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5 상생 컨퍼런스] 빅데이터로 평가한 국내 대기업 CSR

현대차그룹, 4 개 평가항목서 고르게 ‘우수’ LG그룹, 주요 계열사 점수 상위권 ‘눈길’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기본적인 존재 목적은 이윤 추구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기업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기업은 국가와 사회를 좌우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됐다.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CSR은 통상적으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을 통칭하는 용어다. 한국에서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CSR에 대한 자각과 실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포춘코리아와 서울경제신문, 성균관대 경영연구소는 올해부터 ‘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이하 상생 컨퍼런스)’의 주제를 CSR로 확대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지난해까지 상생 컨퍼런스는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요컨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활동을 실천하는 대기업들을 평가하고 독려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생 컨퍼런스의 주제를 CSR로 확대하면서 평가 항목도 ■동반성장 ■사회공헌 ■환경 ■노동·인권 등 4개 카테고리로 재구성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CSR 평가 기준을 참고해 한국적 실정에 맞게 일부 조정했다.

기업의 CSR을 평가하는 방식은 사실 매우 제한적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나 ‘사회책임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그 내용을 토대로 CSR을 평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고서를 내는 기업은 일부 대기업에 한정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보고서가 실제 CSR 현주소를 엄정하고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상생 컨퍼런스 조사· 평가팀은 여러 가지 방법론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일단 조사 대상부터 압축해야 했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CSR을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CSR 자체가 아직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반성장위원회가 매년 선정하는 동반성장지수 우수 기업을 비롯해 CSR 활동이 언론에 비교적 자주 노출되는 120여개 대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다음에는 조사 및 평가의 근거가 되는 자료 확보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서는 매스미디어에 보도된 각 기업의 CSR 관련 보도 기사를 자료로 삼기로 결정했다. 세상을 비추는 가장 큰 거울이 매스미디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는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오늘날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CSR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는 매스미디어가 생산한 엄청난 양의 보도 기사가 쏟아진다. 그 기사들을 조사 대상 기업별로 간추리는 동시에 ■동반성장 ■사회공헌 ■환경 ■노동·인권의 4개 카테고리에 맞게 분류·평가하는 것은 인력으로 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타파크로스가 이 작업을 맡았다.

최종적인 조사방법론은 이렇게 설계됐다. 우선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지난 1년간 인터넷 공간에 올라온 조사 대상 120여개 기업에 대한 모든 CSR 관련 보도기사를 ‘빅데이터 뭉치’로 만들었다. 이 빅데이터 뭉치가 2015 상생 컨퍼런스의 분석 대상 자료가 된 셈이다.

아울러 ■동반성장 ■사회공헌 ■환경 ■노동· 인권의 4개 카테고리에 맞게 모든 보도 기사를 재분류했다. 이를 위해 4개 카테고리와 연관성을 갖는 키워드 세트를 만들었다. 가령 동반성장 카테고리의 경우 ‘동반성장’, ‘불공정거래’, ‘독과점’ 같은 연관어를 키워드 세트에 포함시켰다. 가령 어떤 보도 기사 속에 A사의 이름과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등장하면, 그 기사를 A사의 동반성장 항목평가를 위한 자료로 채택한다는 뜻이다. 환경 카테고리의 경우에는 ‘ 기후변화’ , ‘ 저탄소’ , ‘ 그린 에너지’ , ‘ 친환경’ 등의 연관어를 키워드 세트로 구성했다. 마찬가지로 어떤 기사속에 B사의 이름과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나타나면, 그 기사는 B사의 환경 항목 평가 자료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동반성장 ■사회공헌 ■환경 ■노동· 인권의 4개 카테고리에 맞게 각 기업의 분석 대상 자료가 분류됐다. 그다음에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CSR 활동을 평가하는 작업이 남았다.

이 평가 작업은 각 기업의 CSR 관련 기사의 어조(語調)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즉 해당 기사가 얼마나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톤(Tone)을 띠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긍정 혹은 부정의 어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하버드 IV 딕셔너리(Harvard IV Dictionary)’라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감성어 사전을 이용했다. 여기에 나오는 긍정어(4454개)와 부정어(3593개)를 한글로 번역한 감성어 리스트를 썼다. 이 같은 방법론은 최근 미국의 재무관리학계와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사용되는 최신 방식이다.

어조를 파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특정 기업에 관한 모든 CSR 관련 기사의 어절(단어+조사/어미)이 전부 몇 개인지를 센다. 그런 다음 긍정어와 부정어가 출현하는 빈도 수를 센다. 이어 모든 어절 수를 분모로 놓고 ‘ 긍정어 출현 수-부정어 출현 수’ 를 분자로 삼았을 때 도출된 결과가 최종 어조가 된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어조= (긍정어의 출현 수- 부정어의 출현 수) / 모든 어절 수

이렇게 할 경우 CSR 관련 기사가 적은데, 그 기사에서 우연히 긍정 또는 부정의 어조가 강하게 나타나게 되면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대안적인 방법으로 어조의 분자가 되는 ‘긍정어 출현 수-부정어 출현 수’를 ‘긍·부정 차이’로 이름지어 그 크기를 비교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어조는 비교적 작은 기업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긍·부정 차이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큰 기업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기업 규모가 클수록 언론 보도 기사가 많을 뿐 아니라 기사가 많을수록 긍정어와 부정어도 많이 출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생 컨퍼런스 조사· 평가팀은 ‘ 어조’ 와 ‘ 긍· 부정 차이’ 에 대해 각각 점수를 매겨 기업별 순위를 산출했다. 그런 다음 두 항목의 순위를 단순 평균해 최종적인 CSR 순위를 정했다. 하지만 기업별 CSR 순위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상생 컨퍼런스 자체가 국내 대기업들의 상생과 동반성장, CSR을 독려하고 격려하자는 취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포춘코리아는 각 기업별로 ■동반성장 ■사회공헌 ■환경 ■노동·인권 등 CSR의 4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점수는 별도 도표로 소개한다. 각 기업들이 4개 카테고리 중에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자사의 CSR 전략을 수립하는데 참고하기 바라는 뜻에서다.

최종 분석 결과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몇몇 대목이 눈길을 끈다. 특히 기업집단 부문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CSR 스코어’ 가 ■동반성장 ■사회공헌 ■환경 ■노동· 인권 카테고리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각 업종 부문에서 골고루 높은 CSR 스코어를 기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성균관대 경영연구소 측은 “인화단결을 기업문화의 근간으로 삼아온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영한 교수는 “기업들의 CSR 활동이 언론에 얼마나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투영되느냐 하는 것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창출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인터넷 상의 언론 기사 텍스트 파일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컴퓨터 언어학적 도구로 분석함으로써 특정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예측하고 투자하는 첨단 금융기법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분석 결과 ‘회귀분석’해보니…
광고비 지출 많은 기업이 CSR도 잘한다?
성균관대 경영연구소는 한 가지 흥미로운 분석 작업을 추가적으로 실시했다. CSR에 대한 언론 보도의 어조가 기업들이 지출하는 광고비나 기업의 자산 규모, 실적 등에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하는 합리적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작업이었다. 광고비 지출이 많거나 과거실적이 좋은 기업들에게 더 호의적인 언론 보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광효과’를 제외한 실체에 접근해보자는 것이 추가 분석 작업의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성균관대 경영연구소는 2015 상생 컨퍼런스 우수 상생 기업 선정 때 쓰인 최종 분석 자료를 토대로 각 기업의 ▲광고비 ▲자산 규모 ▲실적 ▲부채비율 등 4가지 변수를 반영해 ‘회귀분석’을 시도했다(4가지 변수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상장기업에 국한). 그러자 최종 분석 결과와 회귀분석 결과의 양상이 다소 달랐다. 즉 광고비 지출 비중이 높은 기업, 규모가 큰 기업, 실적이 좋은 기업 등에 대한 어조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추정이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 상생 컨퍼런스 심사평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경영환경 변화 중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요구의 증대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사회로부터 획득한 이익을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다시 환원함으로써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시민의식의 성장과 정보전달 및 투명성의 증대, 기업활동에 대한 다양한 감시채널의 발달 등으로 인해 경영의 목표로 통하는 ‘주주 부의 극대화’는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 없이는 더 이상 실행 불가능한 명제가 되어 버렸다.

국내의 경우도 CSR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갑질’이라는 유행어가 탄생될 정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업주와 종업원 간의 갑을관계가 주목을 받는 등, 기업의 CSR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이 중요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IT의 발달과 함께 CSR과 관련된 부정적 이슈들은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개개인에게 전달되며 이는 결국 소비자 불매운동과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역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많은 언론에 보도된 CSR 관련 기사들을 분석하고 기업들이 얼마나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매스미디어에 투영되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은 상당히 큰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상생 컨퍼런스의 우수 기업 선정 방식은 종전보다 더욱 진일보하여 깊이와 넓이를 더했다고 자평한다. 선정 기준을 종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에서 상생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인 CSR로 그 범위를 넓혔으며, 분석 방법 역시 기존의 인력에 의존한 검색 및 분석에서 탈피하여 빅데이터를 이용한 대단위 자료검색을 실시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재무학계와 헤지펀드 업계에서 쓰이는 컴퓨터를 이용한 언어분석이라는 최첨단 분석 방법도 적용했다.

물론 금번 상생 컨퍼런스의 CSR 지표 산출 및 우수기업 선정이 국내 최초의 시도는 아니다. 그러나 학계나 업계에서 시도해왔던 기존 CSR 분석과는 달리 빅데이터 및 첨단 언어분석을 이용하여 광범위하고 객관적인 국내 CSR 지표를 도출해냈다는 측면에서 금번 작업은 기존의 방식과 크게 차별화된다고 할 수있다.

기업의 CSR 활동은 시민의식의 성숙 및 정보환경의 발달과 더불어 앞으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더욱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기에 경영자들은 향후 CSR 활동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 올해의 CSR 분석 결과가 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본 연구소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더욱더 개선된 CSR 지표를 개발할 것을 약속한다. 끝으로 본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서울경제신문과 포춘코리아, 빅데이터 분석을 맡은 타파크로스, 본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한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김영한 교수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안희준 성균관대학교 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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