로스를 설립한 2009년은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이었다. 김 대표 역시 빅데이터 전문 기업을 표방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업의 ‘운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즈음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확산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도 폭증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SNS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유통되기에 이르렀고, 빅데이터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김용학 대표는 말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인데, 수요자 입장에서는 모든 바닷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죠.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원하는 겁니다. 버즈마스터는 인터넷에서 고객사에 관한 특정한 글들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보여주는 솔루션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중반부터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고 스마트폰에 SNS 기능이 탑재되면서 거기서 쏟아지는 데이터가 폭증했죠. 그걸 빅데이터로 부르기 시작한 거죠.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들은 SNS 채널을 이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나섰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SNS 마케팅 효과 측정에 대한 니즈가 생겨났죠. 저희는 그런 니즈에 맞춰 기업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트렌드업(TrendUp)’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트렌드업은 소셜미디어와 매스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담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엄청나다. 가령 분석 대상 문서 건수가 10억~20억건에 달하더라도 분석 결과를 내기까지는 불과 수 초~10여초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다. 트렌드업은 사회적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나 소비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뿐 아니라, 세부적인 설정을 통해 그 변화 추이도 다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내재된 유의미한 패턴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인포그래픽 정보도 제공한다.



소비자 접점 넓은 대기업들이 주요 고객
타파크로스는 트렌드업 출시 초기부터 대기업들에게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신세계, 신한카드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유력 기업들이 타파크로스의 고객이 됐다. 타파크로스는 트렌드업이라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전문적인 분석 보고서도 제공한다. 보고서는 고객사들의 브랜드 가치나 프로모션 성과,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또 타파크로스는 전문적인 빅데이터 분석역량을 토대로 고객사들에게 마케팅, 고객관계관리(CRM), 위기대응과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간 타파크로스와 거래한 고객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100여개에달한다. 가장 고객이 많은 분야는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이 포진한 유통산업이다. 이밖에 금융, 통신, 자동차, 전자, 패션, 식품, 프랜차이즈 등 소비자 접점이 광범위한 산업에 속한 대기업들이 타파크로스에게 각종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서울시, 경기도, 국방부 등이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타파크로스는 ‘의미 과학(Meaning Science)’을 슬로건으로 표방하고 있다. 사무실 입구 벽면에는 Meaning Science라는 영문 글자가 큼지막하게 게시돼 있기도 하다. 뭔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의미 과학은어떤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김용학 대표가 설명한다. “타파크로스는 대용량 데이터 수집·처리 역량에만 주목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보통 저희에 대해 IT 회사라는 선입견들을 많이 갖고 계십니다. 물론 IT 기술이 전제돼야 이 사업이 가능한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단지 기술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분석 결과가 가진 함의가 무엇인지를 알려드리는 회사입니다. 그러려면 기본적인 인문·사회과학적 통찰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트렌드에 대해서도 깊이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고객사의 현업 담당자 입장에서 사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저희 회사의 ‘미닝 사이언티스트(Meaning Scientist·의미 과학자)’들은 특정 주제어에 대해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빈도나 어조만 보는 게 아니라 그걸 단초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합니다. 즉 의미를 파악해내는 거죠. 좀더 나아가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객사에게 마케팅 전략이나 콘셉트에 대한 의견까지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양 자체로는 별 쓰임새가 없다. 중요한 것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비로소 빅데이터가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요즘 빅데이터 업계에서는 ‘스피드’와 ‘스마트’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와 함께 얼마나 똑똑한 결과를 도출하느냐 하는 것이 빅데이터 업계의 성패에 직결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만족도 높아
김용학 대표는 스피드와 스마트가 빅데이터 분야의 화두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아울러 두 가지 이슈 모두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타파크로스가 작은 기업인데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만큼 고객사들이 만족하셨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저희는 기존 고객이 다른 고객을 추천해주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기업 마케터들은 서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거든요. 가령 누군가가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아?’ 하고 물으면 타파크로스를 추천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타파크로스는 이제 업력이 7년차에 접어든 벤처기업이다. 김용학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20~30대의 젊은 인재들이다. 그들은 빅데이터라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미닝 사이언티스트’라는 근사한 정체성도 부여했다. 그는 타파크로스가 추구하는 업(業)의 본질을 단지 ‘의미과학’에만 묶어두지는 않는다. 그는 타파크로스가 ‘창업사관학교’의 역할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는 동시에 큰 꿈을 키워 직접 창업가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달리 작은 기업에서는 ‘A to Z’를 다 배우기 때문에 창업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저희 직원 중에 누군가가 나중에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낸다면 시드머니를 투자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그 직원도 좋고 회사도 좋은 일 아닙니까. 그러기에 앞서 젊은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자발적인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되겠죠. 언젠가 제가 없어도 회사가 잘운영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저는 또 다른 일을 해볼 생각입니다. 젊을 때부터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하나 있거든요(웃음).”


김용학 대표는…
인하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과 경영을 했다. 지란지교소프트 마케팅 이사, 파시테크 대표이사를 거쳐 2009년 타파크로스를 설립했다. 한국복잡계학회 이사, 한국인터넷소통협회 이사,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술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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