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을 광범위하게 반영하는 창구다. 기업 활동에 관련된 근로자, 주주, 투자자, 소비자, 협력업체, 비정부기구(NGO) 등의 목소리는 미디어를 통해 표출된다. 따라서 미디어는 기업의 CSR 활동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상생 컨퍼런스에서 CSR 조사·평가를 주도한 김영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미디어에 비친 자사의 CSR 이미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진실성 있게 대응하는 기업들이 결국 승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양유업의 ‘ 갑질 사건’ 을 사례로 들었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대해 터무니없는 횡포를 부려왔던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낳았던 사건이다. 그 와중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갑질 논란으로 회사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자기 주식을 팔아 치우는가 하면 남양유업 측이 뒷북 사과를 할 때도 참석하지 않아 더욱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영한 교수는 “남양유업은 갑질 사건으로 미디어에 고발당했을 때 진정성 있게 대응하지 않아 하락세를 탔다”며 “그 사건 이후 남양유업은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뒤처지게 된 데다 주가도 추락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양유업과 대비되는 사례로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를 들었다. 2011년 스웨덴의 여성 작가 아스브링크 엘리자베스는 그 해 출간한 저서에서 젊은 시절 나치에 가담했던 이케아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의 어두운 과거를 폭로했다. 이 사실은 곧장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면서 글로벌 기업 이케아를 큰 곤경에 빠뜨렸다.
하지만 그 직후 캄프라드가 이미 1990년대 초반에 회사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용서를 구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캄프라드는 나치 가담논란이 불거진 후 이케아가 자선단체에 제공해오던 기부금 규모를 두 배로 늘리도록 지시했다. 캄프라드의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대응 덕분에 이케아는 최대 위기를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었다. 자칫 불매운동을 촉발할 수도 있는 치명적 이슈였지만, 그 해 이케아의 매출액은 우상향 곡선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기업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돌발상황은 있기 마련이며, 이때 해결책은 언론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발 빠르게 진실성 있는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한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일수록 미디어에 보도된 자사의 CSR 이미지가 나빠지면 다음해에 기부금 액수를 늘리는 등 CSR 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들은 CSR 활동에 둔감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말한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은 여러 나라에서 뜻하지 않은 마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가령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성차별, 인종차별 같은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때는 정공법으로 투명하게 사안을 처리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CSR 활동을 강화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답입니다. CSR은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