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서비스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은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대형 IT기업의 혁신적 플랫폼과 골목상권의 충돌은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올해 3월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전국 등록 기사 회원 수 14만 명, 누적 호출 콜 수 1,200만 건, 하루 24만 건 호출 등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앱)만 설치하면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회원의 경우 KT와 제휴해 데이터 사용료도 면제받게 했다. 최근에는 1,800만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SKT 티맵이 ‘ 티맵택시’ 를 출시하며 카카오택시와 함께 모바일 택시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택시와 티맵택시는 무료로 서비스된다. 당연히 수익은 전혀 없다. 향후 간편결제 등을 이용해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경우 지금의 회원들이 계속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다음카카오가 고급 택시, 대리운전 등 연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오는 10월 경 우버(Uber) 택시와 같은 모델의 고급택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을 통한 파괴적 혁신은 과연 바람직한가? 카카오택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당연히 승객들과 택시기사들은 모두 카카오택시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반면 콜택시 기업들과 상담원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또 택시기사들이 장거리 호출만 받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소비자 관점에선 편리한 만큼 이면의 단점도 존재한다. 부동산 중개 앱 1위 ‘직방’을 서비스하는 채널브리즈는 연내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맛집 정보사이트인 ‘식신핫플레이스’도 사용자 150만명을 넘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지난 2013년 8월 네이버가 철수한 ‘ 부동산’ 과 ‘ 맛집’ 분야에 진출한 서비스라는 점이다.
당시 네이버는 ‘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뜨거워지자 상생 차원에서 부동산, 윙스푼(맛집 정보), 윙버스(여행정보), 네이버키친(요리), 네이버쿠폰(쿠폰), 워너비(패션), 네이버굿모닝(알람) 등 7개의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손수 키워온 사업을 중단한다는 건 어려운 결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네이버는 7개 서비스를 철수함으로써 약 1,500억 원의 자체 매출을 잃었다. 하지만 벤처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생태계를 활성화 시켰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네이버는 기존의 기업경영 이념을 바꾸고 상생을 원칙으로 하면서 (아직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중소기업, 골목상권 등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는 상황이 모바일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다. 이번에는 다음카카오가 그 주역이다.
카카오택시로 성공을 거둔 다음카카오가 후속 서비스로 대리기사 앱을 검토하면서 대리기사 업계를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나오고 있다. 대리운전연합회에선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서비스 진출에 대해 전국 수천 명의 대리운전 사장들과 수만 명의 콜 센터 상담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전국대리운전연합회는 지난 7월 20일 다음카카오 본사가 위치한 판교 사옥 앞에서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사업 진출이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 높은 수수료를 내온 대리기사들이 환영하고 있지만, 이 같은 파괴적 혁신 비즈니스가 대리기사 업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수십 개의 프로젝트팀을 신설해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곧 출시할 서비스로는 타임쿠폰과 카카오오더가 있다. 카카오오더는 앱으로 주문 및 결재하는 서비스, 타임쿠폰은 매장에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쿠폰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미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배달, 퀵 서비스, 주차, 세탁 등 다양한 분야의 O2O 사업도 검토하고 있어 다른 영역에서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다음카카오의 배달 앱 시장 진출설이 나와 배달의 민족· 요기요·배달통 3개 기업이 수수료를 아예 없애버리는 초강수를 두기도했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을 시작으로 요기요, 배달통 등이 잇달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다음카카오의 진출을 의식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 앱 업체들은 다음카카오가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해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파괴적 혁신에 가까운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는 기존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판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새로 형성된 판은 기존 사업자들의 자리를 뺏으며 시장에서 충돌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라 할지라도 기존 사업자들과 상생하지 못한다면 이는 결국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최근 모바일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은 자칫 네이버가 과거에 했던 골목상권 침해라는 전철을 그대로 밟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다음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하지만, 수많은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도 수많은 중소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카카오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IT 생태계를 육성하는 모바일 리딩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