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분할 후의 주식 사냥

▶투자자들은 기업 분사로 신규 상장된 주식들을 경계하곤 한다. 덕분에 과감한 투자자들은 싼 값에 그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 By Jen Wieczner◀



2013년 초 애벗 래버러토리즈 Abbott Laboratories는 전문의약품 사업부를 애브비 abbVie로 분할했다. 초기에 투자자들은 이 기업을 외면했다. 일부 투자자는 애브비 제품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며 포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 급성장 중인 애벗의 진단 및 영양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 달 만에 애브비 사업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새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 Humira가 글로벌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부상했다. 다른 제품들도 히트를 치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잇단 성공은 집중화 전략에 주력한 신생 기업의 순이익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분사 후 애브비의 주가 수익률은 117%에 달했다. 애벗의 64%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였다. 프루덴셜 제니슨 어소시에이츠 Jennison Associates 에서 자산 41억 달러를 운용하는 브라이언 길럿 Brian Gillott은 올 봄에 애브비 주식을 사들였다. 그는 “주가흐름을 보면 꽤 괜찮은 분사 전략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기업들은 사활이 걸렸을 때, 경영을 더 효율적으로 한다. 사랑을 덜 받는 ‘의붓자식’이 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의붓자식 같은 기업들 중 다수가 올해 분할돼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자산가치를 모두 합쳐 총 15조 달러에 달하는 모회사들이 2015년 기업 분사를 할 예정이다. 에지 컨설팅 그룹 Edge Consulting Group과 딜로이트 Deloitte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14년 분사를 단행한 모기업들의 가치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애브비의 사례가 일부 투자자들이 분사를 주식 매입 기회로 보는 대표적인 이유다. 더욱이 분사 후에는 주식이 헐값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종종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조장하는 것 중에 ‘분할 시나리오(splitsville scenarios)’라는 것이 있다. 바로 양립 불가능한 사업분야들이 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이 같은 안 좋은 소문 탓에 시장 수익률을 하회 하는 ‘부진 기업 underachievers)’으로 인식되곤 한다. 애널리스트들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분사 후 주식은 시장에서 초기 몇 달 간 헐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컬럼비아 미드 캡 밸류 펀드 Columbia Mid Cap Value Fund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호프먼 David Hoffman은 “사실 낮은 기대치는 전형적인 기업 분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낮은 기대치는 종종 잘못된 것으로 나타난다. 분사기업 자체의 사업규모가 큰 경우는 더욱 그렇다. 블룸버그미 기업분할 지수(Bloomberg U.S Spin-offndex)는 상장 초기 최고 10억 달러 이상의 시 장가치를 지닌 분할기업의 3년간 실적을 추적해왔다. 이들 기업은 지난 3년간 118%의 수익률을 올렸다. S&P 500지수의 61%와 비교되는 수치다. 2002년으로 범위를 넓히면분할 기업의 수익률은 전체 주식 시장 수익률의 무려 4.4배였다. 이런 성과는 아주 작은 규모의 분사기업들을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료주의적 모회사에서 분리된 후 가능해진 책임 경영이나 은행계좌 분리 등의 혜택 역시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근 대규모 기업분사로 인해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HP(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 분야 분할)와 이베이 eBay (페이팔 Paypal 분사) 등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대규모 분사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 투자자들은 주목을 받지 않는 중소 기업들의 분사가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분사 당시 주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 밸류 펀드 Oppenheimer Value Fund를 운용하는 랜턴 스파 Lanton spahr는 시가총액 50억~100억 달러 사이의 분사가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규모가 아니면서도,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주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큼 적당히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민간 학자금 대출기관 샐리 매 Sallie Mae에 투자했다. 그는 2014년 5월 샐리 매가 대출업무 사업부를 내비엔트 Navient로 분할했을 당시, 최저가에 주식을 매입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현재 시가총액 76억 달러의 내비엔트는 분사 이후 20%의 수익률을 올렸고,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 463위에 오를 만큼 덩치도 커졌다. 하지만 이 기업은 학자금 대출 개혁으로 상환금액이 감소한 탓에 최근 주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스파는 경제 회복이 되면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연체율도 줄어 내비엔트가 혜택을 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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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억 달러 규모의 인베스코 에퀴티 앤드인컴 펀드 Invesco Equity Income Fund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톰 바스티안 Tom Bastian은 분사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후에 주식을 매수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보단 한 발 앞서 움직인다. 그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해 보야 파이낸셜 Voya Financial-2013년 네덜란드 금융 대기업 ING의 미국 보험 및 연금 자회사로부터 분사했다-의 주식을 매입했다( 보야는 올해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처음으로 268위에 올랐다). 이 기업의 주가는 분사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예상 주가수익률 14 이하 가격에 거래되며 시장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보야는 적립식 퇴직금(401(k))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현재 4,86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바스티안도 “보야가 수익을 늘리며 마진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할 기업만큼 극적이진 않지만, 모회사 역시 기업 분할 이후 시장 수익률을 상회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도 분사 계획을 밝힌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이들은 모회사와 분사 기업 모두를 소유하려 하고 있다. 오펜하이머의 스파는 지난 5월 대기업 다나허 Danaher가 산업 분야를 분할하고, 생명과학과 수질 관리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 발표하자 그 주식을 매입했다. 스파는 그때 전설 속의 괴물 히드라 이야기를 인용했다. 그는 “히드라의 머리를 자르면, 각기 두 개의 새로운 머리가 자라난다. 이처럼 이제 기업이 두 개가 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고더드 Stephen Goddard는 런던 컴퍼니 London Co.의 최고투자책임자로, 101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현재 에너자이저 Energizer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같은 이름의 건전지 사업 부문을 분사시킬 예정이다. 쉬크 Schick 면도기를 포함한 개인 위생용품 사업은 유지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더드는 “분사 이전에 기업 주식을 소유한 투자자들은 건전지 사업 관련 주식을 거의 공짜로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분리된 사업이 전체 사업보다 가치가 큰 경우도 있다. 그것이 바로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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