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피브이인사이트 PVinsights의 폴리실리콘 주간 가격 변화 조사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36주 만에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폴리실리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OCI는 다음날 주가가 17.23%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폴리실리콘 가격 반등을 추세적 상승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곳이 많다. 그렇다면 OCI에도 다시 볕이 드는 것일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 7월 2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조회 수 급등 상위 종목에 OCI가 온종일 이름을 올렸다. 이날 OCI 주가는 전날(9만 1,700원) 대비 17.23%가 오른 10만 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 20일 종가 10만 원이 깨진 이후 44일 만의 10만 원 고지 탈환이었다. 이전까지 20만 주 안팎이던 거래량도 7월 2일에는 151만 주까지 치솟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OCI 주가는 우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11년 4월 65만 7,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던 OCI 주가는 올해 1월 6만 9,600원까지 떨어지며 불과 4년 만에 거의 10분의 1 토막이 나기도 했다. 올해 3월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 확충 이슈에 13만 1,000원까지 단기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다시 10만 원 이하 가격에 머물러 있었다.
이같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OCI 주가가 7월 2일 급등한 건 피브이인사이트(폴리실리콘 가격 정보 및 통계 제공업체)가 전날 발표한 폴리실리콘 주간 가격 변화 조사(매주 수요일 발표)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전주 대비 0.85% 상승한 kg당 15.43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장 마감 후 나온 발표였기에 당일인 7월 1일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다음날인 7월 2일에 반영됐다. OCI는 세계 3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여서 폴리실리콘 가격 변화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0.85% 상승한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곳이 많다. 2014년 10월 셋째 주 이후 계속 하락하기만 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36주 만에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을 추세적 상승 반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7월 넷째주 현재 kg당 15.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 변화에 민감한 OCI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 등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기업이다. OCI는 베이직 케미컬, 석유화학 및 카본 소재, 기타 등 3개 부문으로 사업이 나뉘어져 있는데, 폴리실리콘이 포함된 베이직 케미컬 부분의 매출 비중이 거의 70%에 이르고 있다. OCI는 지난해에도 연결 기준 3조 1,396억 원의 매출 가운데 2조 1,073억 원을 베이직 케미컬 부문에서 올렸다.
OCI는 베이직 케미컬 사업에서 폴리실리콘 외에도 소다회, 모노실란, 과산화수소, 염산칼슘, 삼불화질소 같은 다양한 화학제품을 다루고 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폴리실리콘이 압도적으로 높다. OCI 측에 따르면 지난해 폴리실리콘 매출액은 대략 1조 원 안팎이었다. 이는 베이직 케미컬 매출의 50%, 연결 기준 OCI 전체 매출액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수치다. 개별 기준으로는 OCI 전체 매출액(2조 3,078억 원)의 절반 정도를 폴리실리콘 매출에서 올리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OCI의 실적은 폴리실리콘 가격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폴리실리콘 kg당 가격이 1달러 상승할 경우 OCI의 영업이익이 570억 원가량 개선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추정치는 OCI의 연간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5만 2,000톤, 원/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OCI가 올해 1분기 디보틀네킹(Debottlenecking·생산설비 효율화)을 통해 폴리실리콘 생산 및 판매를 11% 늘렸음에도 베이직 케미컬 부문 에비타( EBITDA•법인세 ·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전년 동기 대비 하락(1,270억 원 → 1,250억 원)한 것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4년 7월 kg당 21달러까지 반짝 상승한 뒤 이를 고점으로 다시 대세 하락해 올해 6월 말에는 15.3달러까지 떨어졌다. 15.3달러는 2012년 12월 기록한 역사적 저점인 15.8달러 보다도 0.5달러나 더 떨어진 가격이었다.
폴리실리콘 가격, 대세상승할까
폴리실리콘 시장은 수년째 공급 과잉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제조사들이 영업이익 적자를 면할 수 있는 마지노선 가격으로 kg당 20달러를 이야기하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은 15달러대까지 내려와 있다. 기술력이 있는 몇몇 상위 업체들은 디보틀네킹 같은 방법으로 원가 절감에 나서 20달러 가격 이하에서도 영업이익 흑자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심각한 구조조정 풍파를 겪었다. 지난해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디폴트 기록을 남긴 상하이차오리 등이 그 예다.
시장에선 15달러대가 폴리실리콘 가격의 바닥권으로 여기고 있다. 사실상 15달러대 가격에서 버틸 수 있는 기업이 상위 3~4개사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태양광 발전 관련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란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현재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률은 2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가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다른 소재들의 공급 과잉률에 비해 낮은 것도 한 이유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말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공급 과잉 이슈가 해결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재고를 많이 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피브이인사이트 조사에서도 가격이 반등하고 있잖아요. 이게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태양광 산업 전체에서도 폴리실리콘 부문이 특히 더 안 좋았었는데, 균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도 바닥은 친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태양광 발전 수요가 늘면서 폴리실리콘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고요. 태양광 산업 전체로 봐서도 최악은 벗어난 것 같습니다.”
최근 태양광 발전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 설치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효율이 높아졌다. 2015년 현재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 단가의 세계 평균은 MWh 당 140달러로 2009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 변동이었지만, 최근엔 이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셈이다. 여기에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의 전력 수요 증가분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OCI는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가 올해 27만 5,000톤에서 2018년 37만 톤으로 향후 5년간 34%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박차
OCI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태양광 발전 사업(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유지·보수, 전력 공급 등을 총괄하는 사업)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OCI는 2011년 태양광 발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2012년 7월에는 당시 미국 최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였던 400MW 규모 알라모 Alamo 프로젝트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CPS에너지로부터 수주했다. OCI는 샌안토니오시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은 물론, 발전소 건설이 완료되는 2016년부터 25년간 발전소 운영 및 보수까지 담당하며 텍사스주의 전력 공급 사업자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OCI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분 매각이 예정된 OCI머티리얼즈를 처분해 확보한 자금으로 태양광 발전 투자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이 투자금은 특히 현재 태양광 발전 수요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 쪽에 집중될 예정이다. OCI는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2.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수주해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간 바 있다. OCI는 또 올해 연말까지 중국 동부지역에 2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수주·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동하 OCI 홍보 매니저는 말한다. “최근 OCI의 태양광 발전 사업 확대는 폴리실리콘 수요 확대를 위한 목적이 큽니다. 반도체와 휴대폰의 관계와 같은 거죠.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기 위해선 휴대폰 등 최종 완제품이 더 많이 팔려야 하잖아요. 폴리실리콘 수요를 늘리기 위해 태양광 산업 전체를 키우고자 OCI가 직접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때 우리 폴리실리콘 제품을 사용하니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 차원에서도 유용한 측면이 있고요. 현재 OCI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발전 사업의 비중은 채 3%가 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더 키울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6년 역사의 화학기업 OCI
폴리실리콘 생산량 세계 3위
OCI는 1959년 출범해 올해로 56년째를 맞는 화학회사로 국내 1위, 세계 3위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다. 2006년 폴리실리콘 제조를 위한 화학 공정 라인 구축을 시작해 2008년 연간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상업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1년 4만 2,000톤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서 세계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디보틀네킹을 통해 1만 톤의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전체 생산 능력이 5만 2,000톤으로 늘어났다.
폴리실리콘 제조 부문 세계 1, 2위 업체는 중국의 GCL-폴리 GCL-Poly와 독일의 바커 Wacker로 연간 생산량이 각각 6만 5,000톤, 6만 톤에 달한다. 두 기업은 최근 폴리실리콘 제조 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공법상의 문제나 일정 연기 등의 이유로 혼란을 겪고 있다. 증설 효과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로는 OCI 외에도 한국실리콘과 한화케미칼이 있다. 두 기업의 연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각각 1만 5,000톤, 1만 3,000톤이다. 한때 큰 주목을 받았던 KAM(KCC와 현대중공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나 웅진실리콘은 업황이 나빠지자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시장에서 철수했다.
폴리실리콘이란?
태양광 전지(태양전지)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실리콘 결정체 물질로 태양광 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